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 ENA


채널 ENA에서 방영 중인 법정 휴먼 코미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회마다 흥미로운 사건들이 등장한다. 새롭고 입체적인 캐릭터의 원고와 피고가 법정에 등장하면 변호사들은 유창한 언변으로 의뢰인들을 변론한다. 재판하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한쪽의 편이 되어 그들을 응원한다. 같은 편이 되어주고 싶은 사람이 곧, 우리 편이 된다. 

4화 '삼 형제의 난'에서는 잘못된 법률 지식으로 동생을 꼬드겨 강제로 상속 관련 서류에 싸인 시킨 형님들이 나왔다. 기본적으로 재판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해줄 증거와 증인이 탄탄해야 승산이 있다. 동동삼(정석용 분)씨는 형들이 시켜서 강제로 싸인했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물증이 없어서 수세에 몰렸다. 증거가 없으면 진실도 증명할 수 없었고, 증거만 있다면 불순한 계략도 순수하게 위장할 수 있었다.

혼외 자식 루머가 따라다니는 태산의 태수미(진경 분)대표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었다. 다행히 대학시절 첫사랑과의 열애, 그 결실로 영우(박은빈 분)가 태어났다는 사실은 우광호(전배수 분)와 태수미 두 사람만 입 다물고 있으면 근거 없는 루머로 치부될 수 있었다. 진실을 감추기로 작정한 마음, 보이지 않는 마음은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증거, 있습니까?"라는 4화의 명대사는 눈에 보이는 것과 보여질 수 없는 것 중에 진짜 중요한 것이 뭐냐는 반문처럼 들렸다.

9화에서는 아이들이 '지금 당장' 행복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어린이 해방군 총 사령관이 된 방구뽕(구교환 분) 이 나온다. 경쟁을 조장하는 한국의 교육 구조 속에서 밥은커녕 화장실조차 못 가게 하면서 학생들을 쥐어짜는 무진학원, 이 시스템을 용인하는 성공 만능주의 사회, 그 속에서 내 자식만은 살아남길 바라는 학부모들의 삐뚤어진 욕망이 교차했다.

'삐뚤어진 욕망'하면 권모술수 권민우(주종혁 분)도 빠질 수 없다. 그는 자폐 스팩트럼을 가진 우영우 변호사를 동료로 인정하지 않음은 물론, 그녀의 놀라운 기억력과 창의적 발상을 시기질투한다. 실력으로 자신을 돋보이게 할 생각은 커녕, 영우를 저격하거나 타인의 약점을 쥐고 우위에 서려고만 한다. 갑자기 방구뽕의 사상을 변호하겠다는 우영우의 돌발행동에 재판이 혼란스러워지자, 권민우는 상사에게 그녀의 행동에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돌아온 건 꾸중이었지만 말이다.  한바다 로펌에 들어오기 위해 누구보다 많이 공부하고 노력했다고 주장하는 권민우 변호사는 그동안 무엇을 그토록 열심히 배워왔을까.
 
최근 방영된 12화에서는 부당해고로 회사에 소송을 건 여성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안타깝게도 패소하고 만 그녀들은 비록 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변호해준 류재숙 변호사(이봉련 분)의 손을 꼭 붙잡았다. 재판에서 이기고도 씁쓸해했던 정명석(강기영 분)변호사의 표정과는 대조적이었다. 이겼다고 제대로 이긴 것이 아니고 졌다고 완벽하게 진 것도 아니었다. 겉으로 보기에 질게 뻔한 싸움이었다 해도 싸움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순간도 많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 ENA

 
이기는 싸움만 골라하고 힘든 일은 피해가면 안전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이준호(강태오 분)는 쉽지 않은 사랑을 택했다. "저와 하는 사랑은 어렵습니다. 그래도 하실 겁니까?"라는 영우의 물음에 망설이지 않고 "네"라고 대답한 준호는 그녀와 함께 휴일에 돌고래 해방 시위를 하고, 강가를 걸으며 열심히 쓰레기만 줍고, 오락실에서 틀린 그림 찾기를 무려 세 시간씩이나 한다.

서로 알아가는 사이일 뿐, 사귀자는 말은 안 했기 때문에 사귀는 사이는 아니라는 영우는 섭섭해하는 준호를 보며 놀란다. 보이지 않는 "마음"과 보이지 않는 "맥락"이 어려운 영우는 앞으로도 좌충우돌할 것 같다. 그래도 두 사람의 연애가 그저 걱정스럽지만은 않다. 영우 전용 포옹 의자가 되겠다는 준호의 진심 어린 고백에 한 표, 삐걱대고 서툰 영우만의 애정표현에 또 한 표를 던진다. 나는 그들의 편이 되어주고 싶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무엇이 진짜 이상한 것인지를 묻고 있는 드라마 같다. 그녀가 사건을 해결하는 이상한 방식, 다채롭게 등장하는 희한한 사건들, 이상한 그녀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 그녀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심지어 공격하는 권민우, 그녀를 사랑하는 이준호, 이준호를 안쓰러워하는 사람들, 그중에 정말 이상한 것과 이상하지 않은 건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를 이상하게 보는 시선에 마음이 상하고, 우리를 이해해주는 시선에 마음이 든든해진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이상해 보이지 않기 위해 무탈하고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싸우더라도 의미있는 싸움을 싸우고, 결국 지더라도 뜻깊은 패배를 하면 인생에 큰 자산이 된다. 모두가 같은 편이 되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이미 배워서 알고 있는 작은 배려를 행동으로 옮기면 된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행동, 서로를 배려하는 인격적인 태도는 결코 이상하지 않으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윤미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claire1209)에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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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화예술 교육 활동가/ 『오늘이라는 계절』 저자 - 5년차 엄마사람/ 10년차 영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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