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 벤투호가 일본과의 동아시안컵 3차전에서 졸전 끝에 0-3으로 패햇다.

▲ 한국 대표팀 벤투호가 일본과의 동아시안컵 3차전에서 졸전 끝에 0-3으로 패햇다. ⓒ 대한축구협회

 
 
1년 4개월 전 요코하마 참사에 이은 또 하나의 참사였다. 지금까지 일본과의 A매치에서 2연속 0-3 패배를 당한 적은 없었다. 2022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보여준 벤투호의 경기력은 참담했다. 4개월이 채 남지 않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대한 불안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비유럽파 구성한 벤투호, 일본 상대로 무기력한 참패
 
벤투 감독은 지난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전에서 다수의 2진급을 출전시켰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지 않는 대회 특성상 유럽파들을 소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보다니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이에 반해 일본도 J리거 위주로 스쿼드를 편성했다. 특히 A매치 15경기 이상 뛴 선수가 한 명도 없는데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활약한 이름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중요한 A매치에서 일본은 26인 엔트리를 대부분 유럽파로 채울만큼 인재풀이 넓다. 실질적으로 이번 동아시안컵에 나선 일본은 2진으로도 보기 어려운 스쿼드였던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일본을 맞아 무기력하게 패했다. 0-3이라는 점수가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내용과 결과 모두 철저하게 일본에 뒤졌다. 일본의 터프하고 강도 높은 전방 압박으로 인해 갈 길을 잃었다.

이에 한국은 공격 방향을 중앙보다 측면으로 치우치거나 조규성의 큰 키를 활용한 롱 패스에 치중했다. 일본의 밀도있는 움직임과 타이트 한 공간을 중원에서 창출하지 못하면서 벤투 감독이 구상한 모든 플랜이 꼬인 것이다.
 
심지어 이 경기서 한국의 처음이자 마지막 유효슈팅은 후반 31분 송민규에게서 나오는 등 일본을 위협할만한 장면을 거의 만들지 못했다. 무엇보다 기본기부터 피지컬, 전술까지 모두 밀렸다. 센터백인 권경원을 수비형 미드필더에 전진 배치한 벤투 감독의 선택 또한 패착이었다.
 
한국 대표팀 벤투호가 2022 동아시안컵 일본전을 앞두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 대표팀 벤투호가 2022 동아시안컵 일본전을 앞두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예상치 못한 비주전들의 부진, 다양한 변수 대비할 수 있을까
 
현재 벤투호의 주전 상당수는 유럽파가 차지하고 있다. 공격은 손흥민-황의조-황희찬, 중원은 이재성-황인범이 담당한다. 유럽파는 아니지만 중동에서 활약 중인 정우영은 팀 내 수비형 미드필더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 수비진은 김민재만이 유일하게 유럽에서 활약 중이다.
 
일본전은 1진이 나선 경기가 아닌 점은 명확하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게 있다. 부상과 경고, 퇴장으로 인한 징계 변수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에서 매 경기에 출전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미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혹독하게 경험했다. 대회를 앞두고 김민재를 비롯해 이근호, 염기훈, 김진수, 권창훈이 부상으로 낙마했다.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을 준비하는데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벤투호도 마찬가지다. 비록 평가전이지만 지난 6월 A매치에서 김민재, 이재성의 부상 공백으로 인해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FIFA랭킹 1위 브라질전에서는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세밀한 빌드업을 시도하며 맞불을 놨지만 결과는 1-5의 대패였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벤투 감독이 얻어야 할 것은 분명히 있었다. 주전과 비주전의 간극 좁히기다. 벤투 감독은 플랜A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상대팀에 따른 맞춤형 전술이나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단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를 끼워 넣는 편에 더 가깝다. 그리고 스쿼드의 운용 폭을 좁게 가져간다. 경기 도중 교체 선수를 최대한 활용하지 않거나 베스트 11의 변화를 극소화한다.
 
지난 1월 터키 유럽 전지 훈련에서 아이슬란드-몰도바와의 2연전, 이번 동아시안컵 3연전(중국-홍콩-일본)은 유럽파를 소집하지 못했다. 비유럽파들의 경쟁력과 전술 수행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기회였다.
 
특히 이번 일본전에서 벤투호의 주전은 왼쪽 풀백 김진수가 유일했지만 권창훈, 조규성, 나상호, 김문환, 박지수, 권경원, 조현우 등은 최소한 벤투 감독 체제에서 많은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최종 엔트리 승선이 유력하다. 최소한 후반에는 교체 출전을 예상해볼 수 있는 자원들이다. 이들마저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결국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김민재에게 의존해야 하는 것이 벤투호의 현 주소다.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부터 최종 엔트리가 23명에서 26명으로 확대됐다. 이는 즉, 절반 이상을 비유럽파로 채워야 한다는 의미다. 안타깝게도 시간적 여유가 없다. FIFA가 공인하는 A매치 데이는 9월이 마지막이다. 9월에는 최대 2경기를 치를 수 있는데, 이때부터는 유럽파들이 가세한 최상의 전력으로 마지막 점검을 해야 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손쉽게 돌파하며 호평을 이끌어 낸 벤투호가 다시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고 있다.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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