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이틀째인 24일 평창 올림픽메달플라자 메인 무대에서 뮤지션 선우정아가 공연하고 있다.

개막 이틀째인 24일 평창 올림픽메달플라자 메인 무대에서 뮤지션 선우정아가 공연하고 있다. ⓒ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25일 영화제 측은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해당 사실을 알리며, 폐지를 공식화했다. 지난 6월 말 알려진 강릉국제영화제 폐지에 이어 평창국제평화영화제마저 같은 길을 가게 됐다. 이로써 강원 지역을 대표해 성장 중이던 국제영화제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두 영화제 모두 예산대비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주 이유였다. 강릉국제영화제는 강릉시로부터 약 30억 원,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강원도로부터 18억 원, 평창군으로부터 3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지자체 예산이 9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기에 해당 예산 지급을 중단한 건 사실상 영화제를 폐지하라는 무언의 압력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김진태 도지사 공언하자마자 통보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측에 따르면 예산 지원 중단 사실을 전달받은 건 지난 23일이었다. 강원도 문화국 담당자들과 면담 자리에서 해당 사실을 들은 뒤 이틀 만에 폐지 결정을 내린 셈이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결국 도 예산이 지배적이라 지원이 없으면 행사를 치를 수 없다. 그동안 폐지 관련 여러 말들이 있어서 면담 요청을 꾸준히 했는데 문화국 입장에서도 확정된 게 없으니 나서지 못하다가 23일에야 말을 하게 된 것 같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라 충격적이진 않았다"라고 전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레거시 사업 일환으로 2019년 시작된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올해 총 28개국 88편의 작품을 상영하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정상화를 선언한 바 있다. 강원도 내 최초의 국제영화제로 성장해 온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올해 후원회원 대상 클라우드 펀딩이 목표액의 800%를 달성하는 등 흥행 조짐을 보였다. 또한 해당 영화제의 지원을 받은 영화인들이 작품을 완성해 2023년 개봉을 기다리는 등 가시적 성과도 하나 둘 나오는 상황이었다.
 
예산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런 평가가 상대적으로 부실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영화제가 강원도 등에 제출한 보고서엔 평창영화제 기간 평시보다 체감매출액이 약 46%, 신용카드 매출액도 1억 7천만 원 가량 증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영화제 관계자는 "데이터는 매년 보고서에 담아서 올렸고, 결산 보고서도 꾸준히 올렸지만 결국 평가하시는 분들이 결정하는 거잖나"라며 "올해 행사도 반응이 나쁘지 않았는데 이렇게 돼서 참 안타깝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더욱이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 1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평창국제영화제를 직접 언급하며 예산 지원 중단을 암시한 바 있다. '도 산하 위원회 수를 줄이겠다'라는 김진태 지사의 과거 발언을 확인하는 질문에 김 지사는 "일회성·선심성 행사에 도민 혈세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것도 막을 것이다. 평창평화포럼과 평창국제영화제가 대표적이다. 타당성 없는 보조금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꼭 필요한 곳에 도민 혈세를 쓰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약 2주가 지나자마자 도 문화국에서 지원 중단 사실을 통보한 것이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방은진 집행위원장.

올해 6월 열린 4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개막식 당시 방은진 집행위원장은 폭우 속에서도 단상에 올라 개막 소감을 밝혔다. ⓒ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강원도 측 "문화예술인 지원 정책으로 전환할 것"
 
공교롭게 강릉과 평창영화제가 연이어 폐지된 것에 보수 정권 인사들의 전 정권 흔적 지우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는 과정이 있었는지, 김 지사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인지 묻는 말에 25일 오후 강원도 문화국 관계자는 "도 재정이 어려운 상태라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을 절약하라는 지침이 내려와서 1회성 행사들이 감축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기조도 그렇고,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 지원된) 18억 원의 예산은 다양한 예술인들의 복지 강화를 위해 쓰일 것"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도 영화제 폐지가 안타깝다. 더 이상 예산 지원이 어렵다고 전했는데 영화제 쪽에서 폐지를 결정했다. 우리 결정을 영화제 측도 담담하게 이해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문화국 관계자 설명대로면 해당 예산은 강원도 내 여러 문화예술인 단체 및 예술인을 위해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슷한 논리로 강릉영화제를 폐지한 강릉시는 해당 예산을 출산장려정책에 사용하겠다고 밝히며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사실에 강원도 문화국 관계자는 "우리 또한 강릉영화제 폐지 수순을 보고 같은 결정이 안 나오길 바랐는데 예산 긴축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라며 "강릉시 정책은 우리가 자세히 알 수는 없고, 평창영화제에 투입되던 예산은 소외된 예술인 복지를 위해 쓰는 걸로 말씀드리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강원도의 이같은 결정에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측은 법인 청산 절차를 밟기로 했다. 영화제 관계자는 "올 하반기까지 예정된 순회 상영 등은 정상적으로 진행하되, 한편으론 법인을 청산할 예정이다.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없애는 과정도 어렵다"라며 재차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한편 지난 17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인총연합회 등 국내 진보 및 보수를 대표하는 영화인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일방적으로 폐지를 결정한 강릉시를 비판했다. 평창평화영화제 또한 폐지되며 영화인들의 연대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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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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