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생일이 지나면 한 살을 더 먹지만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되는 대한민국에서는 매년 1월 1일이 되면 전 국민이 동시에 한 살을 더 먹게 된다. 여기에 2002년생까지는 빠른 생일 입학이라는 제도가 있어 매년 1,2월에 태어난 사람은 7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해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사람들과 같은 학년이 되기도 했다. 

빠른 생일 만큼이나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혼란을 주는 제도가 바로 '유급'이다. 유급이란 학교나 직장에서 상위학년이나 직책으로 진급하지 못하는 것인데 문제는 유급한 학생들의 신분이다.

유급생들도 학교에서는 당연히 학생신분이라 '교칙'에 따라야 하지만 학교 밖에서는 학생이라도 '성인'의 나이가 되면 청소년보호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급기야 유급을 한 고등학생과 그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대학생 과외선생의 나이가 같아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 웃지 못할 상황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 바로 지난 2003년 개봉해 큰 사랑을 받았던 김하늘과 권상우 주연의 <동갑내기 과외하기>였다.
 
 신인 감독이 연출하고 신예 권상우가 주연을 맡은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5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신인 감독이 연출하고 신예 권상우가 주연을 맡은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5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 CJ엔터테인먼트

 
주연 맡은 두 편의 영화로 800만 관객 동원

학창시절에 일찌감치 데뷔를 하는 배우들도 많지만 대전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낸 권상우는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조교로 복무하며 병역의무까지 끝낸 후 모델로 데뷔,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서 효동각의 배달원 역으로 연기를 시작한 권상우는 같은 해 영화 <화산고>에서 주인공 경수(장혁 분)에게 학교의 비서를 전수하는 화산의 1인자 송학림을 연기하며 주목을 받았다.

2002년 채림, 소지섭과 함께 <지금은 연애중>에 출연한 권상우는 곧바로 영화의 주연으로 캐스팅됐는데 그 작품이 바로 <동갑내기 과외하기>였다. 권상우가 미국 유학 때문에 2년을 유급한 고등학생 김지훈을 연기한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전국 490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권상우는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통해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휩쓸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통해 무서운 신예로 떠오른 권상우는 그 해 연말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 출연해 4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견인했고 2004년에 개봉한 <말죽거리 잔혹사>로 310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세 스타'로 등극했다.

권상우는 2000년대 중·후반 영화 <야수>와 <숙명>,<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드라마 <못된 사랑>,<신데렐라맨>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슬럼프에 빠지는 듯 했다. 하지만 2010년 영화 <포화 속으로>로 330만 관객을 모았고 드라마 <대물>로 28%의 시청률을 견인하면서 건재를 알렸다. 권상우는 2015년과 2018년에도 <탐정:더 비기닝>과 <탐정: 리턴즈>를 통해 570만 관객을 동원하며 변함없는 티켓파워를 과시했다.

2017년과 2018년 드라마 <추리의 여왕> 시즌1,2에 출연한 권상우는 2020년 모두가 흥행이 어렵다고 했던 <히트맨>으로 240만 관객을 돌파하는 저력을 선보였다. 4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권상우는 작년 3월 오정세, 이민정과 영화 <크리스마스 선물> 촬영을 마쳤고 오는 10월에 방송될 KBS드라마 <커튼콜: 나무는 서서 죽는다>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청순가련 전문 김하늘의 눈부신 연기변신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김하늘(오른쪽)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김하늘(오른쪽)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2000년대 초 나우누리에서 인기를 끌었던 최수완 작가의 소설 <스와니-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소설 <동갑내기 괴외하기>는 최수완 작가가 실제 나이가 같은 고등학생을 과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인데 실제로는 영화처럼 동갑내기 학생과 최수완 작가의 '썸'은 없었다고 한다. 최수완 작가는 대학 졸업 후 이화여대 대학원 국문과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최수완 작가의 원작에 훗날 <연애시대>와 <청춘시대>의 각본을 쓴 박연선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고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연출한 김경형 감독이 영화에 맞게 각색했다. 여기에 영화 주연경험이 전무했던 신예 권상우를 과감하게 주인공 김지훈 역에 캐스팅했는데 권상우는 싸움 잘하는 문제아 김지훈을 매력적으로 표현하면서 500만에 가까운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사실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정말 놀라운 변신을 했던 배우는 바로 '청순가련 전문배우' 김하늘이었다. 드라마 <햇빛 속으로>와 <해피 투게더>,<피아노>,<로망스>, 영화 <동감> 등에서 언제나 여리하고 청순한 캐릭터만 연기했던 김하늘은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통해 문제아를 가르치는 여대생으로 변신해 발랄하고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다. 실제로 김하늘의 연기 폭은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계기로 몰라보게 넓어졌다.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5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모을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12세 이상 관람가라는 낮은 등급도 한 몫 했다. 하지만 폭력과 욕설, 그리고 고등학생의 흡연처럼 교육적으로 썩 좋지 않은 장면들도 꽤 많이 나온다. 특히 고등학생인 지훈은 방안은 물론이고 학교에서 교복을 입고 담배를 필 정도로 '골초'로 나오는데 실제 권상우는 비흡연자라 금연 보조제를 피우면서 촬영을 진행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개봉한 지 4년이 지난 2007년 4월 이청아와 박기웅 주연의 속편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2>가 제작·개봉했다. 짝사랑하는 남학생을 찾아 한국을 방문한 재일교포 여성이 게스트하우스의 아들에게 한국어 과외를 받는다는 내용으로 전편과의 접점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2>는 전국 56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에서도 전혀 재미를 보지 못했다.

공유의 영화 데뷔작 
 
 공유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학교짱을 노리는 종수 역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공유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학교짱을 노리는 종수 역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 CJ엔터테인먼트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송강호의 데뷔작은 김의성의 친구로 나왔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었다. 또 한 명의 '1억 배우' 황정민 역시 서울예대 재학시절이던 1990년 <장군의 아들>에서 술집 지배인 역으로 데뷔했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신인 시절이 있기 마련이다. <부산행>과 <도깨비>로 유명한 배우 공유의 첫 영화는 바로 <동갑내기 과외하기>였다.

많은 배우들이 대사 한 마디 없는 초라한 단역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것과 달리 TV에서 어느 정도 활동 경력이 있었던 공유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학교짱을 노리는 종수 역을 맡았다. 물론 싸움실력은 김지훈에게 상대가 되지 않아 언제나 굴욕을 당하는 역할이다. 심지어 종수는 김지훈이 술집에 갔다며 경찰에 신고하지만 김지훈은 이미 성인의 나이였기 때문에 경찰에 연행되지 않았다. 

지금은 영화보다는 뮤지컬 위주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우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지훈을 짝사랑하며 스스로를 '마들렌'이라고 소개하는 불량학생 호경을 연기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수완은 학교 선배를 짝사랑하는데 수완의 짝사랑 대상인 시경선배를 연기한 배우(?)가 바로 보이그룹 NRG의 메인보컬 이성진이었다. 시경은 자신을 찾아와 수완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는 것에 항의하는 지훈에게 "나는 신부가 될 사람이오"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지훈은 "이거 순 변태 아냐? 남자가 신랑이지, 신부냐?"라고 말하며 시경을 더욱 심하게 구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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