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인물들의 심리를 탐구해봅니다. 그 때 그 장면 궁금했던 인물들의 심리를 펼쳐보면, 어느 새 우리 자신의 마음도 더 잘 보이게 될 것입니다.[편집자말]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

미국의 정신분석의 스캇 펙 박사는 저서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사랑을 이렇게 정의했다. 이는 사랑이란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다. 나는 사랑에 대한 수많은 정의 중 이 정의를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최근 이 정의를 충실하게 보여준 한 드라마를 만났다. 바로 얼마 전 막을 내린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2>이다. 1편에서 구웅(박보현)과의 연애를 통해 연애하는 사람들의 소소한 심리를 탁월하게 보여줬던 유미(김고은)는 2편에서는 유바비(박진영)와 연애를 한다.

바비와의 연애에서 유미는 웅과의 연애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1편에서 웅의 마음을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행동하던 유미는 바비와의 연애에선 계속해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본다. 그리곤 마침내 보다 나은 내 모습을 만난다. 사랑을 통해 성장한 유미의 모습을 따라가 본다.
  
 유미는 바비의 솔직함에 반해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유미는 바비의 솔직함에 반해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 tving

 
확장되는 자아
 
2편의 시작은 웅과의 이별로부터였다. 웅과의 연애가 끝난 후 사랑세포는 깊은 상처를 받고 혼수상태에 빠진다. 사랑세포가 사라진 유미는 연애를 멀리하며 자신의 일상을 충실히 살아간다. 그런 유미에게 같은 회사 동료인 바비가 다가온다. 유미는 늘 친절하고 매너있으며,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지닌 바비가 어딘지 좋지만, 이를 선뜻 사랑이라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바비의 솔직함은 유미의 사랑세포를 깨어나게 한다. 2회 유미는 자신이 거절을 했음에도 함께 버스를 기다리다 "버스 안 왔으면 좋겠다"라고 솔직히 말하는 바비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저 말 나도 좋아하는 사람과 있을 때 수없이 떠올렸던 말이다. 그치만 입 밖으로 꺼낼 엄두도 못냈는데 유바비는 대단하네. 얼마나 하기 힘든 대사인지 알기 때문에 자꾸 머릿속에 그 말이 맴돈다.'
 
이는 자신이 원하지만, 갖고 있지 못한 모습에 대한 자각 그리고 보다 솔직한 모습을 갖고 싶은 성장 의지를 표현한 대사였다. 즉, 자신을 확대시키려는 의지가 생겨난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의지가 사랑세포를 깨어나게 한다.
 
이 후 바비와의 연애는 이런 '성장의지'를 발현시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유미는 다른 세포들도 놀랄 만큼 '싫은 것 리스트'를 하나둘씩 버린다. 남의 목도리를 두른 것이나 남자의 스킨 냄새를 싫어했던 유미는 바비의 목도리와 스킨 냄새를 좋아하게 된다. 이는 바비와의 사랑을 통해 유미의 자아가 확장되어 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진짜 내가 원하는 걸 실천하는 힘

이렇게 자아를 확장시켜 가던 유미는 오랫동안 자신이 품어왔던 꿈을 다시 만난다. 바비와 첫 키스를 했던 날 유미는 바비와 함께 북카페에 가고 그 곳에서 '글쓰고 싶은 욕망'을 발견한다. 웅과의 연애 당시에도 종종 유미의 마음을 설레게 했지만 매번 물러서야 했던 작가 세포가 이번엔 정말로 깨어난다. 유미는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낸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건 설레면서도 불안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미는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자기 확신을 잃지 않는다. 공모전에 여러 번 떨어져도 여러 가지 명언들을 되새기며 다시 일어서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런 자신의 모습을 떳떳하게 보여준다. 때로는 후회도 하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휘청이지는 않는다.
 
이는 한결같은 바비의 응원과 지지가 버팀목이 되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번 연애에서 유미가 '솔직함'을 선택했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유미는 자신의 모습을 포장하지 않고 바비에게 드러내고, 바비는 이런 유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준다.
 
바비의 응원은 1편에서 마케팅부로 이동하게 된 유미를 축하해주는 웅의 태도와는 조금 결이 달랐다. 웅은 유미의 성취에 대해 자신의 처지를 투사해 해석하곤 했지만, 바비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유미를 바라봐준다. 때문에 유미는 1편에서 보다 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유미는 7회 진심으로 바비에게 이렇게 말한다.

"다 고마워."

이는 바비와의 사랑으로 인해 자신이 성장할 수 있었음에 대한 감사였을 것이다.
  
 유미는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 화가 난 사랑세포에게 더이상 휘둘리지 않기로 결심한다.

유미는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 화가 난 사랑세포에게 더이상 휘둘리지 않기로 결심한다. ⓒ tving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이별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 초점을 두어 성장한 유미는 점점 더 단단해진다. 작가로서 경험하는 여러 어려움도 잘 겪어내고, 바비와의 관계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태도를 잃지 않는다.
 
9회 유미는 바비가 다은(신예은)에게 흔들렸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유미는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한다. 유미의 세포들이 '금기리스트'를 하나씩 꺼내서 점검해보는 것으로 묘사된 이 장면에서 유미는 자신이 '다른 여자에게 흔들리는 남자'만은 절대 허용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리곤 이렇게 독백한다.
 
'연애를 하다보면 상대방보다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다.' (9회)
 
유미는 정말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하고, 바비에게 첫 번째 이별을 선언한다. 그 후 유미는 작가세포를 프라임세포 삼아, 일에 집중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다시 바비와 재회를 하고 둘만의 시간들을 만들어 가며 결혼까지 꿈꾼다. 하지만, 이 때도 유미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리고 유미가 아팠던 어느 날 밤. 바비에게 다은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 밤이 지나고 유미는 다시 바비와의 이별을 결정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헤어진 이유는 다은이가 바비에게 새벽에 전화를 건 사실도, 바비가 아직도 다은이의 전화를 저장해놨다는 사실 때문도 아니다. 우리가 헤어진 이유는 그걸 보고도 차분한 나 자신 때문이었다.'

유미의 바비와의 이별은 1편 웅과의 이별과는 아주 많이 달랐다. 1편에서 유미는 자신의 마음보다는 웅이 서운하게 한 일들을 떠올리며 이별을 생각하고, 마지막 회 이별의 순간조차 웅의 카드에 따라 자신의 카드를 결정한다. 때문에 유미는 웅과 이별한 이유조차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바비와의 이별에서 유미는 자신의 마음을 먼저 돌본다. 유미가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성장하고 단단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돌직구'로 시작했던 바비의 사랑은 유미가 스스로에게 솔직한 태도를 갖도록 도왔고, 유미는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이를 실천하는 힘을 갖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바비와의 이별 후 유미의 사랑세포는 사라지긴 했어도 상처받아 앓아 눕지는 않는다. 유미는 자신의 일상에 최선을 다하고, 다시 등장한 웅과의 관계에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힘을 지니게 됐다. 또한, 다른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애인없이도 '꽤 괜찮은'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만족감을 느낀다.
 
 유미는 애인없는 크리스마스에 좋은 사람들에 둘러싸야 마음껏 행복을 느낀다.

유미는 애인없는 크리스마스에 좋은 사람들에 둘러싸야 마음껏 행복을 느낀다. ⓒ tving

   
드라마의 마지막 회. 유미의 세포들은 올해 유미를 빛내준 세포상 시상식을 한다. 이 시상식에서 유미는 자신이 작가로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준 바비의 한결같은 응원, 그리고 댓글로 지지를 더한 웅의 도움이 컸음을 알아차린다. 이는 유미가 사랑을 통해 성장했음을 깨닫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훌쩍 자란 유미는 헤어진 두 애인인 웅과 바비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남기고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그리곤 이렇게 말한다.
 
'이별이 사랑의 끝이긴 하지만 이별이 관계의 끝은 아니라는 걸 요즘 깨달아 가고 있다.' (14회)
 
정말 그렇다. 이별로 끝이 난 사랑이더라도, 그 사랑으로 인해 시작된 성장을 계속해 간다면, 그 관계는 끝나지 않는다. 스캇 펙 박사가 정의한대로 '서로를 성장시키는 의지로서의 사랑'은 이별과 백년해로 어느 결말이든 상관없이, 진정한 사랑으로 우리 마음에 남는다. 이렇게 우리는 사랑을 통해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법이다.
 
그러니 끝이 두려워 사랑에 마음을 열어두고 있지 않을 이유는 없다. 2편의 마지막 부분. 사랑 세포가 돌아온 건 아마도 이를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송주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유미의 세포들2 김고은 박진영 안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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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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