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넘어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한식'의 진정한 정의는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 한식은 우리 나라 고유의 음식만을 의미했다면, 새롭게 만들어진 '한식진흥법'에서는 그와 관련된 자원-활동 및 음식문화까지 포괄하는 뜻으로 확대됐다.
 
그렇다면 만일 카르보나라에 삼겹살을 넣어 한국식으로 먹는다면 한식일까 아닐까? 홍신애 요리연구가는 "한국인이 먹는 현재의 음식은 모두 한식이다"라고 정의했다.

한편 약간 다른 결을 주장한 미국인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한식과 한국음식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한국 음식의 여러 가지 장르 중 하나가 한식이다. 한식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는 한식만의 기법이나 특정재료를 활용해야 한다. 한식은 한국만의 '얼'이 깃들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처럼 오늘날 넓은 의미에서 한식이란 먹는 의미의 식(食)을 넘어 한국 방식의 음식과 조리-소비 방식 등 음식문화 전체를 아우르는 의미의 한식(式, 방법 식)으로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SBS <식자회담>의 한 장면.

SBS <식자회담>의 한 장면. ⓒ SBS

 
8월 16일 첫 방송된 SBS <식자회담>은 2021년 방송된 <아이디어 리그>에 이은 '국가발전 프로젝트' 2탄으로 한식의 산업화-세계화를 주제로 한 6부작 경제 토크쇼를 표방했다. 방송인 전현무와 이찬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함께 MC를 맡았고, 홍신애와 타일러가 고정 게스트로,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이명욱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김숙진 CJ제일제일당 그룹장이 '오늘의 식자단'으로 출연했다.
 
한국 영화, 드라마, 음악, 아이돌 등 K-컬처가 글로벌 브랜드로 떠오르며 덩달아 K-음식들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K컬처가 오늘날 세상에서 각광받는 것처럼, 한식이 산업화가 된다고 생각하면, 물류나 유통, 관광, 문화 등에 상당히 큰 파급효과가 있다. 한식의 산업화가 곧 대한민국 국가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라면과 빵, 만두 등은 최근 해외 각국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음식들도 과연 한식이라고 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하여, 최태원 회장은 "더이상 전통 한식에만 국한해서 한식을 정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산업화의 대상으로 한식의 의미를 넓게 보고 새롭게 정의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의 매운 맛을 세계에 알린 불닭면은 2017년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고, 2022년 현재 4억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해외판매량만 약 30억 개에 이르고 이는 전세계인구로 치면 약 40%에 해당한다. 국내 외식업계에서는 '매운 걸로 승부하면 3대가 먹고 산다'는 격언이 있을 정도다.
 
김정수 부회장은 딸과 명동에 놀러갔다가 많은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제대로 맵게 만들어볼까'라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매운 라면의 핵심인 소스를 개발하는 데만 약 2년이 소요되었고 맛 개발에 쓰인 소스양은 무려 2톤에 이른다고. 여기에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관심으로 시작된 '매운맛 챌린지' 등이 국내외 누리꾼들의 관심과 유튜브 등에서 폭발적인 조회수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온라인 마케팅의 신기원을 이뤘다.
 
또한 최근의 음식 산업은 K-컬처를 이용한 마케팅을 빼놓을 수 없다. SNS나 영화-드라마 속 먹방-음식 장면들을 통하여 화제가 되면서 마케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끈 아이돌 BTS의 지민이 불닭면을 즐기는 모습이 팬덤을 중심으로 큰 광고효과를 불러온 바 있다.
 
이명욱 이사는 K팝의 영향력에 대하여 "우리가 세계화를 추진하는 이유가 단순히 제품이나 콘텐츠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위상과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K팝은 한식 산업화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숙진 그룹장은 '강남스타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 싸이를 모델로 기용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K팝 스타 마케팅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제품 1차구매에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반복구매를 위해서는 제품력이 갖춰져야 시장이 형성되고 로얄티가 받쳐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만두는 중국 덤플링과 일본 교자를 밀어내고 '현지화' 전략을 통하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숙진 그룹장은 100개가 넘는 만두 중 통하는 종류만 남기는 인앤 아웃 전략을 통하여 '65개의 맛'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 기준은 한식의 본질로 꼽히는 '건강과 밸런스'라고.
 
나라마다 선호하는 고기와 향신채의 종류가 다르다. 한국이 돼지고기와 부추의 조합이 익숙한다면, 미국은 치킨과 고수를 더 선호하는 식이고, 세계적인 트렌드에 따라 공통으로 선호하는 비건(채식) 메뉴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만두 시장은 2020~2021년 기준, 단일품목으로만 수익 1조 원을 초과달성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물론 실패한 메뉴도 있다. 김 본부장은 유럽에서 추수감사절에 즐겨먹는 칠면조와 크랜베리를 조합한 메뉴를 꼽았다. 타일러는 만두 자체가 유럽에서 익숙하지 않은 메뉴인데, 칠면조 크랜베리라는 더 낯선 조합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중의 생소함을 실패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김 본부장도 공감하며 국가별로 베스트 메뉴를 먼저 선정하고 옵션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포트폴리오를 통한 최적의 메뉴선정, 성공과 실패 원인에 대한 빠른 분석과 피드백 등이야말로 한식 산업화를 위한 키워드로 꼽힌다.
 
 SBS <식자회담>의 한 장면.

SBS <식자회담>의 한 장면. ⓒ SBS

 
이명욱 이사는 K-베이커리의 성공 비법으로 휴면 반죽기술(갓 만든 반죽을 휴면 상태로 만들어 60일간 신선도 유지)을 통한 '다품종 대량생산'을 강점으로 꼽았다. 수작업 위주의 해외 베이커리 시스템에 비하여 짧은 시간에 300여 종의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며 빵 백화점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휴면 반죽은 세계 어디에서든 동일한 맛과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또한 2020년에는 전통 누룩과 김치에서 자체개발한 발효종을 통하여 특허를 얻어내기도 했다. 이 이사는 "이러한 토종 효모를 통하여 이뤄낸 빵이기에 더더욱 한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식 베이커리의 연간 판매량은 10억 개에 이르며 해외 매장은 약 450여 개에 이른다.

물론 전세계 푸드산업시장을 놓고보면, 성공했다는 한식 사업의 규모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기업인 전문가들은 '한식의 산업화'라는 측면에서 점수를 매겼을 때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모두 10점 만점에 2~5점 내외의 박한 점수를 줬다. 김숙진 그룹장은 "한국인이 한식 이외의 음식을 일주일에 1~2번은 먹는다면, 외국인들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한식은 아직 세계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은 아니다"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한식 산업은 국가 발전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명욱 이사는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다는 자동차와 IT산업과 비교하여 "세계 푸드산업의 규모는 약 1경(9900조)에 육박하며 이는 자동차와 IT산업을 합친 이상"이라고 설명하며 "앞으로 한국을 이끌어갈 제 2의 삼성-현대가 나온다면 식품 회사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숙진 그룹장은 "음식은 문화이고 문화는 국격을 보여준다"면서 "소위 미식이라고 했을 때 프랑스나 일본, 태국 음식 등을 이야기하지만 한식은 아직 그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식의 맛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국격으로 연결시키는 문화산업을 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한식 산업화에 있어서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일까. 김숙진 그룹장은 다시 한번 '현지화'를 언급했다. 기업이 해외시장 개척을 위하여 국가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음식 메뉴를 선정하기 전에 '다른 나라의 식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가', '현지에서 선호하는 음식들과 비교하여 단가를 맞출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한다고.
 
K-만두의 사례만 봐도 북미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남미에서 실패한 이유는, 고기 자체가 풍부한 특성상 굳이 만두같은 가공육을 먹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라마다 환경과 상황은 천차만별이기에 이를 철저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낭패를 보기 쉽다.
 
각 나라의 식품 규제와 규정에 대한 선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홍신애 연구가는 이에 덧붙여 음식에 포함될 '성분에 대한 장벽'도 원재료와 국가별 규제가 각기 전혀 달라서 식품수출에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명욱 이사는 유럽의 사례를 예로 들며 "EU에서는 유가공제품의 수입이 불가해서 우유가 들어간 빵을 수출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중동 시장에서는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하는 할랄 푸드가 아니면 빵을 만들 수가 없으며 말레시아에 할랄베이커리를 전문으로 하는 공장을 건설중이라고.
 
마켓은 각 나라의 문화와 유통을 한눈에 둘러보기에 최적의 장소다. 전세계에 위치한 식자단이 직접 출동하여 랜덤 마트 투어를 통하여 한식의 위상과 인기를 살펴봤다. 싱가포르-미국-사우디아라비아-프랑스 등 어느 나라에서도 이제는 한국 음식제품 코너를 찾아볼 수 있었고 현지 대중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한국에는 스타벅스나 맥도날드같은 세계적인 프랜차이즈가 없다'는 아쉬움을 거론하는 이들이 많다. 이명욱 이사는 "없는 게 아니라 이제 곧 탄생시켜가고 있다"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프랜차이즈의 핵심 성공요인은 상생이다. 고객과 가맹점, 본사같은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꼽았다.
 
또한 타일러는 산업화의 기본인 '표준화-대량화'의 성공사례로 미국 맥도날드의 예를 거론했다. 성장기 과정에서 치밀하게 설계하여 일원화된 주방구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것이 체계적인 매장운영의 근간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홍신애는 한식 사업 종사자의 입장에서 반찬 가짓수가 많은 한식의 애로사항을 지적했다. 흔히 3첩 반상이라고 할 때 우리가 잘못 알고있는 것과 달리 밥과 국, 김치, 장 등은 첩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 많기에 손이 많이 가는 반면 수익이 나기는 어려운 구조다. 외식에 비하여 한식 가격에는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대중의 인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어느 정도 합의된 매뉴얼화를 통하여 돈이 되는 한식 상차림에 대한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
 
김숙진 본부장 역시 한식 상품 개발을 위하여 '콘셉트 기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식을 소비하게 하는 것은 단순히 먹는 행위를 넘어서 즐거운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다. 피자와 햄버거 등 간편하게 즐길 수도 팔 수도 있는 음식들에 비하여, 준비도 식사과정도 오래 걸리는 한식을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한식 자체를 좀더 간편한 형태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 음식이나 제품의 해외 표기 방법도 걸림돌이다. 표기 오류는 한식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며, 과거 한때 물냉면은 워터 콜드면, 육회를 식스타임같은 콩글리쉬로 표기했다는 웃지 못할 실화로 있다. 한식 메뉴 방식을 통일화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패널들의 반응이 4대 4로 팽팽하게 엇갈렸다.
 
반대파인 타일러는 표기를 통일해도 지역과 문화, 언어에 따라 다르게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찬성파인 최태원은 일본의 '스시'를 예로 들며 외국인 입장에서 기억하기 수월하고, 통일되지 않은 표기는 한식의 산업화에 방해 요인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에 타일러는 일본어는 다른 언어로 옮기기 쉬운 언어라며 구조가 복잡한 한국어와 똑같이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고 재반박했다.
 
역시 표기 통일화에 반대하는 이명욱 의사는 해외에서의 경험을 예로 들며 "우리가 이름을 정한다고 해서 똑같이 되지는 않더라. 나라별 언어구조에 맞는 이름 사용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김정수 부회장은 고추장을 예로 들며 다른 고추 소스들과 혼동을 피하기 위하여 현재는 통일된 표기로 정착되었다며, 정부나 기업의 협의를 통하여 통일된 표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패널들은 한식의 산업화를 위한 각자가 생각하는 필수조건을 이야기했다.김정수 부회장은 '국가 브랜딩'을, 이명욱 이사는 '과학과 기술'을, 김숙진 그룹장은 '전략적 컨트롤 타워'를 통한 한식 산업화의 통합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국내에서 막연하게 한류열풍을 타고 한식이 높은 인기를 끄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일시적인 화제성과 연속성있는 산업화로의 발전은 엄연히 별개의 영역이다. 한식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K컬처와 연계한 브랜딩, 국가별로 유연한 형태의 현지화, 장비-유통-표준화 등을 위한 기술력 및 푸드 테크놀로지, 전략적 컨트롤타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건들을 필요로 한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국뽕'에 도취된 막연한 시각이 아닌, 한국의 미래산업으로서의 한식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현 주소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많은 노력과 준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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