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찬 작가의 카페 시리즈.

장동찬 작가의 카페 시리즈. ⓒ 장동찬

 
배우 하정우가 지난해 3월 10번째 회화 개인전을 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이른바 '집콕' 상황과 연기 활동 사이에 그린 35점을 전시했다. 같은 해 7월 하정우는 본인 작품들을 카카오와 함께 NFT(대체 불가능 토큰) 형태로 작업해 경매에 내놓기도 했다. 하정우 외에도 구혜선 역시 꾸준히 화가로서 활동 중인 영화인 중 하나다.

사진작가들도 여럿이다.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던 지난해 10월 초 부산에서 첫 번째 개인전 <너의 표정>을 열었다.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를 펴낸 지 5년 만이다. 배우 류준열도 2020년 11월 개인전 < Once Upon a Time... in Hollwood >를 열었다. 배두나를 비롯해 사진집을 출간한 배우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영화 일을 하며 쌓은 또 다른 예술적 감수성을 발휘하는 영화인 명단에 제작자 한 명을 추가해야 할 듯 싶다. 지난 8월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인사동 '나무아트'(구 나무화랑)에서 개인 사진전 <일상의 위로>를 개최한 장동찬 작가(Kevin DC Chang)가 그 주인공이다.

또 한 명의 사진 찍는 영화인 
 
 장동찬 개인전 '일상의 위로'.

장동찬 개인전 '일상의 위로'. ⓒ 장동찬

 
 장동찬 개인전 '일상의 위로' 중.

장동찬 개인전 '일상의 위로' 중. ⓒ 장동찬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마시는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평범한 매일의 모든 순간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종교적으로 말하면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 - 장동찬 작가, '카페 시리즈1' 작품 의도 중에서

'일상의 위로(Comfort of everyday life)'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전시는 영화계에서 26년간 다채로운 경력을 쌓아온 장 작가가 일상과 영화 작업 과정에서 길어 올린 다양하고 감각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영화 <하얀방> <러브픽션> <직지코드>의 프로듀서와 일본영화 <나의 한국어 선생님>의 각본, 원작, 기획, <용의자>의 코디네이터, 다큐멘터리 <재즈맨>의 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장 작가는 이외에도 경기영상위위원회 사무국장, APN(Asia-Pacific Producers Network) 사무총장, AFCI 이사(Association of Film Commissioners International), 청풍영상위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메타비젼 NFT 에이전시 대표로 활동하며 영화와 NFT와의 접점을 산업적으로 고민 중인 장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일상에서 포착한 마음의 풍경을 카메라 렌즈로 들여다보고자 했다.

'모든 현상은 본인의 마음이 주체요, 그 마음이 세상만물을 구성할 수 있다'는 <화엄경> 속 법구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에서 엿볼 수 있듯, 장 작가의 작품들은 마음의 풍경을 통해 일상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일상이 되는 순간을 포착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첫 개인전인 만큼 다양한 시도가 엿보인다. 평소 라이딩을 즐기는 만큼 양수리를 위시해 한강을 따라 펼쳐지는 '자연'과 그 '자연 속 인간'의 풍경이 여러 흑백 사진 속에 담겼다. 영화 세트장을 비롯해 장 작가가 영화 작업을 통해 접한 공간과 풍경들이 담겼고, 쉬이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지만 스쳐지나가기 십상인 찰라의 순간들도 장 작가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물론 장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함이나 세심함도 사진 속에 녹아들었다. 카페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앞에서부터 작품을 본 사람들은 왜 이 사진을 전시했는지 알 것이다. 여성은 합리적 진화를 하는 존재여서 그렇다. 목표지향적 성향은 남성이 강하지만 여성들은 주변의 상황변화에 빠른 감각이 있다. 한마디로 합리적 판단을 잘한다.

코뿔소 같이 눈이 나쁜데 흉기 같은 커다른 뿔로 달려가 받는 남편이나 타협불가 남친이 있는 사람에게 이 작품을 사다가 잘 보이는 화장실이나 현관에 걸어 놓으라고 하고 싶다. 하하. 인생의 진리가 될 것이다." - '카페시리즈4 여자말을 잘 듣자' 작품 의도 중에서


영화적인 감각이 녹아 있는 일상의 미학
 
 장동찬 개인전 '일상의 위로'.

장동찬 개인전 '일상의 위로'. ⓒ 장동찬

 
 
 장동찬 개인전 '일상의 위로'.

장동찬 개인전 '일상의 위로'. ⓒ 장동찬

 
 
 장동찬 개인전 '일상의 위로'.

장동찬 개인전 '일상의 위로'. ⓒ 장동찬

 
흑백 사진부터 그래픽과 사진의 만남, 그리고 크립토 스타일까지. 다양한 스타일과 이를 포착하는 일상의 감각이 눈길을 끄는 첫 개인전에 대해 지난 13일 장 작가는 "여러 스타일에 흥미가 있지만 그중 어느 쪽에 집중해야 할지 스스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여러 평들을 접하며 향후 중심을 잡아갈 본인만의 스타일을 찾은 것 같다고 귀띔하는 장 작가.

영화인인 동시에 광고계 출신인 만큼 이번 작품들은 스토리텔링이 녹아 든 영화 스틸컷이나 광고 사진을 연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장 작가는 "아무래도 영화를 해서 그런가. 영화할 때 느끼는 순간의 감각이 사진을 찍을 때도 발휘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런 만큼 작품들의 가로 세로 비율도 영화 스크린 비율에 가까운 2.35:1이나 1.69:1 비율이 다수다. 

그는 개인전을 열게 된 계기를 농담 반 진담 반 섞어 이렇게 설명했다. 오랜 친구인 유연복 판화가와의 낮술이 출발이었다. 문득 "야, 좋은 작품들 썩히지 말고 전시 한 번 해"라는 친구 유 작가의 응원과 권유에 장 작가는 영화인으로서도 흔치 않은 사진 개인전을 열 용기를 얻었다고.

이후 오랫동안 작업했던 사진들을 다시 꺼내 고민하는 시간들을 가졌다는 장 작가는 소품 위주였던 이번 전시 이후엔 좀 더 큰 사이즈의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영화와 NFT와의 조우를 통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 중인 장 작가가 향후 어떤 시각과 사진들로 영화 밖 작품 세계를 넓혀 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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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및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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