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에도 6위를 유지했다. 지난 11일엔 3위, 14일엔 4위였다. 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이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넷플릭스 TV 쇼 프로그램 부문 전세계 10위권을 유지 중이다.

지난 7월 말 최초로 4위까지 치고 올라간 이후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 왔다. 이를 두고 한류, K-컬처의 전도사이자 연구자인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우영우>가 4위를 찍던 지난 15일 "<갯마을 차차차>의 성공모델"이라 평하기도 했다.

유럽과 북미, 남아공 및 자메이카를 제외하고 아시아를 기반으로 세계 전 지역에서 10위 안에 진입하며 남다른 인기를 입증한 예상치 못한 성공 사례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로튼 토마토 관객 점수는 80%, IMDB 평점도 9.1이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K-팝 팬들이 <우영우>를 응원 중이다. 외신의 평가도 만족스럽다. CNN 비즈니스는 <우영우>를 두고 '제2의 <오징어 게임>'이라 언급했다.

또 블룸버그는 앞서 <킹덤> 등을 제작한 <우영우>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써내려가고 있는 성공 스토리를 주요하게 다뤘다. 싱가포르, 인도 등 <우영우>의 인기를 조명하는 국가들도 영미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신생 채널 ENA도 확 떴다. 1화 0.948%로 출발한 시청률은 9화 15.78%(닐슨코리아 케이블 기준)까지 찍었다. '우영우 신드롬'에 힘입어 제작사인 에이스토리는 <우영우> 웹툰을 연재 중이다. 향후 굿즈 판매도 예고했다. 이어 각기 다른 창작진과 배우로 만드는 뮤지컬 제작을 확정했다. '우영우 IP'의 다각화를 현실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는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영우> 시즌2 제작을 공식화하며 2024년 방영을 목표로 제시했다. 시즌2 제작이 현실화된다면 박은빈은 <청춘시대>에 이어 시즌제 드라마에 두 작품이나 출연하는 흔치 않은 배우가 된다. <우영우> 인기의 일등공신인 박은빈의 선구안이 빛나는 대목이다.

제작진도, 시청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영우>의 이 같은 성공을 예상한 이가
얼마나 됐을까. 이러한 외적인 성공은 자폐인 변호사의 성장 서사와 법정 드라마를 완숙하게 조화시킨 서사와 연출의 힘에서 비롯됐을 터.

시청자들은 자발적으로 그 완성도에 화답했다. 듣도 보도 못했던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을 끌어 올리는 것은 물론 <우영우>가 드라마 전편을 통해 제시한 화두들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며 생산적인 논쟁을 이어갔다. 완성도만 뛰어나다면 플랫폼이 어딘지는 중요치 않다는 콘텐츠 시대, OTT 시대의 현주소를 <우영우>가 전 세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입증해낸 것이다.

이상한 우영우가 입증해낸 것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 장면.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 장면. ⓒ ENA

 
'이거 또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아닌지 모르겠네.'

<우영우> 2화가 끝난 직후, 일부 커뮤니티 사용자들이 제기한 의문은 이랬다. '우문'이 아니라 '현문'이었다. 자폐인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그 주인공이 종종 공익 변론도 한다. 1화 속 사건은 치매 걸린 남편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노년 여성의 폭행사건이었다. 2화 '흘러내린 웨딩드레스' 속 의뢰인은 정략 결혼하려던 남편이 아닌 여성 선배를 사랑해왔던 것으로 밝혀진다.

애당초 편성 자체가 쉬웠을 리 없다. 애초 자폐인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을 때부터 제작진은 작정했을 것이다. 이 '이상한' 변호사의 '이상한'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가. 또 누굴 어떻게 변론하는가. 그러면서 어떤 현실과 맞닥뜨리게 되는가. 맞다. 이 '작정'이 핵심이다. 우영우가 어떤 현실을 보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게 만드는가야말로 <우영우>가 작정하고 배치한 의도들이 스며든 주제일 터다.

복잡하거나 배배 꼬지 않은 그 의도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가닿았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비롯해 <우영우>를 통해 자폐인과 자폐 스펙트럼의 실상을 조명하고 극과의 차이를 비교하는 갖가지 기사 및 유튜브 콘텐츠들이 쏟아졌다. 이를 넘어 발달장애인이나 장애인이 처한 현실과 그에서 비롯된 한국사회의 이면들도 차례로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미국과 일본에서 리메이크된 <굿닥터>(서번트 신드롬을 앓고 있는 젊은 외과 의사의 이야기)가 미처 불러오지 못했던 '우영우 효과'는 분명 힘이 셌다. 자폐 스펙트럼 관련한 갖가지 유튜브 콘텐츠들이, 기사들이 넘쳐났다. 그 자체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2차 텍스트들이 논의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약 3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씨리얼>이 제작한 <우영우 공감하나요? 다양한 스펙트럼의 자폐인에게 물었다> 2부작도 그중 하나였다. 1996년생 자폐 당사자 아들을 둔 어머니 조하진씨는 아들을 대신해 이렇게 말했다. <우영우> 현상은 이렇게 자폐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됐다.

"저는 이번에 이렇게 드라마 주제, 소재로 자폐가 나왔다는 것이 남들은 뭐라고 해도 저는 좋은 거 같아요. 만약에 누군가가 내 앞에서 자폐가 다 우영우처럼 그래? 아니에요. 자폐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해서 우영우만 있는 간 아니에요.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거죠."

작정이란 표현을 쓴 것도 그래서다. <우영우>는 예상 가능한 질문이나 논란들을 감안했다는 듯 민감한 질문들을 에둘러가지 않는다. 아니, 정면돌파한다. 이를테면, 초반에 해당하는 3화 '펭수로 하겠습니다'에서 우영우와 달리 이른바 '고기능'을 가지지 않은 자폐인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리는 식이다. 9화에선 지적 장애인의 성과 사랑이란 민감한 소재를 건드렸다.

특히 10회는 마치 '우영우가 화제가 될수록 여성 (발달) 장애인들이 성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라는 일반적이고 현실적인 우려를 충분히 감안했다는 듯, 자폐인인 우영우의 연애와 대비하며 나름의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그렇다면 '당사자들의 사랑은?', '그들을 보해해야 하는 부모나 가족의 심정은?'이란 질문을 던지는 데 만족한다. 그 질문이 극의 전개 과정에서 꽤나 신중하고 세심하게 진행됐음은 물론이다.

시즌2를 기대하며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 장면.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 장면. ⓒ ENA

 
공정과 능력주의 이슈도 중반부 가장 큰 논쟁 거리였다. 동료 변호사 권민우가 우영우의 채용 과정을 문제 삼고 공정성 이슈를 제기하는 대목들은 장애인을 향한 일반인들의 인식이나 사회적인 시선, 제도적인 허점들과 맞물리면서 그 의미가 더 확장됐다. 더불어 20대 남성인 권민우의 논리를 접한 시청자들은 작금의 이대남 현상이나 젠더 이슈를 소환시키기도 했다.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서울대 법대 1등 출신' 우영우의 로펌 생활과 특혜 채용 여부를 둘러싼 권민우와의 갈등 묘사도 엇비슷한다. 이러한 소재나 캐릭터의 출발 자체가 한국사회에 만연된 능력주의를 지시하는 것을 넘어 이를 은연중에 강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 역시 유의미하다.

<우영우>는 대체로 현실 속 실화 사건을 그대로 가져왔다. 실화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면서 현실을 반영하고 모방한다. 그렇게 직조한 서사가 다시 작품 밖 현실과 조응하면서 백가쟁명 식의 논의를 끌어낸다.

주장과 주장이 변증법적으로 승화된다. <우영우>라는 '판타지'가 호명한 현실이 풍성해 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돌출된 어이없는 흠집 잡기는 일종의 소셜 미디어 시대의 부작용이자 화제성에 기대 수익을 올리려는 일부 세력의 도발이었다(관련 기사 : 왜곡해석으로 우영우 때린 구독자 100만 사이버렉카). 

그러한 정면 돌파의 과정이 탄탄한 완성도에서 비롯됐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장점이다. <우영우>는 '한드'로서는 보기 드물게 변론 과정이나 법정 장면이 쫄깃하고 개성 넘친다.

출생의 비밀은 있지만 신파는 없다. 우영우와 친모 태수미 변호사와의 만남 장면에서 볼 수 있듯 <우영우> 속 감정선은 세심하되 쿨하고 배려가 넘치지만 과하지 않다. 작가가 존경할 만한 40대 남성 선배 상으로 제시한 정명석 변호사를 비롯해 우영우 주변인물들은 물론 사건 관계인들 역시 기능적으로 소비되지 않는 것 또한 <우영우>의 미덕이다.

우영우의 연애 과정도 그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우영우>는 전반부를 '자폐인 변호사' 정착기로, 후반부를 '인간 우영우의 성장 서사'로 채웠다. 그 과정에서 결코 쉽지 않은 우영우의 연애사를 그리는 것 자체가 차별화된 서사와 추구하는 가치 모두를 아우르는 방식으로 내달리는 중이다. 후반부, '봄날의 햇살' 최수연과 권민우와의 애정사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원성과는 별개로 말이다.

자폐인 변호사의 성장 서사가 현실과 어떻게 조응하는가. 이를 넘어 드라마라는 판타지가 어떤 방식으로 '현실에의 말걸기'를 시도하고 어떤 수위와 톤으로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 

한국사회와 전 세계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우영우>의 문제제기가 시즌2로 이어지길 바라 마지않는다. 누군가 우려했던 그 'PC함'을 잃지 않은 채로 말이다. 
우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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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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