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국 이후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바로 지난 2014년에 개봉해 1760만 관객을 동원했던 <명량>이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하지만 <명량>이 개봉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인 이순신 장군은 충무로에서 금기시되는 인물이었다. 1962년과 1971년 <성웅 이순신>,1977년 <난중일기>,<2005년 <천군> 등 이순신 장군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모두 흥행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순신 장군이 2014년 최민식에 의해 다시 살아났고 관객들은 역대 최다관객 신기록으로 이순신 장군의 부활을 반겼다. <명량>의 제작사에서는 당연히 엄청난 흥행수익을 안겨다 준 이순신 장군의 다음 이야기를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결국 약 8년의 준비과정 끝에 지난 27일 <명량>의 공식 속편이자 시기적으로는 <명량>의 5년 전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한산: 용의 출현>이 개봉했다.

일부 관객들은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배우 박해일의 무게감이 조금 떨어진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산>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은 이미 11년 전 박해일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경험한 적이 있기에 망설임 없이 박해일에게 이순신 장군 역을 맡겼다.

김한민 감독이 기억하는 박해일의 전작은 바로 지난 2011년 개봉해 전국 740만 관객을 동원했던 <최종병기 활>이었다.
 
 <최종병기 활>은 <핸드폰>으로 슬럼프에 빠졌던 김한민 감독을 다시 흥행감독으로 만들었다.

<최종병기 활>은 <핸드폰>으로 슬럼프에 빠졌던 김한민 감독을 다시 흥행감독으로 만들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 최다관객 영화 연출한 감독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순천고를 졸업한 김한민 감독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영화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동국대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1999년 단편영화 <그렇게 김순임은 강두식을 만났다>를 만들며 연출을 시작한 김한민 감독은 2003년 단편영화 <갈치괴담>을 통해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영화계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김한민 감독과 박해일의 인연은 김한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 <극락도 살인사건>부터 시작했다.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로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주가를 올리던 박해일을 캐스팅해 만든 미스터리 스릴러 <극락도 살인사건>은 전국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김한민 감독은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과 각본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범상치 않은 신인감독의 등장을 알렸다.

하지만 김한민 감독은 2009년 박용우, 엄태웅 주연의 두 번째 영화 <핸드폰>이 전국 63만 관객에 그치며 '소포모어 징크스'에 빠지고 말았다. 인상적인 데뷔작을 선보였다가 두 번째 영화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여러 감독들처럼 김한민 감독도 일찌감치 '밑천'이 드러났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한민 감독은 2011년 박해일과 4년 만에 재회한 3번째 영화 <최종병기 활>을 통해 다시 반전을 만들어냈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조선의 명궁과 청나라 무장들의 대결을 그린 <최종병기 활>은 2011년 8월에 개봉해 여러 대작들 사이에서 전국 74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2011년에 개봉했던 모든 영화 중에서 <트랜스포머3>(770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흥행기록이었다. <최종병기 활> 이후 사극에 심취한 김한민 감독은 2014년 영화계에서 금기시되던 인물인 이순신 장군을 소환해 약 15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형 사극 <명량>을 만들었다.

<명량>으로 1760만 관객을 동원하고 대종상 작품상과 청룡영화상 감독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자리에 오른 김한민 감독은 올해 8년의 준비 끝에 <명량>의 후속작이자 프리퀄 <한산: 용의 출현>을 선보였다. 장편 데뷔작을 함께 했던 박해일을 조금 젊은 시절의 이순신 장군으로 변신시킨 김한민 감독은 내년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김윤석 주연의 <노량: 죽음의 바다>를 선보일 예정이다(<노량>은 작년 6월에 이미 모든 촬영을 마쳤다).

활로 보여준 122분의 화려한 액션 활극
 
 <괴물>에서 화염병을 던지던 박해일은 5년 후 <최종병기 활>에서 최고의 명궁으로 변신했다.

<괴물>에서 화염병을 던지던 박해일은 5년 후 <최종병기 활>에서 최고의 명궁으로 변신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삼국지>의 황충과 <반지의 제왕>의 레골라스, <어벤져스>의 호크아이, <괴물>의 박남주, <지금 우리 학교는>의 장하리 등 소설과 영화, 드라마 등 문학작품에서 뛰어난 활 솜씨를 가진 캐릭터들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주인공 캐릭터들을 빛나게 하는 '서브' 역할에 그칠 때가 많다. 사극에서도 활부대는 흔히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선 제압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종병기 활>에서 주인공 남이(박해일 분)가 쓰는 활과 화살은 영화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온갖 화려한 액션 장면들의 중심이 된다. 물론 사슬로 무장한 청나라 무장들의 갑옷이 남이의 화살 한 방에 너무 쉽게 관통 당하는 장면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태산처럼 받쳐 쥐고 호랑이의 꼬리처럼 말아 쏘는' 남이의 활이 남다른 파괴력을 가진 것은 액션 영화에서 허용될 수 있는 '주인공 보정'의 범위다.

사실 혼인 도중 청나라 군사에게 납치된 동생과 매제를 구하는 남이의 이야기를 다룬 <최종병기 활>의 스토리는 꽤나 단순한 편이다. 하지만 김한민 감독과 배우들이 보여준 화려한 액션과 카리스마 있는 연기는 관객들에게 눈을 뗄 시간을 주지 않는다. 특히 <최종병기 활>의 '최종보스' 쥬신타를 연기한 류승룡은 김한민 감독의 차기작 <명량>에서도 일본수군의 선봉장 구루시마 미치후사 역을 맡을 만큼 악역으로 눈부신 존재감을 선보였다.

<최종병기 활>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는 남이의 독백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였다. 이 대사는 남이와 쥬신타가 자인(문채원 분)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며 영화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 나온다. 이 대사는 <최종병기 활>의 시사회에 초대된 전·현직 양궁 선수들도 가장 인상 깊은 대사로 꼽았다.

<최종병기 활>이 개봉한 후 몇몇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최종병기 활>과 2006년에 개봉했던 멜 깁슨 감독이 만든 <아포칼립토>의 유사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한민 감독 역시 <아포칼립토>를 비롯한 할리우드 추격 액션 영화들에서 모티브를 얻어 왔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또한 남이가 위기에 처했을 때 (CG로 만든) 호랑이가 나타나 청나라 군사들을 공격하며 남이에게 도망칠 시간을 벌어준 장면도 너무 억지스러웠다는 평가가 많았다. 

남편보다 오빠를 먼저 챙긴 자인의 우애
 
 문채원이 연기한 자인은 혼인을 올리는 날, 청나라 군사들에게 납치되는 비운의 여인이었다.

문채원이 연기한 자인은 혼인을 올리는 날, 청나라 군사들에게 납치되는 비운의 여인이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데뷔작이었던 <울학교 이티> 이후 드라마에 집중한 문채원은 <바람의 화원>과 <찬란한 유산>, <괜찮아,아빠딸> 등에 출연하며 라이징스타로 떠올랐다. 그런 문채원에게 <최종병기 활>은 위험부담이 큰 작품이었지만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결과적으로 문채원에게 좋은 선택이 됐다. 자인은 남이가 납치된 자신을 구하고 탈출시키려 했을 때 '혼자 도망치느니 차라리 함께 싸우다 죽겠다'며 우애를 보여줬다.

평소 연모하던 자인과의 결혼식 날 청나라의 침공으로 자인과 함께 청나라의 포로가 되는 서군은 아내가 된 자인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중반까지만 해도 나약한 부잣집 도련님처럼 나오는 서군은 영화 후반부 단신으로 오랑캐 수십 명과 맞서 싸울 정도로 뛰어난 무예를 보여준다. 남이의 희생으로 끝까지 살아남는 서군 역을 맡은 김무열은 작년 조진웅, 이성민과 함께 영화 <대외비> 촬영을 마쳤다.

수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악역연기를 맡아 홀로 심한 고독감에 몸부림치다 각종 나쁜 일들을 '진행시키는' 이경영은 <최종병기 활>에서 역적의 자식으로 몰린 남이와 자인 남매를 거두어 키우는 김무선을 연기했다. 남이와 자인을 친자식처럼 키우고 자신의 아들인 서군과 자인의 혼인을 허락하지만 안타깝게도 서군과 자인이 혼인을 올리는 날, 조선을 침략한 청나라군에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는다.

박기웅은 <최종병기 활>에서 악역인 청나라 황제의 아들 도르곤을 연기했는데 새신부인 자인을 납치해 능욕할 궁리를 하다가 동생을 구하러 온 남이에 의해 불에 타 끔찍한 최후를 맞는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최종병기 활 김한민 감독 박해일 류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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