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D.B. 쿠퍼'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D.B. 쿠퍼' 포스터. ⓒ 넷플릭스

 
1971년 11월 24일, 미국 오리건주 포클랜드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워싱턴주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로 향하는 노스웨스트 항공 305편이 공중에서 납치된다. 납치범 포함 36명의 승객과 6명의 승무원이 타고 있었는데, 납치범은 맨 마지막줄 가운데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그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비행기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납치범이 스튜디어스에게 쪽지를 건네는데, 내가 폭탄을 가지고 있으니 내 지시에 따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곤 스튜디어스를 옆에 앉혀 가방 안의 폭탄을 보여 줬다. 

납치범이 요구한 건 단순하면서도 이상했다. 20만 달러와 함께 낙하산 4개를 요구했고 공항에 연료 탱크 차량을 준비시키게 했다.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35명의 승객과 2명의 승무원은 내렸고, 여객기는 연료를 다시 채워 네바다주 리노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그렇게 비행하던 중 쿠퍼는 여객기를 최저 비행 고도에 최저 속도로 비행할 것을 명령했고 얼마 뒤 후미 계단을 열고는 낙하산을 메고 돈가방을 지닌 채 뛰어 내렸다. 그리곤 영원히 사라졌다. 50년이 지나도록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관련된 단서도 없다.

이 말도 안 되는, 듣고도 믿기지 않는 사건의 주인공인 납치범이자 갈취범은 그 유명한 'D.B. 쿠퍼'(본래 이름은 '댄 쿠퍼'이지만 몇몇 기자의 실수로 D.B. 쿠퍼가 되었다)다. 전설적인 천재 혹은 천재적인 전설로 유명한 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 D.B. 쿠퍼: 공중에서 사라진 사나이 >가 집중 조명했다. 사건이 워낙 유명하고 또 짧고 굵어서 사건 자체보다 사건 이후 관련된 이야기들을 주로 다뤘다.

여전히 D.B. 쿠퍼를 쫓는 사람들
 
 <D.B. 쿠퍼: 공중에서 사라진 사나이>의 한 장면.

'D.B. 쿠퍼: 공중에서 사라진 사나이'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나이가 나이인지라 D.B. 쿠퍼는 이미 죽었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그리고 FBI는 2016년에 이미 사건을 종결했지만, 수많은 이가 여전히 그의 정체를 밝히고자 열정적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당연히 용의자는 셀 수 없이 많았고, 그중에서도 사건 4개월 후 D.B. 쿠퍼의 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여객기 납치 사건을 벌인 리처드 매코이 주니어라든지 임종 직전 부인에게 자신이 D.B. 쿠퍼라고 밝힌 두에인 웨버라든지 바브 데이턴이라든지 켄 크리스천슨이라든지 셰리던 피터슨이라든지 강력하게 의심받는 용의자들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톰 콜버트가 이끄는 미제사건 사설탐정 팀(전직 FBI, CIA, 검사, 변호사, 군인, 경찰 등 40명으로 구성되었다)이 육군 참전용사 출신 조종사 '로버트 랙스트로'를 지목한다. 몇 년 동안 수많은 직간접적인 증거를 수집했고, 2013년에는 생존해 있는 로버트 랙스트로를 직접 만나 담판을 지으려 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는 자신이 D.B. 쿠퍼라고 하는 이들의 주장을 부인한다. 

그럼에도 톰 콜버트는 로버트 랙스트로가 D.B. 쿠퍼이자 1971년 11월 24일 벌어진 노스웨스트 항공 305편 공중 납치 사건의 진범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니 로버스 랙스트로한테 가서 당신이 D.B. 쿠퍼인 건 알고 있는데 사건 당시의 일을 자세하게 듣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겠는가. 자신의 신념과 맞는 정보만 받아들여 그게 진실인 양 확신하는 '확증편향'의 사례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톰 콜버트는 아무도 풀지 못한 D.B. 쿠퍼 사건의 유일무이한 해결자로 이름을 남기고 싶은 걸까? 그럼 명성이 뒤따라 올 테니까?

우연의 일치일까 확증편향의 사례일까

톰 콜버트는 오랜 세월 천착한 끝에 2016년 D.B. 쿠퍼와 로버트 랙스트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주지했다시피 2016년에 FBI가 D.B. 쿠퍼 사건을 종결해 버린다. 톰 콜버트로서는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 되어 버린 순간이었다. 그는 포기하거나 물러서기는커녕 FBI를 고소한다. 결국 FBI는 D.B. 쿠퍼에 관한 모든 서류를 공개해야 했다. 

너무도 방대하고 어마어마한 양의 문서에서 의미심장한 단서들이 나온다. 여객기 안에 넥타이와 담배꽁초가 있었다는 것. 톰 콜버트를 위시한 많은 이가 단언하길, FBI가 증거들을 은폐했고 그 이면엔 CIA 요원 로버트 랙스트로를 통해 기밀이 빠져나가는 걸 방지하고자 은폐에 동조한 CIA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럴 듯해 보이는 주장이지만 FBI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고 로버트 랙스트로가 D.B. 쿠퍼라는 명명백백한 확신 또한 없다. 

그런 와중에 2018년에는 톰 콜버트의 미제사건 사설탐정 팀에서 FBI의 공개 문서를 통해 로버트 랙스트로가 D.B. 쿠퍼라는 새로운 단서를 제공했는데, 로버트 랙스트로가 FBI한테 보낸 편지의 알 수 없는 번호가 그것이었다. 암호 전문가가 오랜 기간 공들여 풀어 낸 결과 로버트 랙스트로가 자신을 두고 D.B. 쿠퍼라고 했다는 것인데, 우연의 일치일까 확증편향의 또 다른 사례일 뿐일까. 

이쯤 되면 이 작품 < D.B. 쿠퍼: 공중에서 사라진 사나이 >는 더 이상 D.B. 쿠퍼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D.B. 쿠퍼에 환장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그 중심에 톰 콜버트가 있고 또 로버트 랙스트로가 있을 것이다. 제목을 < D.B. 쿠퍼: 그를 쫓는 사나이 >라고 바꿔도 무방하지 않을까? 나름대로 의미 있고 또 재밌다. 

D.B. 쿠퍼와 만화 <댄 쿠퍼>의 상관관계
 
 <D.B. 쿠퍼: 공중에서 사라진 사나이>의 한 장면.

'D.B. 쿠퍼: 공중에서 사라진 사나이'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무대는 급격히 캐나다로 바뀐다. 새로우면서도 상당히 강력한 이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프랑스계 캐나다인 만화가 앨버트 와인버그의 만화 <댄 쿠퍼>였다. 1965년에 발간된 이 만화엔 D.B. 쿠퍼 사건이 다분히 연상되는 부분이 많았다. 쿠퍼라는 이름이 들어간 비행기표, 보잉 727기, 시애틀 외곽에서 항공기를 납치하는 이야기, 검은 넥타이에 어두운색 양복 그리고 서류 가방, 그리고 결정적으로 탈출 방식까지 말이다. 

그리고 넥타이에서 상업용 순수 타이타늄이 발견된다. 때문에 또 다른 추측들이 난무하지만 그 또한 추측일 뿐이다. 그런가 하면, D.B. 쿠퍼가 '협상 가능한 미국 통화 20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미국인이 아닌 캐나다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도 추측한다. 하지만 그 또한 추측일 뿐이다. D.B. 쿠퍼가 승무원한테 전한 말을 다시 관제소에 전하면서 와전되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50년이 지났지만 D.B. 쿠퍼의 존재를 쫓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는다. 민간인에겐 피해를 주지 않고 나랏돈만 훔쳐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으니, 그야말로 반영웅(안티히어로)으로서의 완벽한 형상이자 로망이 아닌가? 문화 현상 내지 문화 아이콘이 되어 영원히 전설로 존재할 것 같다. 진범이 잡힐 리가 없고 또 알 수도 없기도 하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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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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