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의 정규 7집 앨범 'FOREVER 1 - The 7th Album'

소녀시대의 정규 7집 앨범 'FOREVER 1 - The 7th Album' ⓒ SM 엔터테인먼트


최근 음원 차트는 전에 없는 걸그룹 천하다. (2022년 8월 27일 멜론 차트 기준) 상위권 열 곡이 모두 걸그룹의 노래로 채워져 있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ADOR(어도어)의 신인 뉴진스가 열풍을 일으키며 'Attention'과 'Hype Boy', 'Cookie'를 선두권에 올려 놓았다. 4세대 걸그룹의 간판인 아이브(IVE)와 잇지(ITZY), 세계적인 팝스타로 우뚝 선 3세대 걸그룹 블랙핑크의 기세도 무섭다. 그리고 이 차트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바로 5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소녀시대다. 이들의 신곡 'FOREVER 1' 역시 상위권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5년 만에 컴백한 15년 차 걸그룹

'FOREVER 1'은 소녀시대가 'Holiday'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곡이다. 여덟 명의 멤버는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족적을 남기던 중이었다. 메인 보컬 태연은 동 세대의 가장 성공한 여성 솔로 가수 중 하나로 우뚝 섰다. 윤아와 유리, 서현, 수영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역으로 활약한다. 솔로 가수 활동에 이어 뮤지컬 <시카고>의 주연 배우로 활약 중인 티파니,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주 무대로 활약한 써니, 솔로 뮤지션과 디제이를 넘나드는 효연 등 각자의 활동 영역은 다양했다. 그렇기 때문에, 소녀시대 완전체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모이는 것부터 어려웠다.

그리고 지난 8월 5일, 소녀시대가 정규 7집 < FOREVER 1 - The 7th Album >을 발표했다. 여덟 멤버들의 의지가 일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소녀시대는 이들의 시작점으로 되돌아가보고자 했다. K팝 역사상 가장 성공한 걸그룹인 이들의 시작점에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2007)가 있다. 청량하고도 서정적인 멜로디, 희망적인 가사, 역동적인 군무가 어우러져, 최상의 시너지를 이뤘다. 발표 당시의 성적만 놓고 보면 그룹 최고의 히트곡이 아니지만, 지금은 이 곡이 소녀시대를 정의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만난 세계'로부터 15년이 지나, 소녀시대는 '다시 만난 세계'의 작곡가인 켄지를 찾아갔다. 그렇게 탄생한 신곡 'FOREVER 1'은 철저하게 '다시 만난 세계'를 계승한다. 가사부터 향수를 자극한다. '언제나 너의 곁에 있고 싶은데 널 생각하면 강해져'는 '널 생각만해도 난 강해져(다시 만난 세계)'를, '겁 없이 외치던 말 사랑해 너를'은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다시 만난 세계)'를 연상시킨다. '다시 만난 세계'의 도입부 멜로디가 곡의 후반부 브릿지에 삽입되어 있으니, 기획의도는 더 뚜렷해진다. 오랫동안 아티스트를 지켜온 팬덤에게 바치는 팬송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앨범 수록곡 'You Better Run' 역시 '블랙 소시'라는 콘셉트를 상징하는 'Run Devil Run'의 후속작 격이다. 신보는 소녀시대가 과거에 축적한 레거시와 함께 완성된다.

'다만세' 15년, 각자의 소녀시대를 만나다
 
 그룹 소녀시대

그룹 소녀시대 ⓒ SM 엔터테인먼트


2000년대 후반에 학창 시절을 겪었던 또래들에게, '각자의 소녀시대'는 있었을 것이다. 소녀시대의 팬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나 역시 한치의 오차 없이 군무를 소화하는 소녀들에게 경탄했고, 외우려 노력하지 않아도 그들의 노래를 외울 수 있었다. 남학생들은 소녀시대 멤버들의 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놓기 바빴고, 여학생들은 'Run Devil Run'이나 'Gee' 같은 곡들의 안무를 학교 장기자랑에서 추곤 했다. 그리고 그 학생들이 어엿한 어른으로 자라났을 때에도 소녀시대의 이름은 강하게 남아 있었다. 특히 '다시 만난 세계'는 퀴어 축제와 시위에서 울려 퍼지는 등, 한 세대를 정의하는 송가로 자리매김했다.

피쳐폰 시대에 데뷔한 걸그룹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 앨범 소식을 전한다. 이 컴백은 시대적 맥락 속에서 완성된다. 이번 컴백은 '각자의 소녀시대'를 간직하고 있는 팬들이 과거와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소녀시대에 열광하던 팬들은 대부분 사회인이 되었다. '변치 않는 사랑으로 지켜달라'고 외치던 10대 소녀들도 모두 서른을 넘긴, 완숙한 베테랑이 되었다.

물론 열광은 동 시대인들만의 몫은 아니다. 소녀시대의 컴백을 기념하는 JTBC 예능 프로그램 <소시탐탐>의 마지막 회에서 수영은 "우리를 보면서 자란 세대가 이제는 어엿하게 데뷔하는 세대가 됐구나"라고 말했다. 소녀시대를 지켜 보았던 어린이였던 스테이씨, 아이브 역시 소녀시대를 우상으로 손꼽으며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른다. 소녀시대가 뿌려놓은 씨앗이 어떻게 자라났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난 8월 20일 수원에서 열린 'SMTOWN LIVE' 콘서트에서 소녀시대가 가장 뜨거운 반응을 끌어낸 것 역시, 이런 맥락 속에 있다.

최근 소녀시대의 컴백은 각자의 소녀시대를 간직한 이들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컴백한 소녀시대의 음악 방송 활동은 짧았지만, 무대가 남긴 여운은 길다. 그들의 건재한 칼군무를 보면서 우리는 15년 동안 변한 것, 그리고 변하지 않은 것을 더듬는다.
소녀시대 FOREVER 1 다시 만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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