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아이에게 생명을 선물해줬다고 해서, 생명을 빼앗아갈 권리도 있는 걸까. 지난 5월 전남 완도에서 조유나 양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사건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비슷한 사건들은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했는데, 그 공통점은 어린 자녀가 부모의 극단적 선택에 휩쓸려 함께 희생당했다는 점이다.

부모가 자신들의 불행과 아이에 대한 사랑을 내세워 당사자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생명을 빼앗는다는 건, 명백한 살인이자 최악의 아동학대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30일 방송된 SBS 시사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나는 왜 죽어야 하나요-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로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가족 자살과 자녀살해 문제에 대하여 조명했다.

밝혀진 진실
 
 지난 30일 방송된 SBS 시사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나는 왜 죽어야 하나요-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로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가족 자살과 자녀살해 문제에 대하여 조명했다.

지난 30일 방송된 SBS 시사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나는 왜 죽어야 하나요-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로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가족 자살과 자녀살해 문제에 대하여 조명했다. ⓒ SBS

 
조 양이 사망하기 1년 전 2021년 6월 11일, 8살의 장하연 양(가명)은 자신의 집안에서 어머니 나씨와 함께 숨진채로 출동한 119 구급대원들에게 발견됐다. 모녀의 죽음을 신고한 사람은 아버지 장씨였다. 처음에 그는 전날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가 일어나보니 아내와 아이가 사망해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수상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발견당시 목을 매 질식한 상태처럼 보였던 아내의 진짜 사인은 놀랍게도 수면제 과다복용이었다. 그리고 아이의 사인은 비구폐색 질식사, 누군가에게 코와 입이 막혀 숨을 쉬지 못하여 질식한 것이었다. 아이의 몸에서는 두피가 무언가에 강하게 짓눌려서 상처가 나 있었고, 손톱에서는 누군가에게 저항한 듯한 흔적도 발견됐다.
 
놀랍게도 밝혀진 진실은 부모가 아이를 살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가 아버지만 살아남은 것이었다. 결정적 단서는 하연 양의 손톱에서 발견된 장씨의 DNA였다. 하연 양의 몸에서도 나씨와 같은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었으나 빨리 죽지 않자, 장씨가 직접 손을 써서 하연 양을 절명시킨 것이었다. 수면제로 의식을 잃고 몸을 가누기도 어려웠을 상황에서도 하연 양이 손톱에 흔적이 남을만큼 저항했다는 것은, '죽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집안에 있는 PC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한 장씨의 메모와 나씨의 자필유서도 발견됐다. 어릴 때부터 하연 양의 모든 것을 SNS에 기록해 둘 정도로 딸을 사랑으로 키워왔다는 부부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며 왜 딸에게까지 이런 비극을 강요했던 걸까? 재판부는 부부가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해오다가 딸을 살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장씨는 하연 양을 살해하고 아내 나씨의 죽음을 방조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극도의 심적 고통 속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이는 하연 양의 부모는 자신들의 절망감을 유서로라도 남겼다. 하지만 하연 양은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마음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남기지 못했다. 

2022년 6월 29일 완도 송곡항에서는 실종되었던 조유나 양 일가족의 시신과 차량이 발견됐다. 하연 양 가족과 마찬가지로 유나 양의 부모 역시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직장 폐업과 사직, 코인투자 실패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1년 전부터는 뚜렷한 직업없이 카드 대출 등으로 빚을 내 생활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족과 주변인들조차 유나 양 일가의 상황을 정확하게 몰랐을만큼 관계가 단절되어 있었다.
 
유나 양 부모의 지인은, 아이가 생전에 수줍음이 많고 특히 엄마한테 유독 애교가 많았던 엄마바라기였다고 증언했다. 유나 양의 엄마 역시 딸을 자신의 '분신'이라고 이야기할만큼 각별하게 생각했다. 지인들이 회상하는 유나 양 가족은,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어도 항상 밝고 긍정적인 태도로 미래를 꿈꿨던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그랬던 유나 양 일가의 사망은 주변인들에게도 큰 충격을 남겼다. 유나 양은 부모가 완도로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했을 때 그것이 생의 마지막 여행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과연 알고 있었을까.

하연-유나 양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손에 의하여 살해당할뻔 했지만 극적으로 목숨을 구한 생존자들이 있었다. 지금이 성인이 된 오진수(가명, 생존 당시 9세)-박영주(가명, 생존 당시 10세)-문수연(가명, 생존당시 12-13세)씨 등은 어렵게 인터뷰에 응하며, 어린 시절이었음에도 당시의 기억을 똑똑히 간직하고 있었음을 증언했다. 그들은 당시 부모의 어렵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고, 생사의 기로에 놓였던 긴박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회상했다.
 
누군가는 부모에 의하여 물에 빠져 죽을 뻔 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차가 달리는 도로로 밀쳐지거나, 심지어 칼을 들고 달려들었던 경우도 있었다. 극단적 선택을 저지르려는 부모들은 정작 아이의 반응과 의지가 어떤지는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다. 심지어 '너를 사랑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모도 있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아이들에게도 부모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그 순간의 기억은 영원한 트라우마로 남았다. 오진수 씨는 그때의 충격때문에 지금도 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훈 씨는 "그때 이후로 물이 무서워졌다. 어리다고 해서 기억을 못하는 건 아니다"라고 증언했고, 문수연 씨는 "죽고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왜? 정말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했다.
 
"부모가 사랑해서 그랬다고 생각하나"라는 제작진의 질문에 "정말 사랑했다면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라는 수연씨의 일침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선택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했던 아이들과 달리, 그들은 무사히 살아남았기에, 그리고 성인이 되었기에 뒤늦게나마 자신의 마음을 밝힐 수 있었다. 하연-유나양의 부모도 잘못된 선택을 하기 전에 한번이라도 먼저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봤다면 어땠을까.
 
한때 아이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려다가 마음을 돌린 정소라씨(가명)는, 고층에서 아이(당시 4세)를 떨어뜨리려고 했다가 자신을 해맑게 쳐다보며 '엄마, 사랑해'라고 고백하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정신을 차렸다. 정씨는 "얼굴이랑 머리에 뜨거운걸로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바로 아이를 안고 엄마가 잘못했다고 했다"라고 고백했다. 그때의 행동은 정씨에게 평생 짊어져야할 형벌이 됐다고.

정씨는 "후회는 당연히 한다. 그때는 뇌가 정상이 아니다. 아이는 그냥 짐일뿐이고 어떤 결정도 판단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냉정히 말하면 그때는 아이들보다 내가, 내 자존심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라고 회상하며 극단적 선택의 충동에 휩싸인 부모들의 심경을 설명했다.
 
상담심리전문가 김태경 교수는 "삶에 낙담한 사람들은 '터널 비전'이 된다. 자기 생각을 확증해주는 증거에만 귀를 기울인다. 그 상황에서는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굳건해진다"라고 설명했다.
 
유나 양의 아버지는 사망하기 몇달 전부터 휴대폰으로 완도 방파제 수심, 수면제, 추락사 등 자살에 관련한 검색어를 집중적으로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표창원 범죄심리학자는 "부모이긴 하지만 범인이다. 검색기록은 가족 살해에 대한 직접적인 계획 정황이다. 그 순간 범인들의 마음에 떠오르는 것은, 어떻게든 이 계획을 방해받지 않고 성공시켜야한다는 것이 가장 먼저였다"라고 분석했다.
 
왜 부모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녀를 극단적인 선택의 대상으로 삼는가. 하연 양의 부모 역시 사건 며칠 전부터 자살 수단과 아이를 살해할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태경 교수는 "아이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보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사랑을 받기만 하면 되는 존재라고 생각한 듯하다. 부부의 대화 어디에서도 아이의 의사에 대한 고려는 한 자락도 없다"라고 분석했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권리이고, 그 누구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부모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라디오를 듣는다거나 사진을 찍고, 친한 지인들과 차와 식사를 함께 즐기는 소소한 일상에서 삶의 행복을 느낀다고 증언한 것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2018년 11월 제주도에서는 젊은 모녀가 익사한 채로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엄마가 아이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엄마는 생전에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최재호 제주경찰청 여청대장은 "아이가 제주공항에 내려와 로비를 신이 나서 즐겁게 걸어 다니는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아동은 부모가 설마 자신을 살해할 것이라는 위험을 감지하기 어렵다. 아이 입장에서는 죽음을 생각하지도 않는데 일방적으로 살해당해서 인생을 끝내게 된 것이다. 부모가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할 때 아이를 보면서 심한 갈등(자살하거나 아이의 생명을 빼앗아서는 안된다는 양심)을 일으키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면서도 범죄라는 인식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김태경 교수는 "심리학자 다수는 향후에 이런 일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병들어 있다"라고 우려했고, 곽금주 서울대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부모는 자신들이 가해자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자식이 나의 가족,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게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가족 중심이고 부모의 역할과 책임이 강조되는 나라에서 많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고립된 가정, 위험한 아이들
 
 지난 30일 방송된 SBS 시사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나는 왜 죽어야 하나요-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로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가족 자살과 자녀살해 문제에 대하여 조명했다.

지난 30일 방송된 SBS 시사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나는 왜 죽어야 하나요-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로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가족 자살과 자녀살해 문제에 대하여 조명했다. ⓒ SBS

 
한국과 유사하게 가족중심주의 정서가 강하고 비슷한 사건이 종종 발생한 일본에서는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 사례중 40%가 부모의 자녀 살해 후 자살로 집계됐다. 일본은 2016년 아동보호법 개정안을 통하여 '아이의 자립이 보장되는 권리를 지닌 주체자'라고 명시하여 아동의 권리를 강조했다. 또한 부모의 자녀 살해 후 자살은 명백한 아동학대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부모에 의한 자녀 살해 시도사건의 생존자였던 시마다 다에코(당시 4세)씨는, 현재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부모교육 강사가 됐다. 다에코씨는 자신의 아픈 경험을 토대로 흔들리는 부모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아야 한다는 캠페인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다에코씨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건 완전히 살인이다. 미화시켜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부끄럽게도 OECD국가 중 대한민국은 자살률 1위다. 힘들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망 지수'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고립된 가정일수록 주변에서 아이에게 다가올 위협을 감지하기도 어렵기에, 부모의 위기상태를 파악하고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사회적 노력이 요구된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심리부검'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자살의 원인을 추정하고 당시를 재구성해서 이렇게 하면 막을수 있었겠구나 그런 대책을 찾아내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허민숙 조사관은 "우리가 진정 원하는 건 엄벌이 아니라 예방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흔들리는 가정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때 아이와 함께 극단적 시도를 할뻔했던 정소라씨는 이후 주변에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모두 오픈하고 도움을 요청했고, 그때부터 많은 사람들로부터 애정어린 관심과 도움을 받은 것이 큰 힘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정씨는 지금도 아이에게 무릎을 꿇고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라고 사과한다고.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00~2019년까지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으로 집계된 부모의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무려 247건으로, 평균 한 달에 한 명 이상이 부모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담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다방면의 공통된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선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하는 게 첫 걸음일 것이다.
 
부산지방법원 박주영 판사가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에 대한 판결문에서 남긴 말은 지금 우리 모두가 함께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살해된 아이들의 진술을 들을 수 없다. 동반 자살은 가해 부모의 언어이다. 아이의 언어로 말한다면 이는 피살이고, 법의 언어로 말하더라도 이것은 명백한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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