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우리의 아버지>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우리의 아버지> 포스터. ⓒ 넷플릭스


2014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오랫동안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고 살아온 저코바 밸러드는 어머니로부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다름 아닌 정자 기증으로 태어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불임은 흔하고 정자 기증으로 임신해서 아기가 태어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저코바는 궁금증이 인다. 그렇다면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을 이복동생이 있지 않을까? 그녀는 과거 어머니의 담당의이자 아주 유명했다던 불임전문의 도널드 클라인에게 연락을 시도한다. 그는 레지던트 그리고 남편에게서 기증받은 정자를 이용하고 같은 기증자로부터 받은 정자는 3번 이상 수정하지 않는다고 전해 왔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 '23앤드'라는 가정용 DNA 테스트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저코바는 자신의 DNA 샘플을 보내 가족을 알아 봤다. 결과를 보니, 놀랍게도 그녀에게 7명의 이복형제가 있었다. 클라인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저코바는 우선 7명의 이복형제들에게 연락해 사실을 전하고 합심해 친부를 찾아보고자 한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클라인은 왜 거짓말을 했는지, 도대체 친부가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어느 불임 전문 의사의 충격적인 행적

저코바와 이복형제들은 오래지 않아 친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나 싶었지만, 결국 아버지는 모두 '도널드 클라인'이었다. 족히 수십 년간 수없이 많은 불임 여성들에게 아기라는 선물을 안겼던 희망의 전도사 말이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그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르고 수십 년 동안 거짓말을 해 온 걸까.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뒤로 하고, 클라인은 처음엔 자신이 친부가 아니라며 극구 부인하더니 결국 두 자녀를 연락책으로 보내 자신이 친부가 맞지만 그 수가 10명을 절대 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우리의 아버지>는 '악마 의사'라고 이름 붙일 만한 도널드 클라인의 엽기적인 행적과 그를 추적하는 저코바와 이복형제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코바는 도널드 클라인과 관련된 혐의를 지역 언론에 제보하고 경찰과 검찰에 적극적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기막힌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 지역에서 수십 년 동안 좋은 이미지를 쌓아 온 도널드 클라인 때문인지, 사건 자체가 범죄로 규명하기 힘들어서인지, 가까이 하기에 너무 역겨운 사건이기 때문인지. 다행히도 '폭스59'의 안젤라 가노트 기자가 유일하게 관심을 가졌다.

삶이 철저하게 부정당한 이유

<우리의 아버지>는 자타공인 최고의 호러 명가 '블롬하우스'가 제작에 참여해 기대감을 높이는데, 별 것 아닌 듯한 연출 하나로 소름 끼치게 한다. 다름 아닌 숫자, 도널드 클라인의 정자가 남긴 친자식들의 숫자다. 검정 바탕에 'sibling #'이 나오고 숫자가 체크될 뿐이지만 숫자가 올라갈수록 환장할 노릇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올라갈까, 도대체 클라인이라는 의사는 무슨 짓을 한 건가.

작품에선 장장 61번까지 나온다. 그중 몇몇이 인터뷰에 응하는데, 하나같이 그동안의 삶이 철저하게 부정 당했다고 말한다. 그 또는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그 또는 그녀를 알고 있는 모든 이가 그 또는 그녀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이었다. 친부라고 생각했던 아빠가 친부가 아니었고, 친자식 또는 다른 누군가의 자식이라고 생각했던 아들 또는 딸이 그 옛날 불임 담당의사 도널드 클라인의 자식이었다.

여성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그의 정자를 받아 임신했고 그렇게 태어난 자식들까지, 이들은 모두 인생을 송두리째 사기당한 것이다. 인디애나폴리스 일대의 사람들에게도 차마 표현하지 못할 불신을 심어줬다. 이 엽기적인 사건 때문에 그 일대 사람들은 서로가 핏줄 섞인 이복형제일지 모른다는 이상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물론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는 채로 지냈겠지만 본인이 도널드 클라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에겐 지옥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싶다.

생물학적 아버지가 감옥에 가길 바란다

저코바와 이복 형제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파헤치며 '폭스59'의 안젤라 가노트 기자도 힘을 보탠 결과, 도널드 클라인은 체포되어 재판에 송부된다. 문제는 기소된 죄목이었는데, 겨우 사법 방해죄 두 건이었다. 그가 수십 년간 행한 짓거리에 관한 죄목은 없었다. 충격 이상의 기이함을 안긴 사건이었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클라인이 감옥에 가길 바랐지만 그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는다.

도널드 클라인에게는 6급 중죄의 집행유예가 선고되었고 벌금과 비용으로 법원에서 500달러를 청구했다. 애초에 이 재판의 원고는 피해자들이 아니라 법원이었던 것이다. 피해자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보고도 믿기 힘든 결과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한 가족을 송두리째 나락으로 떨어뜨릴 만하며 한 지역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버릴 사건이 어떻게 이리도 허무하게 종결되었는지.

그렇게 종결되어 버린 사건은 자가면역질환으로 계속 이어진다. 도널드 클라인이 가지고 있던 질환이 거의 모든 친자식들에게 유전된 것이었다. 그런 치명적인 질환이 있었다면 애초에 정자 기증을 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었다. 클라인은 윤리적으로도 법적으로도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한 것이다. 그래도 저코바는 말한다, 이번 기회로 자신의 가치와 목적을 깨닫게 되었다고. 아는 또 모르는 모든 형제자매와 도널드 클라인이 피해를 준 모든 여성을 위해 죽을 때까지 투사로서 이 일을 하며 계속 싸울 거라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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