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1TV

 
지난 6월 만 18세의 나이로 피아노 국제 콩쿠르에 참가한 임윤찬군이 우승해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가 주목받았다. 그러나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는 다른 의미로 국제사회에서도 주목받았다. 왜냐면 우승 후보 가운데 러시아 참가자와 우크라이나 참가자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지난 19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전쟁과 음악' 편이 방송되었다.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를 현지 취재한 이날 방송에서는 우크라이나 출신, 드미트로 쵸니와 러시아 참가자 안나 게니쉬네의 인터뷰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를 풀어나갔는데 전쟁에 대한 접근 방식이 신선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전쟁과 음악' 편을 취재한 정연욱 기자와 지난 23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스포츠와 다르게 본인 떨어져도 서로 되게 즐거워해"
     
- 지난 19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전쟁과 음악' 편 취재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다큐 제작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
"이건 제가 워낙 좋아하는 분야고 또 방송을 만들면서도 빨리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해서 마감이 다가오는 게 좋았어요. 그러나 방송이 끝나니 아쉽죠. 그래도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사내에서도 PD 선배들 몇 분이 연락 주셨어요. 원래 PD들은 기자들이 만드는 프로그램 무시하는 게 있거든요. 그런데 정말 잘 봤다고 하시고 어떤 분은 심지어 '기자가 이렇게 만들면 PD는 죽어야 된다'고 농담도 하시고 어쨌든 좋게 봐주신 거니까 이런 반응들이 고맙고 좋았어요."

- 기자님 문화 쪽 많이 취재하신 거로 아는데 원래 문화 쪽 좋아하세요?
"좋아하고요. 처음에는 주말 앵커 하면서 평일에 취재할 수 있는 분야로 문화를 갔는데 제가 워낙 원래 음악, 미술, 공연 이런 걸 좋아해요. 그런데 사실 방송 뉴스에서는 문화 쪽 잘 안 다루잖아요. 그리고 깊이 있게 문화에 대해서 다루는 기사가 잘 없어요. 왜냐하면 방송 뉴스는 정치, 경제, 사회를 다루기 바쁘기 때문에요. 근데 점점 문화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잖아요. 그래서 되게 반응이 즉각 오니 문화를 취재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 클래식에 대한 조예가 있으세요?
"제가 원래 어렸을 때 꿈이 지휘자였어요. 그래서 음악 공부를 하다가 관뒀는데 대신 음악에 관심이 많아요. 근데 문화를 취재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클래식 분야도 취재를 많이 하니까 더 좀 가까이서 보고 음악가들도 교류하면서 친해지는 경우도 있어서 더 잘 알게 됐죠."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로 푼 거잖아요. 어떻게 전쟁과 음악을 연결할 생각을 하셨어요?
"제가 <시사기획 창> 오기 전에까지는 문화부에 있었는데 올해 초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음악계 소식들을 몇 번 다뤘어요. '밴 클라이번 콩쿠르' 본선 진출자가 30명이 올 초에 추려졌는데 러시아 출전자가 제일 많더라고요. 그리고 우크라이나 출전자도 있고요. 그래서 이거 왠지 우크라이나 출전자가 잘 친다면 우승 주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관심 가졌어요. 그러다가 제가 <시사기획 창> 온 거죠.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중인데 두 나라 국적의 피아니스트가 음악으로 경쟁하는 상황이 되게 아이러니하잖아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등의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게 되면서 이걸 전쟁하고 결부시켜서 이야기를 녹여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했어요. 그래서 하게 된 거죠."

- 이거 발제했을 때 데스크 반응은 어땠어요.
"사실 데스크들이 이런 걸 허락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제가 너무 음악을 좋아하니까 가서 취재해도 재밌을 것 같은데 그건 제 생각이고 과연 데스크도 그렇게 생각할까죠. 그래서 제가 포장을 막 거창하게 했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이 거기 가서 정말 이 전 세계에 관심이 거기에 집중돼 있다. 그리고 러시아 출전자 중에는 전쟁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이런 피아니스트들이 만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리고 거기다가 한국의 출전자가 4명인데 한국 출전자가 또 워낙 다 잘하기 때문에 한국 출전자가 우승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까 여러 가지로 우리가 가서 하면은 뉴스거리가 된다'라고 설득했죠."

- 그랬더니 뭐라고 해요?
"되게 다행히 재밌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문제는 콩쿠르 기간이 3주인데 3주를 처음부터 끝까지 봐야 되잖아요. 왜냐하면 우크라이나 출전자가 중간에 실수해서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3주라는 출장 기간이 너무 길어서 비용이 많이 들고 그다음에 이거는 아이템 특성상 촬영 기자가 두 명은 가야 되거든요.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드니까 거기에 대해서 걱정은 하셨는데 워낙 제가 이 아이템이 재밌다고 설득했고 또 그동안 우리가 코로나 때문에 출장을 2년 동안 못 가서 좀 제작비가 남은 면도 있었죠."

-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 직접 가서 취재하셨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굉장히 열정적이고 또 스포츠와 다르게 음악은 본인이 떨어져도 서로 되게 즐거워하더라고요. 그리거 떨어진 사람들이 결승전 다 보러 와요. 그러니까 계속 상대방으로부터 배우는 거죠. 우승한 임윤찬군도 본인이 제일 잘 친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서로 겸손하면서도 아주 또 열정적이고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참가자들도 제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서로 친하게 지내요. 그리고 이런 콩쿠르에 올 정도면 잘 치는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다른 콩쿠르에서도 만난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서로 되게 화기애애하고 분위기가 아주 좋았어요."

-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요? 아무리 개인적으로 친하다고 해도 자기가 탈락하면 보고 싶지 않을 거 같거든요.
"속으로는 좋은 마음은 많이 있지 않겠죠. 떨어지면 당연히 아쉽겠지만 콩쿠르를 축제로 생각해서 시상식도 다 오더라고요. 저도 그게 신기했어요. 저희 다큐멘터리에도 나오는데 데니스 리닉이란 벨라루스 피아니스트가 3라운드는 못 올라갔어요. 그런데 3라운드 경연할 때 객석에 앉아서 똑같이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치고 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되게 신선했어요."

피아노 국제 콩쿠르에서 만난 우크라이나-러시아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1TV

 
- 우크라이나 출신, 드미트로 쵸니와 러시아 참가자 안나 게니쉬네가 맞붙은 거잖아요. 전쟁과 맞물려 주목을 많이 받았을 거 같아요.
"맞아요. 저뿐이 아니고 외신들도 그거 초점을 맞춰서 취재를 많이 왔어요. 제가 다큐멘터리에서 소개한 <뉴욕타임스> 기사도 제목이 '텍사스에서 만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 이거였거든요. 특히 우크라이나 드미트로 쵸니는 우크라이나 참가자가 혼자이기 때문에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받았는데 본인이 그걸 부담스러워하더라고요. 드미트로는 굉장히 말을 아꼈어요. 그런 반면에 러시아 참가자들은 두 갈래였어요. 아예 그런 질문을 회피하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러시아를 비판했어요."

- 전쟁에 우호적인 사람은 없나요?
"우호적인 사람은 못 봤어요. 이게 예술가가 전쟁에 대해서 옹호하는 발언을 할 일도 없다고 생각했고 아무리 속으로 그렇게 생각해도 저기 우크라이나 출신 참가자도 있는데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겠죠. 그런 사람 못 봤습니다."

- 전쟁에 반대하더라도 러시아 출신이 공개적으로 러시아를 비판하는 게 부담스러울 거 같은데 안나 게니쉬네는 공개적으로 비판하죠.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정말 예상치 못한 수위로 얘기해서 기자들도 많이 놀랐는데 안나 얘기를 들어보니까 2014년에 러시아가 크림반도 강제 합병할 때 굉장한 분노를 느꼈나 봐요. 그래서 그 이후에 리투아니아로 이주했대요. 그래서 러시아 정부와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굉장한 분노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초반에는 그런 걸 물어봐도 대답 안 하고 참고 있다가 기자회견을 언론에 본인이 발언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거침없이 그동안의 생각들을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걱정될 정도로 저희끼리 농담으로 안나 잡혀가는 거 아니냐고 얘기할 정도로 되게 놀랐는데 그래도 그렇게 얘기해준 게 너무 고마웠죠."

- 드미트로 쵸니는 대회 끝날 때까지 전쟁에 대한 언급은 없던데 우크라이나 국가가 연주되자 가슴에 손 올리고 있는 모습이 짠하더라고요.
"그렇죠. 그 장면에서 많이들 눈물이 났다고 하셨는데 저도 그랬어요. 드미트로는 제가 3주 동안 같이 만나보니까 성격이 모범생 스타일이더라고요. 음악에만 집중하고 일부러 본인은 거기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대답을 한마디도 안 했어요. 저는 연주가 다 끝나면 하고 싶은 질문을 할 거고 그전에는 음악에 대해서만 물어보겠다고 이미 얘기를 약속했어요. 그런데 다른 기자들은 물어보는데도 일절 대답 안 하더라고요.

저도 사실 속으로 본인이 우크라이나 출신으로서 주목받고 있으니 전쟁에 대한 비판 얘기를 해주는 게 되게 도움이 될 텐데 왜 저렇게 가만히 있을까라고 답답했는데 알고 보니까 드미트로가 조국을 위해서 연주회도 많이 했었고 공연에 집중해서 자기가 좋은 성적을 내야 이게 또 우크라이나에 부끄럽지 않으니까 거기에 집중하려고 그랬던 거였죠. 근데 정치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건 성향상 피하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 임윤찬군이 우승했잖아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취재 가신 건지 아니면 우연인가요?
"저는 입상은 할 수 있다고 예상했어요. 저는 올 초에 K-클래식 이끌 차세대 유망주들에 임윤찬군 넣어 제가 기사에 썼어요. 그런데 1등까지 할 줄은 사실 몰랐어요. 그리고 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드미트로 쵸니와 자주 만나고 가까워졌고 그의 연주를 좋아하다 보니까 저는 솔직히 대회 기간에 드미트로 쵸니를 응원했어요. 근데 임윤찬군이 워낙 '리스트'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을 잘 쳤고 현지에서도 갑자기 급부상해서 심사위원들이 놀랄 만큼 좋은 연주를 보여줘서 콩쿠르 기간에 화제가 됐었거든요.

사실 우승한다고 엄청난 팬덤이 생기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임윤찬군은 우승 이상으로 되게 많은 관심과 폭발적인 팬덤이 생겼잖아요. 그게 저는 일단 임윤찬군의 독특한 스타답지 않게 아주 진지하고 겸손한 게 굉장히 신선했던 것 같고 제가 현지에서 처음 인터뷰해 우승 리포트 했거든요. 그 인터뷰가 임윤찬군 특유의 진지한 모습이 처음 대중한테 공개가 됐을 땐데 저는 그래서 임윤찬 현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해요."
     
- 전쟁과 음악은 어떤 관계일까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전쟁이 음악을 이용하고 실제로 아주 거창한 음악들을 전쟁에 동원해서 막 사람들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사례가 많잖아요. 그리고 음악도 우리가 알기로는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보니까 전쟁이 음악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고 실제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한테 직접적인 상처를 주더라는 거예요. 

인터뷰에도 나오지만 제가 드미트로와 3주 동안 있으면서 저의 진심이 전달됐기 때문에 '나는 너를 통해서 너의 조국이 처한 이 상황 이 전쟁에 대해서 알리고 싶고 너의 이런 고민이나 고통을 사람들이 공감하게 하고 싶다'란 것들을 직접적인 대화가 아니더라도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그 친구도 이해했기 때문에 나중에 저한테 우크라이나에 관해서 해준 거거든요. 언어를 뛰어넘는 소통이라는 게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 저는 음악만이 모든 언어를 초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아닌가 해요.

그러니까 결국은 '전쟁과 음악' 편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그거였어요. 음악이라는 소재를 썼지만, 모두가 그래도 진심을 서로 나눌 수 있고 서로 공감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이 전쟁이라는 것도 언젠가 없어질 수 있지 않을까예요, 물론 그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런 꿈은 꿔야 되잖아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 느꼈는데 일단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런 진심들은 어떻게든 전해진다는 거예요. 아무리 제가 영어로 유창하게 전달을 못 했어도 음악을 통해서 '너희들이 음악으로 왜 이렇게 진심인지 알리고 싶다'란 것들은 다 전달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많은 분이 <시사기획 창>에서 음악을 다루는 걸 되게 좋아하셨어요. 물론 임윤찬 팬들도 많았지만, 음악을 포함한 예술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싶어 하고 또 예술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뜨겁다는 걸 이번에 많이 느꼈어요."

- 취재했지만 방송에 담지 못한 게 많다고 하셨잖아요. 못 나간 것 중 한 가지 얘기해 주세요.
"저는 아쉬웠던 것 중에 일부 콩쿠르가 러시아 출신들은 참가를 금지했었거든요. 그래서 러시아 국적이라는 이유로 출전을 못 한 피아니스트들을 만났어요. 본인이 '러시아 국적이지만 나는 전쟁에 반대하는데 이렇게 불이익을 받으니 굉장히 슬프다. 하지만 이해한다. 이것도 역시 음악가가 짊어져야 할 짐인 것 같다'는 훌륭한 얘기들을 했거든요. 그런 메시지들이 결국은 예술이 본질적으로 평화를 지향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예술의 정신을 아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는데 초점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얘기에 맞춰져 있고 시간제한도 있다 보니까 다른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의 얘기를 많이 못 담았어요."
정연욱 시사기획 창 러시아 우크라이나 임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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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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