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kt 위즈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금의 순위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듯 후반기 들어 상승 곡선을 그려나가고 있다. 지난 달 22일 리그가 재개한 이후 7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13경기 8승 5패 승률 0.615로 같은 기간 동안 SSG 랜더스(0.714), NC(0.667) 다이노스 다음으로 승률이 높았다. 멀게만 느껴졌던 3위와 격차도 5경기 차까지 좁혀졌다.

'확실한 국내 에이스' 고영표와 소형준의 호투, 리그에 어느 정도 적응한 벤자민까지 선발진이 안정감을 찾으면서 후반기 팀 선발 평균자책점 1위(3.14)를 마크하는 중이다. 여기에 주축 타자들도 중요한 순간 제 몫을 다해주고 있는데,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돌격대장' 조용호의 활약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홈 경기에서 타격을 하고 있는 조용호

지난 5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홈 경기에서 타격을 하고 있는 조용호 ⓒ kt 위즈


시즌 초반 부진 씻어낸 조용호

2020년부터 주전 외야수 자리를 꿰찬 조용호는 지난 2년간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했다. 팀이 마법 같은 통합 우승을 일궈내면서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우승반지를 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전년도에 비해 수치상 하락세가 나타나면서 개인 성적에 있어서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올해도 출발이 좋지 않았다. 4월 한 달간 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7(66타수 15안타) OPS 0.524에 그쳐 부진에 허덕였다. 특히 테이블세터에서 밥상을 차려줘야 하는 역할을 맡았음에도 출루율이 0.282에 그쳤다는 게 뼈아팠다.

그랬던 그가 5월 들어 반등의 서막을 알렸다. 타율을 서서히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출루율도 동반 상승했다. 특히 6월에는 삼진(10개)보다 사사구(12개)가 더 많을 정도로 출루에 강한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켰다.

날씨가 더워져도 조용호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후반기 13경기 동안 타율 0.429(49타수 21안타) 8타점 OPS 0.994를 기록, 팀 내에서 가장 타율이 높다. 특히 출루율(0.525)이 눈에 띈다. 10개 구단을 통틀어봐도 후반기 들어 조용호보다 높은 출루율을 나타내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조용호는 지난 주말 한화 이글스와 3연전에서도 3경기 연속으로 안타를 기록하는 등 팀의 우세 3연전을 이끈 주역이었다. 특히 2루타 1개 포함 세 차례나 출루에 성공하면서 한화 마운드를 괴롭힌 첫날 경기에서 그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5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홈 경기에서 주루 플레이를 하고 있는 조용호

지난 5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홈 경기에서 주루 플레이를 하고 있는 조용호 ⓒ kt 위즈

 
장타는 적어도 무시할 수 없는 그의 가치

프로 데뷔 이후 지금까지 조용호가 1군에서 때려낸 홈런은 딱 1개, 그것도 올해가 되어서야 처음 손맛을 봤다. 올 시즌 2루타와 3루타 역시 각각 12개와 2개로 조용호는 비교적 장타와 거리가 먼 타자다.

비록 장타는 적어도 리드오프로서의 조용호의 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 우선, 끈질기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타석당 투구수는 4.14개로 리그 공동 4위다. 2020년(4.48개, 리그 1위)과 2021년(4.3개, 리그 3위)보다는 적어도 여전히 매 타석 꾸준히 많은 투구수를 이끌어냈다.

공을 맞추는 능력 하나는 수준급이라는 점도 조용호를 돋보이게 한다. 헛스윙 비율이 7.5%(리그 전체 최저 4위)에 불과한 반면 컨택율은 88.5%(리그 5위)에 달한다.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타석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던 시즌에 비하면 단 두 번만 베이스를 훔친 올 시즌에는 뛰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그러나 박병호, 앤서니 알포드 등 중심타선에 해결사 노릇을 할 수 있는 타자들이 많아 조용호가 타석에서 투수들을 괴롭히고 루상에 나가기만 해도 kt로선 '대만족'이다.

아직 시즌이 한참 남아있고, 올 시즌도 100경기 이상 뛸 것이 유력한 조용호는 조심스럽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바라본다.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는 수원의 돌격대장과 함께 kt가 더 높은 곳으로 뛰어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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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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