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존재다. 까다로운 법률 용어들이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누구나 인생에 한번쯤 법이 반드시 필요한 순간들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7월 31일 방송된 SBS 예능 <집사부일체>는 '법사부일체' 특집으로 꾸며졌다. 솔로몬 변호사 3인방 이인철 이혼-가사전문, 윤정섭 형사전문,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가 일일 사부로 출연하여 우리가 알아야 할 법률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법률과 전문적인 변호사의 필요성
 
 SBS 예능 <집사부일체> 한 장면.

SBS 예능 <집사부일체> 한 장면. ⓒ SBS

 
많은 사람들은 종종 '나는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다' '인생에서 법과 관계될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인철 변호사는 "누구나 이혼, 상속 등 인생에서 가사 문제는 한번쯤은 겪게 된다"라며 법률과 전문적인 변호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이혼율은 OECD 가입 34개국중 9위, 아시아 국가에서는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시니어 부부들의 '황혼 이혼'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혼이 늦어지는 이유는 자녀들을 위하여 그들이 사회에서 자리잡고 나서 부모가 이혼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혼의 주요 쟁점은 위자료보다도 재산분할이다. 이혼시에 전업 가정주부가 받을 수 있는 재산분할은 어느 정도일까. 이인철 변호사는 맞벌이 여부 등 재산에 기여했는지 정도가 판단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재산분할이 50%까지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변하는 추세라고.
 
재혼 부부의 경우 결혼 전에 쌓은 재산은 분할에 포함되지 않는데 이 또한 기여도의 차이 때문이다. 단 혼인기간에 따라 오랜 시간 함께한 부부의 경우에는 특유재산(결혼 전부터 갖고 있는 재산)도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결혼 전에 배우자가 주식에 투자하여 수익이 발생한 경우, 심지어 상대 배우자가 주식투자에 반대했다고 해도 함께 결혼생활을 하는 자체로 기여도 인정되며 재산 분할에 포함된다.
 
재산분할의 대상은 부동산, 주식, 연금보험 심지어 운동선수의 연금과 암호화폐까지도 포함된다. 유일한 예외는 복권이다. 실제로 20억짜리 복권에 당첨된 남편이 이를 숨기고 아내에게 재산의 절반을 쿨하게 분할해 준 후,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전 아내로부터 당첨금을 분할해달라는 소송을 당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복권은 노력이 배제된 행운의 결과물이라는 이유다. 다만 복권을 아내가 구입해줬다거나 당첨번호를 불러줬다는 등 기여도가 인정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이혼소송계의 핫이슈는 오피스 와이프-오피스 허스밴드다. 배우자보다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직장 내 이성동료를 의미한다. SNS를 통하여 친밀한 문자를 주고 받으며 '정서적 외도'를 저지른 배우자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집사부일체> 멤버들과 변호사들은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뜨거운 토론을 펼쳤다. 찬성파인 윤정섭 변호사는 "혼인의 전제는 사랑이다. 사랑에는 육체적 사랑도, 정신적 사랑도 있지만 우위에 있는 것은 정신적 사랑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육체적 외도가 더 큰 이혼사유로 인정받았던 건 혼인의 본질에 대하여 정확하게 판단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윤 변호사는 "정신적 외도로 인한 이혼을 인정받지 못했던 또 다른 이유는, 과거에는 '디지털 증거(SNS, 홈페이지, 사진 등)가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바로 디지털 증거에서 딱 걸린 것"라고 지적했다. 민법 840조 1호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거론하고 있다.
 
반면 박 변호사는 "자녀 문제 등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신중해야 한다"라는 반론을 펼쳤다 박 변호사는 '정신적 외도의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과 함께, 디지털 증거로 거론된 카톡에서 이들이 아내의 생일선물을 함께 골랐다는 부분을 짚었었다. 바로 부부관계와 애정에 문제 없다는 근거이자, 만일 문제가 될 만하다고 생각했다면 메시지를 지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윤 변호사는 아내에 대한 선물은 '의무적인 행동'에 불과하다며 행간에 담긴 의미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반론했다.
 
2007년 실제 판례에서는 1심과 2심에서 기각되었으나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히며 최종적으로 이혼이 인정됐다. 남편이 먼저 오해를 일으킨 상황임에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아서 부부간의 갈등을 심화시킨 책임이 인정된 것. 과거에는 직접적 증거 없이는 이혼이 힘들었으나, 이제는 정서적 외도도 충분히 이혼 사유가 될 수있음을 인정받은 판례다.
 
이 변호사는 "결국 진심이 중요하다. 법정 소송까지 갔다고 해도 가정을 지키겠다는 진심을 보여준다면 이혼을 막을 수 있다"라고 당부했다. 이승기는 "법은 마냥 이성적인 줄만 알았는데, 사람과 마음과 진심을 들어줘서 재판의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라며 놀라워했다.

이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시절에 들었던 "법정 재판에서 중요한 건 기록이다. 하지만 기록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격언을 소개하며 법이 사람의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윤정섭 변호사는 사기, 횡령, 배임 등 형사사건을 주로 담당한다고 밝혔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분야는 '사기'로 최근 10년간 주요지표 범죄 발생 추이에서 '폭력'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특히 보이스피싱은 2006년 첫 발생 이후 지금까지도 꾸준히 증가하여 지난 한해에만 피해규모액이 7744억에 이르렀다.
 
윤 변호사는 "사기꾼들은 목돈을 가진 사람들의 돈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다"라고 설명하며 은퇴한 노인의 퇴직금·교통사고 피해자의 배상금 등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피같은 자산을 노리는 사기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윤 변호사는 사기는 새로운 수법 개발이 쉽지않다. 한정적인 수법만 파악해도 예방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고수익 원금보장'을 제안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유도하는 폰지 사기는 약 5천 명으로부터 2800억에 이르는 돈을 갈취했다. '학연-지연으로 접근하여 친밀감을 유도'하거나, '계약서없는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도 사기일 확률이 높다.
 
윤 변호사는 실제 보이스피싱 범죄 사례를 재연했다. 검사를 사칭한 사기범이 피해자의 신상정보와 지인까지 꿰뚫고 있었고, 실제같은 가짜 공소장과 전문용어로 불안감을 조성한 후 돈을 입금할 것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이 이에 위축되어 겁에 질리는 순간 사기에 넘어가기 쉽다. 최근의 진화한 보이스피싱범들은 아예 영상통화를 대비하여 가짜 검사실 세트까지 만들어놓을 정도라고. 윤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을 피하기 위하여 공소장은 수사가 끝나면 작성되고, 체포-압수 영장 등은 반드시 원본을 제시해야 한다는 정보들을 설명했다.
 
억울함 밝힐 수 있는 다섯 번의 기회, 그러나
 
 SBS 예능 <집사부일체> 한 장면.

SBS 예능 <집사부일체> 한 장면. ⓒ SBS

 
박준영 변호사는 억울한 누명 쓴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재심 전문 변호사로 활약중이다. 누군가 누명을 썼을 때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억울함을 밝힐 수 있는 5번의 기회(경찰-검찰수사, 1심, 2심, 대법원)을 보장한다. 다섯 단계 중 한번은 억울한 이들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박 변호사는 "절차가 점점 진행되면서 오류가 굳어진다"라고 설명하며, 한번 정해진 결론이 뒤집히기 어렵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했다.
 
2003년 7월 송정저수지추락사건은 아내와 남편이 탄 차량이 저수지에 추락하여 아내는 사망했고 남편만 빠져나왔던 사건이다. 남편은 아내를 살해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18년째 복역중이다. 살해의 직접증거는 없었지만, 아내 명의로 가입된 다수의 보험, 평소 부부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자녀들의 진술 등 정황증거만으로 무기징역이 판결된 사례다.
 
남편은 직접 쓴 편지를 박 변호사에게 보내 억울함을 호소했다. 심지어 당시 경찰도 메일을 보내어 도움을 청했다고. 박 변호사는 처음엔 판결문만 보고 무기징역감이 맞다며 이를 무시했지만, 이 사건을 취재하던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제작진도 의문을 제기하며 연락했다고. 박 변호사는 그 이야기를 듣고서야 다시 사건을 검토하면서 부실수사와 정황증거와 대치되는 내용들을 대거 발견했다.
 
박 변호사는 "부끄럽게도, 제가 잘못 본거 였다"라고 인정하며 "저의 과오를 바라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21년 12월 30일 재심이 청구되었고 올해 8월중 재심 개시가 결정될 예정이다. 박 변호사는 "우리 나라에서는 복역중인 무기수가 형 집행정지된 사례는 단 한번도 없었지만, 이 사건은 집행정지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모든 공로를 <그알> 팀에게 돌리며 "제작진이 변호사 못지 않다. 오히려 낫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제작진이 요약한 자료들을 법원에 그대로 제출한 적도 있다"라며 칭찬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으로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가 구제된 장동익씨가 특별히 자리를 함께했다. 장씨는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1992년 무기징역을 받아 21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뒤늦게 재수사한 결과 진범은 현장에 피해여성과 함께 있던 남자였다.

진범은 여성을 살해한 후 남성 2인조 괴한이 습격했다며 오히려 사건을 꾸며 냈다. 당시 특진을 노린 경찰은 무고한 시민 2명을 용의자로 지목하여 거짓자백을 받아내기 위하여 고문까지 가한 어이없는 사건이었다. 당시는 DNA 검사가 발전되지 않아 진범을 추적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장씨는 박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통하여 어렵게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진범은 이미 병으로 죽은 상태였다. 시력장애 1급인 장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자리에 착석하여 억울했던 세월을 회상했다. 그는 "세상을 원망하면 뭐하겠나. 나만 속이 상한다. 박 변호사 덕분에 진실이 밝혀져서 괜찮다"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장동익씨는 사건 당시 결백를 주장했지만 경찰에 끌려가 3일동안이나 고문을 당하고 살기 위하여 허위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 훗날 고문 사실을 알려도 모조리 묵살당했다. 허위 자백과 피해자의 시신만으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억울한 이를 보호해야 할 법과 공권력이 오히려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칼날이 되어 돌아온 씁쓸한 사례다.

장씨는 억울함에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지만 "내가 이대로 죽으면 제 가족은 살인자 가족으로 남는다. 내가 살아나가야 진실을 밝힐 수 있고, 가족이 쓴 누명도 벗기고 싶었다"라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장씨는 박 변호사를 처음 만난 2016년 3월 26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전에도 여러 차례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호소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장씨는 "재심해서 진실을 밝혀야죠"라는 박 변호사의 한 마디에 "이미 진실이 밝혀졌다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했다. 장씨는 박 변호사를 가리켜 "저에겐 희망과 새 삶을 안겨준 생명의 은인이다. 그 많은 기록 사이에서 진실을 건져올려 줬다"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재심은 법이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지만, 재심이 필요할만큼 억울한 사건을 만들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이인철 변호사는 "법이 힘들고 억울한 이들의 눈을 맞추고 경청해 줘야 한다. 억울한 이들을 구제하는 것이 법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윤정섭 변호사는 "법이 정의실현의 도구가 되기'를 소망했다. 마지막으로 박준영 변호사는 "법은 차갑다. 하지만 법의 따뜻함도 있다는 것을 사건을 통하여 이야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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