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회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식

2021년 3회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식 ⓒ 강릉국제영화제

 
강릉국제영화제 폐지에 대해 영화단체들이 17일 성명을 통해 "국제영화제는 지자체장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강릉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한국영화인총연합회 등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영화단체들은 "문향의 도시 강릉의 정체성을 살려 문학과 영화의 연계점을 축제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해 온 영화제 측과 제4회 개막을 기다려 온 해외 및 국내 영화인들과 관객들은 이 일방적 폐지 결정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라며 사전 논의 없는 일방적인 폐지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특히 "'영화계의 다보스포럼'으로 꼽히는 '강릉포럼'은 어느 국제영화제도 해내지 못하는 국제행사로, 올해는 국제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칸‧ 베를린‧베니스 등 3대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었다"며 "개최를 불과 몇 달 앞두고 주최 측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스스로 먼저 깨고 만 상황이 야기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화제의 존폐를 지자체장이 일방적으로 단칼에 결정하는 것은 영화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시민‧관객들의 의사와 권리를 침해하는 반 문화적 행태이다"라며 김홍규 강릉시장을 비판했다.
 
강릉국제영화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홍규 강릉시장이 인수위 구성 때부터 폐지 방침을 밝혔고, 결국 강릉시가 지원한 예산이 회수되면서 지난 7월 26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4회 영화제 개최 중단을 결정했다.
 
강릉영화제 측은 "지난 6월 28일 김홍규 강릉시장 당선자가 김동호 이사장에게 강압적으로 영화제 폐지를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라며 강압에 따른 중단임을 강조했다. 또 "영화제는 중단하지만, (사)강릉국제영화제 법인은 당분간 존치하면서 새로운 방향과 진로를 모색하기로 결정했다"며 호락호락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엿보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과 비슷한 논리로 영화제 폐지
 
강릉영화제 폐지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홍규 시장의 공약이다. 김 시장은 "지원 예산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것"을 폐지 이유로 들었다. "코로나 정국에도 억지로 시행해서 천 명 관객 들고 400만 수입 올린다는 이런 이야기를 시민들이 알게 되면 시민들이 이 영화제를 환영할까요?"라는 것이 김 시장의 인식이다.
 
하지만 영화계는 강릉시장의 인식이 한심하다는 반응이다. 강릉시장의 논리가 이명박 정권 시절 블랙리스트로 국제영화제를 옥죄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문화예술계 좌파청산을 외치던 이명박 정권은 영화제가 수익이 10%도 안 된다는 논리로 낭비성 행사로 규정하고 예산을 삭감했었다.

영화제로 인한 국제적 인지도 상승과 도시 이미지 제고 등 다양한 생산유발 효과를 제외한 일방적인 논리를 내세워 국내외 영화인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강릉시도 같은 논리를 내세우면서 영화계에서는 이명박 정권 시절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국제영화제들이 온라인으로 전환하며 위기를 겪은 상황에서 이제 첫걸음 뗀 지 얼마 안 되는 영화제의 수익성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영화산업에 대해 무지함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강릉영화제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오프라인 영화제를 개최하고 이후 영화산업의 방향을 논의하는 장을 만들면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일부 지자체장 반문화적 행태 성토
 
 2021년 3회 강릉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등장한 정우성, 조인성 배우

2021년 3회 강릉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등장한 정우성, 조인성 배우 ⓒ 강릉국제영화제

 
영화인들이 단체 성명을 통해 강릉시장을 규탄한 것은, 성명에 밝힌 것처럼 "약관을 넘긴 국제영화제가 몇 안 되는 우리의 국제영화제들은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특히 "강릉 외 다른 일부 지자체에서도 예산 및 행정지원을 내세워 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비슷한 상황인 강원 지역의 또 다른 영화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 영화인들은 한국영화계와 한국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일부 지자체장의 반문화적‧근시안적 행태를 성토하며 강력한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라며 "정치권의 오판을 더이상은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바이다"라는 결의는 정치적 논리가 영화제 탄압에 이용되는 데 맞서겠다는 영화인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영화단체의 한 관계자는 "여권 실세가 강릉영화제를 싫어했기 때문에 없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은 해외영화제 수상했다며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같은 정당 지자체장은 영화제가 낭비라고 끊는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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