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방영된 KBS '불후의 명곡' 송골매 편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영된 KBS '불후의 명곡' 송골매 편의 한 장면. ⓒ KBS

 
매주 한국 가요를 빛낸 거장들의 음악을 재해석하는 KBS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아래 '불후의 명곡')이 이번엔 뜻깊은 시간을 마련했다. 오는 9월 무려 38년만의 재결합 공연을 펼치는 구창모, 배철수가 이끌었던 송골매 특집이 마련된 것이다. 13일 <불후의 명곡>에선 밴드, 그리고 솔로로 발표했던 그들의 대표곡들을 후배 음악인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헌정하는 '아티스트 송골매' 1부가 방영되었다. 

송골매는 처음엔 항공대학교 그룹사운드 활주로를 기반에 두고 '세상만사', '산꼭대기 올라가' 등이 담긴 1집 음반(1979년)으로 데뷔했지만 당시엔 폭발적인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었다. 그 이후 홍익대학교 밴드 블랙테트라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했던 구창모를 비롯해서 김정선(기타), 김상복(베이스), 오승동(드럼) 등 이른바 송골매 황금기를 이끌었던 멤버들로 재편되면서 승승가도를 달렸다.  

지금도 많은 음악인들이 리메이크한 '어쩌다 마주친 그대'(구창모 작사/작곡),  김수철이 작곡한 '모두 다 사랑하리' 등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당시 KBS 가요대상 그룹사운드 부문, MBC 10대 가수 가요제 수상 등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던 중 1984년 정규 4집 녹음을 끝낸 후 구창모는 솔로 활동을 위해 팀을 떠났고 이후 송골매는 배철수를 중심으로 1991년까지 활동을 이어간 바 있다.  

다채로운 장르로 재해석한 송골매의 명곡들
 
 지난 13일 방영된 KBS '불후의 명곡' 송골매 편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영된 KBS '불후의 명곡' 송골매 편의 한 장면. ⓒ KBS

 
​팀의 양대 기둥인 두 사람의 재결합에 즈음해 <불후의 명곡>으로선 가장 적절한 전설을 초대해 그들의 음악 세계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록을 비롯해서 발라드, 팝페라, 뮤지컬,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후배 음악인들만으로 2주에 걸쳐 특집이 마련될 만큼 송골매는 그리 길지 않았던 활동 기간 이상의 영향력을 남긴 팀이었다. 

​1부의 시작을 알리는 첫번째 가수는 <불후의 명곡> 단골 출연자 중 한명인 박기영이었다. 그가 선택한 곡은 1985년 송골매 탈퇴 후 구창모가 발표한 첫 솔로 음반의 타이틀곡 '희나리'(추세호 작사/작곡)였다. 지금 기준에선 세미 트로트의 기운도 담겨진 4박자 발라드 곡을 6박자 블루스 형식으로 탈바꿈시켜 소화해냈다.  

​이에 맞선 두번째 출연자는 R&B 싱어송라이트 문수진으로 1985년 발표된 배철수의 솔로 1집에 담긴 '사랑 그 아름답고 소중한 얘기들"을 골랐다.  원곡은 경쾌한 리듬의 포크 음악 형식인데 반해 문수진은 올드 팝과 요즘 분위기를 접목시킨 뉴트토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록 오페라 vs 정통 록 사운드의 대결
 
 지난 13일 방영된 KBS '불후의 명곡' 송골매 편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영된 KBS '불후의 명곡' 송골매 편의 한 장면. ⓒ KBS

 
<불후의 명곡> 송골매 편 1부를 뜨겁게 달군 팀은 팝페라 그룹 라포엠, 그리고 록밴드 몽니였다. 의례 웅장하면서 경건한 분위기로만 인식될 수 있는 팝페라 특유의 화려한 코러스를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 연주와 함께 담아 라포엠은 송골매의 1987년작 '새가 되어 날으리'(작사:정인목 작곡:김장수)를 들려줬다. 이 팀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을 단번에 깨버릴 만큼 신시사이저 중심의 원곡은 더욱 강력해진 록 오페라로 탈바꿈한다. 

​'모두 다 사랑하리'로 무대에 오른 배우 김영호와 가수 리누는 드라마 <야인시대>를 연상시킬 만큼 대규모 남성 합창단을 동원하며 마치 드라마 속 종로 바닥의 결투 마냥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1부 마지막 출연팀 몽니는 송골매의 데뷔곡이자 많은 후배 그룹들이 리메이크했던 '세상만사'(이응수 작사/지덕엽 작곡)로 마치 본인들의 단독 콘서트장 처럼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다. 

​옛 분위기 물씬 풍기는 키보드 선율과 몽니 특유의 현대적 감성을 섞으면서 관객들을 사로 잡는다. 그 결과 1부 최종 우승의 주인공은 몽니가 선택되었다. 사실 누가 1위를 하는게 크게 중요하겠는가. 자신의 감정, 기량을 최대한 담아 넣은 곡들의 대향연으로 모처럼 <불후의 명곡>은 1980년대 송골매를 사랑했던 시청자들에게 추억과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줬다.

다시 떠오르는 한국 록 음악의 전설
 
 지난 13일 방영된 KBS '불후의 명곡' 송골매 편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영된 KBS '불후의 명곡' 송골매 편의 한 장면. ⓒ KBS

 
​"송골매가 없었다면 저희 같은 밴드도 당연히 없었을 겁니다."  

몽니의 보컬 김신의는 경연에 앞서 이와 같은 말로 한국 록의 전설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솔로 가수들의 활동이 중심을 이뤘던 1980년대 한국 가요계에서 송골매의 위치는 절대적이면서 독특했다. 1970년대 각종 대학가요제를 통해 등장했던 대학교 그룹사운드를 모태 삼아 등장했던 송골매는 요즘 록밴드들과는 다르게  TV 방송 중심으로 활동하며 큰 인기를 누렸었다. 각종 연말 시상식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록그룹도 그들이었다. 

반면 대중적인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 탓에 되려 그 시절 해외 팝/록 음악에 심취했던 일부 음악팬들의 편견 속에 송골매의 음악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던 시절도 존재했었다. 하지만 다양한 형태로 리메이크되고 불리울 만큼 배철수와 구창모가 이끌었던 송골매는 이제 '한국 록의 전설'이라는 흔하면서도 당연한 표현으로 칭송되기에 이른다.

​화려했지만 짧은 전성기, 탈퇴, 사실상의 팀 해체 등 송골매는 어느덧  추억 속 이름이 되는 듯 했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9월 재결합 공연이 성사되기까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패기로 똘똘 뭉쳤던 청바지 입은 장발의 청년들은 어느새 일흔을 바라보는 노년의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이날 <불후의 명곡>의 전설로 화면에 등장한 그들은 이날 만큼은 40년의 꿈 많던 음악인 그대로였다. 반갑고도 즐거운 명곡의 대향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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