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일링 포인트> 공식 포스터.

영화 <보일링 포인트> 공식 포스터. ⓒ (주)이놀미디어

 
우리에겐 '욕쟁이 셰프'로 잘 알려진 고든 램지는 특유의 까칠함과 요리 실력, 리더십으로 최정상 자리에 올랐다. 여러 예능 프로, 특히 <헬's 키친>은 스물두 번째 시즌이 나올 정도로 전 세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고든 램지의 온갖 압박을 견뎌 내며 요리 경연을 펼치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극적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오는 8월 4일 개봉하는 <보일링 포인트>는 어쩌면 고든 램지라도 오금이 저릴 상황이 가득한 영화다. 1년 중 가장 바쁜 날인 크리스마스 당일, 영국 런던의 한 고급 식당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여러 사건은 그 자체로 매우 현실적이면서 상징적이기까지 하다.
 
영화는 원 컨티뉴어스 샷, 그러니까 촬영을 끊지 않는 단 한 번의 테이크로 이뤄져 있다. 헨드 헬즈 기법으로 등장인물들의 불안감을 반영하면서 주방과 홀, 그리고 식당 주변을 오가는 촘촘한 동선이 특징인데 곳곳에서 예측 불허의 사건이 벌어지며 관객의 이목을 90여 분간 붙잡아 두려 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강하다. 헤드 셰프이자 오너 셰프인 앤디(스티븐 그레이멈)는 부지불식에 찾아온 위생 관리원에게 말 그대로 탈탈 털린다. 제대로 교육 안 된 신입 직원의 실수도 있었지만, 앤드 또한 너무 바쁜 나머지 아들의 중요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자책에 빠져 있다. 5점 만점에 3점을 부여받아 내상을 입은 채로 업무를 시작하게 되는데 바로 그 내상이 일종의 맥거핀이 돼 후반부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성실하지만 동시에 지쳐 있는 앤디, 그런 앤디를 끝까지 믿고 힘을 실어준 수셰프 칼리(비넷 로빈슨)을 비롯한 주방 스태프들은 왠지 모르게 화가 쌓여 있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업자는 끊임없이 주방과 홀을 압박하려 든다. 결국 후반부 치명적인 실수가 터져 식당 자체가 위기에 빠지게 된다.
 
 영화 <보일링 포인트>의 한 장면.

영화 <보일링 포인트>의 한 장면. ⓒ (주)이놀미디어

  
분명 해피 엔딩이라 할 수는 없다. 스태프 간 갈등, 요리 재료 부족 사태, 옛 동료의 깜짝 방문, 게다가 아내와 아들은 토라져 있는 상황을 앤디는 과연 무사히 견딜 수 있을까. 한창 요리 예능 광풍이 불었던 우리나라도 현직 셰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기에 영화 자체가 어렵게 다가오진 않을 것이다.
 
연출자인 필립 바렌티나 감독은 실제로 영국 달스턴의 한 식당에서 셰프로 일한 전력이 있다. 그 경험이 영화에 그대로 녹아 있는데 배경이 된 식당 또한 감독의 오랜 친구가 운영하는 곳이고, 감독이 잠시 몸담아 일한 곳이기도 하다. 영화 일을 시작한 뒤로도 생계를 위해 두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가져야 했던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을 것"이라며 "관객들이 지금 당장 함께 고민해야 할 것들을 말하고 싶었다"고 연출의 변을 밝힌 바 있다.
 
어쩌면 흔한 셰프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꽤 높은 긴장감이 감돈다. 치밀하게 동선을 짠 뒤 완성한 원 테이크라는 촬영 기법 덕이기도 하겠지만,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현실성과 구체성이 잘 반영된 결과기도 하다. 영화는 애초 20분짜리 단편이었는데 주위의 권유로 속편 격인 장편으로 이야기 구성을 다시했다고 한다.
 
한줄평: 뜨거운 여름을 더 달굴 주방 서스펜스
평점: ★★★☆(3.5/5)

 
영화 <보일링 포인트> 관련 정보

원제: Boiling Point
감독: 필립 바랜티니
출연: 스티븐 그레이엄, 비넷 로빈슨, 레이 판타키 외
수입 및 배급: ㈜이놀미디어
러닝타임: 95분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
개봉: 2022년 8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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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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