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풀타임> 포스터

영화 <풀타임> 포스터 ⓒ (주)슈아픽처스


도시의 대중교통은 시민의 발과 같다. 교통카드 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평일 기준 서울에서만 하루 380만여 명이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540만여 명이 지하철을 탄다. 마을버스, 광역버스 등을 모두 포함한 이용 횟수는 하루 1천만 회를 훌쩍 넘긴다. 도시인의 삶에 필수적인 대중교통의 마비는 그래서 더 치명적이다. 곧바로 수백만 시민들의 출·퇴근길 교통대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는 18일 개봉 예정인 영화 <풀타임>은 2018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되어 주변국으로 번졌던 대규모 교통파업 '노란 조끼 시위'를 배경으로 한다. 프랑스에서는 운전자가 사고를 대비해 의무적으로 차에 형광 노란 조끼를 비치해야 하는데, 시위 참가자들이 이를 입고 나오면서 '노란 조끼 시위'라는 별명이 붙었다.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유류세 인상 방침에 반대하는 시민들에 의해 촉발되었지만 점차 반정부 시위로 번졌고 결국 마크롱 정부는 유류세 인상을 철회했다.

영화에서 시위는 그저 배경일 뿐, 시위에 가담하는 사람들의 모습조차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카메라는 파리 교외에서 홀로 두 아이를 기르는 '싱글맘' 쥘리의 힘겨운 출근길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여주면서,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끔 만든다.

파리 시내의 호텔에서 룸메이드로 일하는 쥘리는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아이들을 깨워 이웃에게 맡기고 기차를 타고 장거리 출퇴근을 하고 있다. 호텔에서 청소부장으로 일하면서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았고 최근 꽤 좋은 직장에서 면접을 보는 등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었던 시점이었지만, '노란 조끼 시위'로 인해 대중교통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쥘리의 일상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시위로 인한 기차 운행 중단은 곧바로 쥘리의 출근길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운 좋게 카풀로 파리에 입성한 다음에도 지하철, 버스 등이 정상 운행을 하지 않고 택시도 잡히지 않는다. 숨가쁘게 호텔을 향해 뛰어보지만 지각을 면할 수는 없었고, 상사의 눈초리는 갈수록 매서워진다. 게다가 이혼한 전 남편은 양육비도 제때 주지 않고, 이웃 주민 뤼지니는 아이들이 너무 말썽을 부려 돌보기가 힘들다며 그만두길 원한다. 설상가상으로 아예 모든 운행수단이 마비되어 쥘리는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호텔에 묵기도 한다.

일상을 지키는 사람들
 
 영화 <풀타임> 스틸

영화 <풀타임> 스틸 ⓒ (주)슈아픽처스

 
그러나 영화에서는 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쥘리 역시 대중교통 파업으로 인해 여러 번 지각을 반복하게 되면서 다니던 호텔에서도 잘릴 위기에 처했지만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은 아이들 때문에 일을 해야 하는 신세라 시위에 동참하지 못할 뿐, 그들의 뜻에 공감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파리 시민들 역시 발이 묶인 상황에서도 서로 히치하이킹을 하고 도와가며 애써 일상을 지켜나간다. 

영화 속 풍경은 여러모로 최근 한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를 연상하게 만든다. 이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기획재정부에 장애인 활동 지원 예산 및 이동권 개선, 탈시설 자립 지원 등을 호소하며 서울 지하철 4호선에 휠체어를 타고 승·하차 하는 것을 반복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와 달리 한국에서 이들은 늘 비난과 조롱에 시달리는 신세다. 인터넷 뉴스 댓글에는 매일 장애인 단체에 대한 악플이 난무하고, 지난 3월에는 공당 대표가 장애인 시위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풀타임>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을 소재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는 듯하다. 또한 우리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민의 자세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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