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연애'는 시대를 막론하고 뭇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로맨스는 소설, 영화, 드라마의 단골 주제였다. 하지만 가상의 것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리얼' 그 자체를 카메라 앞에 세우기에 이르렀다. '연애 리얼리티'의 탄생이다. 'N포세대'가 코로나19 쇼크를 정면으로 맞은 탓일까. '연애 리얼리티'의 전성시대가 제법 오래 지속되고 있다. 당분간 그 기세가 꺾일 것 같지 않다. 

프로그램의 면면을 살펴보면, SBS 플러스 <나는 솔로>, MBN < 돌싱글즈3 >, 티빙 오리지널 < 환승연애2 >, 카카오TV < 체인지데이즈2 >처럼 이미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프로그램을 비롯해 연애 리얼리티 붐에 편승한 iHQ <에덴>, 채널S <나대지마 심장아>, KBS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SBS <연애는 직진>, tvN <각자의 본능대로>까지 채널마다 온통 연애 리얼리티 투성이다. 

방송도 유행을 타기 마련이나, 우후죽순 비슷한 포맷의 방송이 쏟아지는 현상을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프로그램마다 차별화를 시도하며 자생력을 갖추려고 애쓰고 있지만, 워낙 비슷한 것들이 많아서 이젠 좀 헷갈릴 지경이다. 등장부터 데이트 코스, 비슷한 갈등 양상 등 기시감이 느껴진다. 비슷한 포맷의 방송이 반복되면 시청자들도 피로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압도적인 화제성
 
 MBN <돌싱글즈3> 한 장면.

MBN <돌싱글즈3> 한 장면. ⓒ MBN

 
그럼에도 여전히 선발급 프로그램들의 인기는 단단하다. '카테고리' 별로 확실히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가령, <나는 솔로>는 결혼을 원하는 30-40대 남녀, <돌싱글즈>는 이혼을 경험한 남녀, <체인지 데이즈>는 이별을 고민중인 커플, <환승연애>는 이미 이별한 커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시즌을 거듭하며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화제성도 이들 프로그램이 압도적으로 높다. 

선발급들은 '진정성' 면에서 확실히 남다르다. 특히 <돌싱글즈>와 <나는 솔로>는 출연자들의 몰입도가 굉장히 높아서 커플 매칭률 역시 높다. 돌이켜 보면, (방송상 커플 말고) 실제 커플이 탄생한 프로그램도 이 두 프로그램이 유일하다.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솔로 지옥>은 '홍보'를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는데, '빛 좋은 개살구'라는 표현이 딱이다. 

<나는 솔로>의 출연자들은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은 편이다. 이들의 목표는 연애를 넘어 결혼이다. 좋은 짝을 만나 하루빨리 가정을 꾸리겠다는 강한 열망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진다. 간절함이 있다보니 갈등도 리얼이고, 감정도 리얼이다. 4기 영숙·정식, 6기 영숙·영철, 정숙·영식, 7기 순자·영호 등 여러 커플이 탄생했다. 6기의 두 커플은 결혼에 골인하기도 했다. 

물론 출연자들의 간절함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9기 '광수'를 둘러싼 갈등은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광수는 징크스를 이유로 시종일관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며 여성 출연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급기야 옥순은 분노했고, 사랑에 빠진 영숙은 눈물을 흘렸다. 이런 장면들은 출연자들이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지 확연하게 보여준다. 그들에게 사랑은 전쟁이다. 

<돌싱글즈>도 마찬가지다. 이혼을 경험한 출연자들은 여러모로 절박하다. 담담한 듯 행동하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다. 내재된 상처가 건드려지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서로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같은 조건의 출연자들 속에서 위안과 위로를 얻는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애써 해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오로지 사랑뿐이다. 

그들은 평소보다 훨씬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다. 9월 결혼을 앞둔 시즌2의 윤남기·이다은 커플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외전'으로 제작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물론 모든 사랑이 해피엔딩일 수는 없는 법이다. 시즌3의 소라처럼 끝무렵에 현실의 벽을 인식하고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진심만큼은 또렷하게 전해졌다. 

<나는 솔로>와 <돌싱글즈>의 제작진의 목표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오로지 (더 많은) 커플 탄생이다. 이처럼 제작진과 출연진의 니즈가 분명하고, 또 일치하다 보니 프로그램의 색도 선명할 수밖에 없다. 다른 프로그램들의 경우 단발적인 화제성만을 취하는 데 급급하느라 출연자들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해가는 상황 속에서 바람직한 상생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나는 솔로>와 <돌싱글즈>은 앞으로 더 각광받을 것이다. 이렇듯 많은 관심이 쏠리는 까닭은 '진정성'이다. 수많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지만, 결국 연애 리얼리티의 본령에 충실한 프로그램만 살아남을 것이다.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의 의도를 의심하게 되는 연애 리얼리티는 살아남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