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인 연기뿐 아니라 여러 예능에서도 출연할 때마다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는 차승원은 현존하는 예능감이 가장 뛰어난 배우 중 한 명이다. 여기에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방송됐던 <삼시세끼>에서 반전의 요리실력까지 선보이며 시청자들로부터 '차줌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 2019년에 방송된 <삼시세끼>의 번외편 <스페인 하숙> 역시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당시 차승원의 옆에는 그저 '보조'라고 하기엔 너무나 존재감이 컸던 또 한 명의 주역이 있었다. 바로 <삼시세끼>와 <스페인 하숙> 등 차승원이 고정 출연한 나영석PD의 예능에 모두 함께 했던 '참바다' 유해진이 그 주인공이다. 유해진은 <삼시세끼>를 통해 처음 만난 배우 손호준에게 꼬박꼬박 존대를 할 정도로 남다른 인성을 보여줬다(1984년생 손호준은 1970년생 유해진보다 무려 14살이나 어리다).

2013년 < 1박2일 >을 시작으로 몇몇 예능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면서 이제는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불과 7~8년 전까지만 해도 유해진은 예능은커녕 드라마에도 거의 나오지 않는 오직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배우였다. 그리고 2000년대까지 주연보다는 이야기를 빛내는 신스틸러로 더욱 유명했던 유해진은 2010년 류승완 감독의 7번째 영화 <부당거래>를 통해 주연도 잘 어울리는 배우로 도약했다. 
 
 류승완 감독은 <부당거래>를 통해 청룡영화상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 받았다.

류승완 감독은 <부당거래>를 통해 청룡영화상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 받았다. ⓒ CJ ENM

 
신스틸러로 출발해 주연으로 도약한 늦깎이 배우

중학교 때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었던 유해진은 연극연화과 진학에 번번이 낙방해 의상학과에 진학했지만 연기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군복무를 마친 후 다시 도전한 끝에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극단 목화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유해진은 1997년 영화 <블랙잭>에서 단역을 맡으며 영화에 데뷔했고 1999년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양아치 리더 용가리 역을 잘 소화하며 주목을 받았다.

유해진은 <신라의 달밤>에서 넙치, <공공의 적>에서 용만, <혈의 누>에서 독기 등 여러 작품에서 개성파 조연으로 활약했고 2006년에는 <왕의 남자>에서 육갑을 연기하며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006년 가을 최동훈 감독의 <타짜>에서 능청스러운 타짜 고광열을 연기한 유해진은 2007년 <이장과 군수>를 통해 주연으로 데뷔했지만 전국 120만 관객으로 손익분기점(150만)에 살짝 미치지 못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2007년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2008년 <트럭> <공공의 적 1-1>, 2009년<전우치>, 2010년<이끼> 등에 출연한 유해진은 주연작보다는 조연으로 출연한 작품들의 흥행 성적이 훨씬 좋았다. 따라서 유해진이 2010년 가을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에서 조폭 출신의 건설회사 회장 장석구 역을 맡아 황정민, 류승범과 나란히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을 때 관객들은 기대보다 걱정의 목소리가 더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해진이 오랜만에 웃음끼를 빼고 열연을 펼친 <부당거래>는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전국 270만 관객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부당거래> 이후 영화계에서 입지가 더욱 커진 유해진은 <감기>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타짜: 신의 손> <베테랑> 등 흥행작에 잇따라 출연했다. 그리고 2016년과 2017년에는 확실한 주연작이었던 <럭키>와 <공조>를 통해 1470만 관객을 동원하며 명실상부한 흥행배우로 떠올랐다. 

2017년 <택시운전사>로 개인 통산 3번째 천만 영화에 출연한 유해진은 2018년과 2019년에도 <완벽한 타인>과 <말모이> <봉오동 전투>에 출연하며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유해진은 현재 현빈, 다니엘 헤니와 함께 <공조2: 인터내셔날>, 윤여정 배우와 함께 <도그데이즈> 촬영을 마쳤고 진선규, 박지환, 윤균상 등 후배 배우들과 예능 프로그램 <텐트 밖은 유럽>에도 출연하고 있다.

류승완 감독이 각 잡고 만든 걸작
 
 유해진(왼쪽)은 <부당거래>를 계기로 어느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도 어색하지 않은 배우로 성장했다.

유해진(왼쪽)은 <부당거래>를 계기로 어느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도 어색하지 않은 배우로 성장했다. ⓒ CJ ENM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공개될 때만 해도 류승완 감독은 충무로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주역으로 영화계 안팎에서 엄청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5편의 장편영화를 더 연출한 류승완 감독은 액션에 너무 공을 들인 나머지 정작 중요한 이야기 구조는 큰 발전 없이 정체됐다는 평가를 받았고 기대만큼 좋은 흥행성적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액션끼'를 쏙 뺀 류승완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 영화가 바로 <부당거래>였다.

<부당거래>는 감독으로 더 유명해진 박훈정 작가가 쓴 뼈대에 류승완 감독이 디테일한 에피소드와 이야기를 붙여 완성한 작품이다. 뉴스에서 자주 접하던 검찰과 경찰, 그리고 범죄조직의 유착과 비리를 풍자하며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부당거래>로 청룡영화상 3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차지한 류승완 감독은 차기작 <베를린>과 <베테랑>을 통해 2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충무로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 잡았다.

<부당거래>는 여러 매체에서 패러디된 명장면과 명대사가 유난히 많은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류승범이 연기한 주양 검사는 "호의가 계속 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를 시작으로 "열심히들 산다 진짜", " 내가 겁이 많이서 검사가 된 사람이야" 등 입만 열면 명대사를 쏟아냈다. 실제로 류승범은 천만 영화가 된 <베테랑>에서도 조태오 역을 맡을 뻔 했지만 <부당거래>와 느낌이 유사해 질 거라는 우려에 배우가 유아인으로 교체됐다.

사건에 연루된 범인과 경찰, 조폭들이 대거 목숨을 잃는 가운데 김양수 회장(조영진 분)과의 지저분한 유착관계가 드러난 주양 검사 역시 영화 막판 검찰청으로 소환된다. 하지만 주양과 함께 검찰청에 들어온 주양의 장인(이종구 분)은 이런 일 정도는 익숙하다는 듯 주양을 타이르며 조만간 연예계 마약사건을 통해 주양의 사건을 무마시켜 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여전히 이 사회의 '부당거래'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씁쓸한 결말이었다.

영화 <집으로>와 <리틀 포레스트> <수상한 그녀> 등은 이렇다 할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 착한 영화들이다. 반대로 <부당거래>는 '선역'이 등장하지 않는 대표적인 영화다. 특히 주인공인 최철기와 주양, 장석구는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일 뿐 정의감이나 신념 따윈 찾을 수 없다. 그나마 임신한 몸으로 보조미용사도 없이 혼자 미용실을 꾸려 아이를 키우는 최철기의 여동생(고서희 분) 정도만 영화 속에서 한 번도 나쁜 마음을 먹지 않았다.

충무로 대표 배우들 대거 조연으로 등장
 
  마동석,이희준 등 <부당거래>에서 황정민의 동료경찰로 출연한 배우들은 현재 대부분 관객들에게 익숙한 얼굴이 됐다.

마동석,이희준 등 <부당거래>에서 황정민의 동료경찰로 출연한 배우들은 현재 대부분 관객들에게 익숙한 얼굴이 됐다. ⓒ CJ ENM

 
최철기를 따르다가 마지막에는 최철기를 죽이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형사 4인방은 오늘날 관객들에게 익숙해진 배우들이다. 총에 맞아 죽어가는 최철기에게 덤비려던 남 형사는 < 1987 > <미쓰백>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이희준이 연기했고 죽어가는 최철기의 멱살을 잡는 이 형사 역은 '경찰 전문배우' 김민재가 맡았다. 그리고 가장 비중이 적은 곽 형사는 <오징어게임>에서 "싫은데~~"라는 명대사(?)를 남겼던 곽자형이 연기했다.

형사 4인방 중에서 최철기의 오발에 의해 목숨을 잃는 대호는 오늘날 황정민만큼 유명한 배우가 된 마동석이 연기했다. 영화 초반부 경찰대 출신 선배에게 덤비다가 최철기에게 구타 당하는 대호는 영화 후반부 수일(김수현 분)을 제거하려는 최철기를 붙잡고 "아무리 그래도 우린 경찰이잖아요"라고 말리는 등 그나마 경찰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대호 역시 불법오락실을 운영하는 조직에게 뒷돈을 받은 비리경찰에 불과하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주로 악역을 많이 연기했던 정만식은 <부당거래>에서 서울중앙지검 주양 검사실의 공수사관 역을 맡았다. 흔히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사관들이 터프하고 정의감 넘치는 것과 달리 공수사관은 매우 소심하고 눈치를 많이 보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물론 공수사관의 이런 답답한 캐릭터를 상관인 주양이 좋게 볼 리 없고 공수사관은 언제나 주양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혼이 난다.

조직폭력배 출신 장석구가 최철기와 결탁해 경찰이 하기 힘든 어려운 일들을 처리해주는 역할을 한다면 태경그룹의 회장 김양수는 주양 검사와의 부당거래를 통해 잇속을 챙기는 기업인이다. 김양수 회장은 엄청난 물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대가로 주양 검사로부터 여러 정보를 얻으려 하지만 결국 김양수 회장은 골프장에서 장석구가 보낸 살수(백승익 분)에 의해 살해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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