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성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청풍호 등 아름다운 야외풍광과 어우러진 음악 공연, 국내외 음악영화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정체성은 분명하다. 올해로 18회를 맞이하는 동안 부침은 있었을지언정, 음악과 영화가 함께 있는 축제라는 점에서 많은 관객과 관계자들에게 소중한 장이기도 하다.
 
영화제 준비 기간 중 조성우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봄날은 간다> <만추> 등에 참여해 온 1세대 영화음악 감독이기도 한 그는 2회부터 6회 영화제 초기에 집행위원장을 맡았고, 2019년 다시 복귀해 행사를 이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돌파해오며 새삼 고민이 많아 보였다. 특히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JIMMF OST 마켓'을 신설해 신진 영화 음악 감독의 실질적 활동에 기여하고 있다. 청풍호 특설무대를 제천 비행장으로 옮겨 야외 음악 공연 프로그램도 한층 강화했다. "우리만 갖고 있는 고유한 색과 인프라가 있다. 그게 그동안 덜 발현됐다 생각했는데 올해부터 그런 부분을 강조하려 한다"라며 조 집행위원장이 운을 뗐다.
 
본래 빠르기로
 
그간 음악인들의 삶과 양질의 음악영화 소개에 방점을 찍어왔다면 올해 영화음악 그 자체에 무게를 실은 모양새다. 독일의 한스 짐머,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엔니오 모리꼬네, 일본의 류이치 사카모토 등 전 세계에 알려진 여러 영화음악가가 있다. 물론 국내에도 내로라하는 영화음악감독이 많지만, 영화를 위해 다소 기능적으로 쓰이고 마는 경우가 많다는 게 조성우 집행위원장의 문제의식이다.
 
"영화음악은 영화 안에 있지만 바깥에 있기도 하다. 하나의 독립 장르로 산업적 기반을 가져야 하는데 너무 기능화되다 보니 자기 색이 있는 영화음악이 많지 않다. 모든 음악은 만든 사람의 개성과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계속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영화에 눌려서 가더라. 기본적으로 음악이길 포기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제천국제영화음악제는 본질적으로 영화제다. 새로운 음악영화를 발굴하는 게 우선이다. 영화제라는 건 자본의 논리를 타파하고 어떤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 우리 영화제의 존립가치인 축제성, 즉 대중이 모이게 하는 위력을 가져야 하고, 나아가 영화음악에 기여해야 한다. 올해 영화제 티켓 판매가 잘 되고 있다. 축제성을 잘 가져가야 음악영화제가 성공한다고 본다."

 
그 맥락에서 올해 제천에선 <라라랜드>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 감독의 특별 공연이 펼쳐지고, 대표적인 공연 프로인 원 썸머 나잇을 확대해 진행한다. 또한 영화 < E.T. > <마당을 나온 암탉> 속 음악을 연주하는 필름 콘서트도 이어진다. 3500석 규모의 청풍 호반 무대가 5000석 규모 제천 비행장으로 옮겨지며 제천 시민들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것도 변화지점이다. "제천시 의견과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며 "아름다운 청풍호를 포기하고 싶진 않았는데 시민분들 이야기를 들었을 때 좀 더 개선할 지점이라 생각해 과감하게 옮기기로 했다"라고 그가 설명했다.
 
특히 올해 슬로건인 아템포(a tempo)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돌파하며 일상성과 축제성을 회복하자는 영화제의 의지가 돋보인다. '본래 빠르기로'라는 뜻의 음악용어를 선택한 배경에 조성우 집행위원장은 두려움을 언급했다.
 
"야외공연이 중심인 영화제인데 팬데믹 기간엔 그걸 할 수 없었잖나. 음악영화 발굴 기능만 겨우 수행한 건데 축제성과 관련된 우리 장점을 발휘못한 거였지. 축제라는 게 사람들에게 굉장히 중요하잖나. 어쩌면 꼭 필요한 것인데. 그걸 지속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꼈다. 지난 2년간 못했던 것, 마음에 품어왔던 걸 올해부터 보여드리고자 했다. 그래서 영화제를 준비하며 설렜다."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 행사장 전경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 행사장 전경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냉정한 자기 평가
 
18회라는 역사를 두고 조성우 위원장은 "초기에 비해 규모가 커쳤다는 것에서 성장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영화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영화제가 되었는지 그리고 시민들이 기다리는 영화제가 되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나름 냉정한 자기평가였다. 전임 허진호 감독이 이뤄놓은 성과는 잘 가져가면서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가는 게 과제라며 그가 말을 이었다.
 
"제가 살아온 삶이 아무래도 제천음악영화제와 일치하지 않나 싶다. 다른 영화제는 제가 할 수 없는 거지. 지난 팬데믹 기간에 프로그래머와 스태프들과 대화할 시간이 많았다. 우리의 음악영화제를 국제화할 방법은 뭘까, 우리 인프라를 활용해 음악영화에 날개를 달아주자는 거였다. 음악축제가 일종의 날개라고 생각한다. 그간 나름의 어려움이 있었고, 그 과정을 거치며 조직을 정비했기에 강력한 리더십이 영화제에 필요하다."
 
이어 그에게 최근 강릉영화제 폐지 등 지자체장의 정치 성향에 따라 영화제가 위태로워지는 현실을 물었다. "(지자체마다 다르겠지만) 영화제 존립 목적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조 위원장은 "지역 여론과 맞물려서 영화제를 지역 홍보나 관광 수단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영화제가 가지고 있는 본래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돈만큼 영화제가 기여하는가 이런 논리인데 거기에 머물면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결국 영화제는 창작자의 동기를 지켜주고, 자본 중심의 반문화적 성격에 대항하는 건데 자치단체장 분들이 이해를 넓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해를 넓히기 위해 영화제도 노력해야 하고. 또한 영화제의 자부담률도 높일 필요가 있다. 우리도 지금 일부 공연은 완전 무료인데, 몇 개 프로그램은 수익화해서 자부담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 시비 비중을 50% 수준으로 맞추자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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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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