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 소니뮤직


지난 4월,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해리 스타일스가 'As It Was'를 부르면서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가 록스타라는 것을 확신했다. 과장스러울 만큼 반짝이는 젠더리스 스타일의 옷을 입고 무대에서 날뛰는 모습을 보면, 1970년대 데이비드 보위와 엘튼 존의 전성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As It Was'는 2022년 최고의 히트곡으로 기록될 기세다. 발매 첫날에는, 스포티파이에서 하루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노래의 기록을 세웠다.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0주 이상(비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하(A-ha)의 'Take On Me' 같은 1980년대 신스팝, 그리고 2000년대 개러지 록 밴드의 분위기를 뒤섞어 놓았다. 경쾌한 사운드 위에는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이 겹겹이 쌓여 있다.

'옛날 음악 덕후' 해리 스타일스

해리 스타일스는 오디션 프로그램 <더 엑스 팩터>를 계기로 결성된 보이 밴드 원디렉션의 막내였다. 그는 엔싱크의 저스틴 팀버레이크, 테이크댓의 로비 윌리암스가 그랬듯이, 형들보다 더 큰 성공을 솔로 활동에서 거뒀다. 해리 스타일스의 성공은 이전 세대 음악에 대한 탐닉에 근거했다.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플리트우드 맥, 비틀스와 롤링스톤즈, 데이빗 보위, 퀸, 조니 미첼, 밴 모리슨을 사랑했다.

그의 뚜렷한 취향은 솔로 활동에서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첫 솔로 앨범 < Harry Styles >가 시발점이었다. 'Kiwi'에서 본격적으로 하드 록을 시도했고, 웅장한 6분 짜리 발라드 'Sign Of The Times'에서는 사뭇 진지한 태도로 삶과 죽음을 노래했다. 오아시스의 리암 갤러거는 이 앨범을 듣고 '꽤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며 후한 평가를 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해리 스타일스가 록스타로 우뚝 설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2019년, 2집 < Fine Line >을 기점으로 해리는 궤도에 오르게 된다. 1970년대 어느 즈음의 라디오를 소환하는 레트로 팝 위에서, 해리 스타일스는 섹스와 비애를 비롯, 보이 밴드 시절에는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해나갔다. 토속 악기 '덜시머'를 활용한 'Canyon Moon'은 조니 미첼에 대한 오마쥬였다. 핑크 플로이드와 악틱 몽키스를 섞어놓은 듯한 'She'에서는 록의 역사를 자유로이 유영했다. 논란은 많았지만, 롤링스톤 매거진이 2020년에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500장'에서 49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보이 밴드 출신에 대한 선입견을 확신으로 돌려세운 포인트였다. 
 
 해리 스타일스의 정규 3집 'Harry's House'

해리 스타일스의 정규 3집 'Harry's House' ⓒ 소니뮤직

 
그리고 팬데믹 시대의 한가운데, 새 앨범을 준비하던 해리 스타일스는 우연히 일본 대중음악의 전설인 호소노 하루오미의 < Hosono House >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그를 따라 앨범 제목도 < Harry's House >로 짓게 되었다. 여기서 집이란 물리적 공간의 의미가 있지만, 정서적으로 가장 편안한 마음의 고향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때문일지 몰라도, 이번 앨범은 해리의 앨범 중에서도 가장 편안한 무드로 무장했다. 

프린스의 노래처럼, 경쾌한 브라스 색션과 코러스가 어우러지는 'Music For a Sushi Restaurant'으로 파티를 시작한다. 찰랑거리는 신디 사이저가 빛나는 소프트 록 'Late Night Talking', 브라더스 존슨(Brothers Johnson)의 'Ain't we funkin' now'(1978)를 멋지게 샘플링한 'Daydreaming'의 유려함도 즐겁다.

흑인음악에 빚을 진 그루브한 곡들에 이어, 'Matilda'처럼 목가적인 노래로 분위기를 전환하기도 한다. < Harry's House >는 흘러간 음악에 대한 탐구, 다채로운 사운드, 그리고 탁월한 노래 솜씨를 모두 들려준다. 20세기 밴드 음악을 기본 골격으로, 아름다운 멜로디를 펼친다. 단연 '성공한 옛날 음악 덕후'다. 여전히 해리 스타일스는 공연에서 원디렉션 최고의 히트곡인 'What Makes You Beautiful'을 부르고 있다. 그런데 그룹 시절과 달리, 솔로 버전은 진득하고 관능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자신의 출발점을 부정하지 않지만, 굳이 거기에 머물지도 않는 것이다.

해리 스타일스의 오늘은

'록은 죽었다'라는 말을 십 수년 전부터 들어왔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록을 선택하면서 10대의 아이콘이 되었고, 래퍼 머신 건 켈리도 록을 부르면서 커리어를 반등시켰다. 올해 한국 최고의 히트곡인 여자 아이들의 'TOMBOY'도 팝 펑크가 없다면 탄생할 수 없었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1997년생 가수 백예린도 밴드 '발룬티어스'를 결성해 1990년대의 록을 재현하고 있다.

지금의 세대는 애써 밴드 사운드를 거부하지 않는다. 해리 스타일스도 좋은 선례를 남겼다. 최정점의 슈퍼스타가 옛 록과 호흡하면서 빌보드 1위에 올랐다는 것은 의의가 크다. 그가 선택한 레트로의 문법은 위켄드나 두아 리파, 도자 캣 등으로 상징되는 디스코 열풍과도 달랐다. 그는 '우리 시대 록스타'의 길을 걷고 있다.

 미국의 음악 평론가 롭 셰필드는 "해리 스타일스는 믹 재거의 음, 폴 매카트니의 양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롤링스톤즈의 섹슈얼한 풍모, 그리고 비틀스의 따뜻한 감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은 과해보이는 이 칭찬에, 해리 스타일스는 부응할 수 있을까? 이 칭찬이 근거없는 설레발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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