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리모컨이 없는 전자제품을 찾기 어려워졌지만 1980년대 부유한 가정을 중심으로 컬러TV와 함께 리모컨이 보급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TV를 켜기 위해선 TV 앞으로 가야 하는 게 당연하던 시대에 방이나 거실 반대편에서 버튼만 누르면 TV를 켜고 끄는 것은 물론 채널을 바꾸고 음량을 조절할 수 있는 리모컨은 말 그대로 '혁신'이었다(물론 당시엔 EBS와 AFKN을 포함해 채널이 5개가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리모컨 사용이 익숙해지고 선풍기와 에어컨, 세탁기, 장난감까지 전기를 이용하는 많은 전자제품들에 리모컨이 등장하면서 이제 리모컨은 가정의 골칫거리가 되기 시작했다. 가정의 구성원들이 리모컨을 사용하고 지정된 장소에 두지 않으면 리모컨을 찾기 위한 소동(?)이 벌어지기 일쑤다. 여기에 점점 복잡해지는 리모컨 사용법 때문에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연로한 어른들은 편리한 리모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이에 하나의 리모컨으로 여러 대의 전자제품을 작동할 수 있는 '만능 리모컨'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가정에 있는 전자제품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끔 '시간을 멈춘다거나 과거 또는 미래로 갈 수 있는 기능이 있는 리모컨이 있으면 어떨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지난 2006년에 개봉했던 프랭크 코래치 감독의 영화 <클릭>에 등장하는 리모컨처럼 말이다.
 
 국내 개봉 당시 전국 37만 관객에 그쳤던 <클릭>은 포털사이트에서 9점이 넘는 네티즌 평점을 받고 있다.

국내 개봉 당시 전국 37만 관객에 그쳤던 <클릭>은 포털사이트에서 9점이 넘는 네티즌 평점을 받고 있다. ⓒ 소니픽처스코리아

 
대중지향적인 영화만 전문으로 출연하는 배우

뉴욕에서 태어나 10대 시절부터 코미디클럽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던 아담 샌들러는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는 동안에도 코미디 활동을 이어가다가 1990년부터 1995년까지 TV쇼 < SNL >의 크루로 활동했다. 당시 샌들러와 함께 < SNL > 크루로 활동했고 현재까지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은 <오스틴 파워>, <슈렉>의  마이크 마이어스와 <나 홀로 집에2>의 벨보이 역으로 유명한 롭 슈나이더 등이 있다.

<백만장자 빌리>,<해피 길모어>에서 각본과 주연을 맡으며 할리우드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샌들러는 1998년 드류 베리모어와 호흡을 맞춘 <웨딩싱어>를 통해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샌들러는 1999년 <빅 대디>와 2002년 <펀치 드렁크 러브>를 성공시키며 흥행배우로 올라섰고 2003년에는 아카데미 3회 수상에 빛나는 대배우 잭 니콜슨과 함께 <성질 죽이기>에 출연했다.

2004년 드류 베리모어와 재회한 <첫 키스만 50번째>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강세를 이어간 샌들러는 2006년 따뜻한 가족 코미디 <클릭>에 출연했다. 일에 치여 사는 평범한 가장이 어느 날 '만능 리모컨'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클릭>은 825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2억4000만 달러를 벌어 들이는 준수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2007년 9.11테러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룬 <레인 오버 미>에 출연하며 변신을 시도한 샌들러는 2007년 <척 앤 래리>, 2008년 <베드타임 스토리>, 2010년 <그로운 업스> 등을 통해 꾸준한 활동을 이어갔다. 물론 샌들러에게도 흑역사가 있었는데 2011년 알 파치노, 케이티 홈즈와 함께 출연한<잭 앤 질>이 대표적이다. 샌들러는 <잭 앤 질>을 통해 그 해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10관왕의 전설(?)을 쓰고 말았다.

사실 코미디언 출신 배우들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샌들러 역시 철저히 대중지향적인 코미디 영화 위주로 출연하다 보니 평단에서는 좋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관객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영화에 출연하는 샌들러는 소위 '대박' 작품은 많지 않지만 언제나 관객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들로 커리어를 채우고 있다. 알 파치노와 잭 니콜슨, 수잔 서랜든 같은 대배우들이 샌들러의 영화에 기꺼이 함께 하는 이유다.

웃음과 감동이 뒤섞인 가족 코미디
 
 <클릭>의 주인공 마이클 뉴먼은 우연히 얻게 된 리모컨을 통해 인생의 많은 변화를 경험한다.

<클릭>의 주인공 마이클 뉴먼은 우연히 얻게 된 리모컨을 통해 인생의 많은 변화를 경험한다. ⓒ 소니픽처스코리아

 
샌들러는 벤 스틸러와 함께 국내와 미국 현지의 인지도 차이가 가장 큰 배우로 꼽힌다. 미국을 대표하는 코미디 배우 샌들러는 현지에서는 실패하는 작품이 거의 없지만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2007년 2월에 개봉한 <클릭> 역시 전국 37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하지만 <클릭>은 17일 현재 N포털사이트에서 네티즌 평점 9.14점의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클릭>은 평범한 가장이 우연한 기회에 전지전능한 능력을 얻게 된다는 설정이 2003년에 개봉했던 짐 캐리 주연의 <브루스 올마이티>와 꽤나 유사하다. 하지만 <브루스 올마이티>의 브루스가 그랬던 것처럼 <클릭>의 마이클(아담 샌들러 분) 역시 자신에게 생긴 능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진 않는다. 주인공들이 경제적 사심을 챙기는 순간 가벼운 코미디였던 영화의 장르가 범죄 스릴러로 바뀌기 때문이다.

마이클의 리모컨은 매우 뛰어난 기능을 자랑하지만 사용자가 특정기능을 사용한 걸 기억했다가 자동으로 발동해 버리는 부작용도 있었다. 급기야 '승진할 때까지 빨리 감기'라는 기능을 사용한 것 때문에 마이클은 10년이 지나서 깨어나게 되고 사랑스런 아내 도나(케이트 베킨세일 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들의 수영코치와 재혼해 버렸다. 마이클은 그의 바람대로 유명건축가가 됐지만 그가 꿈꾸던 '행복한 인생'을 살지 못한 것이다.

<클릭>은 가족코미디를 지향하는 영화답게 중반까지 웃긴 장면을 보여주다가 후반부엔 가족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감동적인 장면들이 등장한다. 특히 마이클의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 마지막으로 찾아와 '사랑한다, 아들아'라고 말하는 부분을 반복적으로 돌려보는 장면은 <클릭>의 최고 명장면이다. 신혼여행을 미루고 일을 하러 가는 아들을 빗속 질주 끝에 붙잡아 "가족이... 최우선이야"라고 말하는 장면 역시 <클릭>의 대표적인 '눈물벨'이다.

<클릭>을 연출한 프랭크 코라치 감독은 1995년 <라스트 리벤지>로 데뷔해 1998년 <웨딩 싱어>를 연출하며 샌들러와 함께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1998년 <워터보이>를 만든 코라치 감독은 2004년 성룡 주연의 < 80일 간의 세계일주 >를 연출했고 2006년 <클릭>에 이어 2014년에는 샌들러와 드류 베리모어가 3번째로 만난 <블렌디드>를 선보였다. 필모그라피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코미디 장르에 특화된 감독이다.

<언더월드> 셀린느가 사랑스런 가정주부로
 
 <언더월드>의 여전사 케이브 베킨세일은 <클릭>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변신했다.

<언더월드>의 여전사 케이브 베킨세일은 <클릭>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변신했다. ⓒ 소니픽처스코리아

 
2001년 마이클 베이 감독의 <진주만>에서 간호사 에블린 존슨을 연기했던 배우 케이트 베킨세일은 2003년부터 5편에 걸쳐 제작된 <언더월드> 시리즈에서 뱀파이어 전사 셀린느 역으로 유명세를 탔다. 2004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에비에이터>에 출연한 베킨세일은 2012년 <토탈 리콜> 리부트에서는 원작에서 샤론 스톤이 맡았던 더그(콜린 파렐 분)의 아내 로리를 연기하기도 했다.

베킨세일은 <클릭>에서 마이클의 아내 도나 뉴먼을 연기했다. 도나는 자상한 아빠이자 다정한 남편인 마이클과 행복한 부부생활을 이어가지만 리모컨을 얻은 마이클이 점점 변해가는 것을 보다 못해 마이클과 헤어지고 아들의 수영코치와 재혼한다. 물론 이는 마이클이 경험한 '가상의 인생'에서 벌어진 일이고 마이클이 정신을 차리고 집에 돌아왔을 때 도나는 여전히 마이클만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아내로 남아 있었다.

마이클은 마트 창고에서 수상한 남자 모티를 만나 리모컨을 받아온다. 마이클은 어디선가 나타나 리모컨 사용법을 알려주는 모티 덕분에 빨리 승진하지만 알고 보니 모티의 정체는 '죽음의 천사'였다. 하지만 착한 천사였던 모티는 리모컨을 통해 마이클에게 교훈을 주고 떠난다. 모티를 연기한 크리스토퍼 워컨은 1979년 미국 아카데미 남우조연상(<디어 헌터>), 2003년 영국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캐치 미 이프 유 캔)>을 수상했던 배우다.

80년대 외화를 즐겨본 중·장년층 대중들이라면 자율주행과 함께 사람과의 대화가 가능했던 최첨단 자동차 '키트'를 타고 온갖 사건들을 해결하던 외화시리즈 <전격 Z작전>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키트를 운전하던 멋진 배우가 바로 데이비드 핫셀호프다. <전격Z작전> 이후 알코올 중독 등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보낸 핫셀호프는 <클릭>에서 마이클의 얄미운 보스 미스터 엠머를 연기해 시간을 멈춘 마이클에게 심하게 구타를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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