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풀타임> 관련 이미지.

영화 <풀타임> 관련 이미지. ⓒ 슈아픽처스


 
 
한국이든 프랑스든 홀로 육아와 생업을 전담하는 엄마는 철인이 되어야 하는 걸까. 제78회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영화 <풀타임>은 프랑스 파리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의 일상을 치열하게 파고든다.
 
시작부터 알람에 맞춰 급히 일어나는 모습이 등장한다. 쥘리(로르 칼라미)는 이웃집에 두 자녀를 맡기고 이제 막 출입문을 닫으려는 기차 안으로 몸을 던진다. 일터는 5성급 호텔이다. 그곳에서 선임 메이드로 일하는 쥘리는 동료와 상사에게 그 성실성을 인정받아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좀 더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 이직하기 위해 쥘리는 대타를 구하고, 상사에게 양해를 구해보지만 때마침 격화된 파리 운송노조 파업으로 오히려 본인이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영화는 일과 육아 모두 최고이길 원했던 한 여성의 분투기이자 현대 자본 사회의 뼈아픈 단면을 상징한다. 아이를 키우기 적합하지 않은 파리를 떠나 조용한 근교 마을을 택했고, 동시에 더욱 일찍 일어나 철도로 출퇴근을 하던 쥘리는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이자, 훌륭한 엄마이길 원했지만 철도 및 택시 파업 장기화라는 조건에서 맥없이 꺾여버리고 만다.
 
영화는 1995년 프랑스 파리 대파업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다. 근교에서 파리로 출퇴근하던 수많은 시민들이 당시 파업의 영향을 받았다. 흥미로운 지점은 쥘리 또한 피해자임에도 분노의 칼날을 파업 노동자에게 돌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업이 일어나게 된 시스템을 탓할 뿐, 쥘리 또한 "파리와 근교를 오가는 삶만 아니었어도 함께 파업에 참여했을 것"이라 이웃에 말할 정도다. 아마도 노동 쟁의 및 시민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프랑스 시민성이 엿보이는 장면일 것이다.
  
 영화 <풀타임>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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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풀타임> 관련 이미지.

영화 <풀타임> 관련 이미지. ⓒ 슈아픽처스


 
헨즈헬드 카메라에 담긴 쥘리는 날이 갈수록 피폐해진다. 이혼한 남편은 양육비를 보내지 않고 연락 두절이고, 이웃 주민과 사랑을 잠시 꿈꿔보다가도 이내 자신의 행동을 자책한다. 누군가는 호텔 일을 관두고 동네 마트에서 일해보라 권하기도 하지만, 말이 쉽지 해당 마트도 쉽게 누군가를 고용하지 않으려 한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의 나라 프랑스가 이토록 처절한 곳이었던가. 대한민국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또다른 싱글맘이었다면 어땠을까. 쥘리의 현실을 잠시 한국 사회에 빗대 생각해보니 아찔해진다. 이 영화가 어떤 스릴러 영화보다도 섬뜩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참고로 연출을 맡은 에리크 그라벨 감독은 쥘리에게 적대적인 파리의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실제 촬영본보다 더 차갑게 색을 보정했다고 한다. 5성급 호텔 또한 각 방마다 무미건조한 색감을 강조한 흔적이 보인다. 로르 칼라미를 비롯해 여러 배우들은 실제로 호텔 메이드 일을 경험하며 몸에 익히려 했고, 영화에서 제법 설득력 있게 해낸다.
 
일상의 모든 사건이 영화적일 수 있다는 믿음을 이 영화가 실현해냈다. 그 어떤 극적 사건보다 극적으로 다가오는 몇 가지 에피소드들로 인해 이야기가 제법 풍성해졌다. 구성과 연출면에서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한줄평: 녹록치 않은 워킹맘의 현실을 설득력 있게 짚어냈다
평점: ★★★★(4/5)

 
영화 <풀타임> 관련 정보

원제: À plein temps
영제: Full Time
감독: 에리크 그라벨
출연: 로르 칼라미, 안 수아레즈, 제네비에브 음니히, 시릴 구에이
배급: (주)슈아픽처스
러닝타임: 87분
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22년 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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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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