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열렸던 대통령배 준결승. 목동야구장 테이블석에 비가 내리면서 생긴 물방울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다.

지난 15일 열렸던 대통령배 준결승. 목동야구장 테이블석에 비가 내리면서 생긴 물방울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다. ⓒ 박장식

 
8월에 한반도를 뒤흔든 폭우 탓에 고교야구계가 한동안 긴장에 빠졌었다. 8월 1일부터 열려 13일이라는 기간 동안 펼쳐질 예정이었던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유례없는 폭우로 인해 8강전 진행 도중 나흘이나 경기 일정을 연기했기 때문.

다행스럽게도 폭우가 소강세에 들어서면서 17일로 예정되었던 결승을 치를 수는 있게 되었지만, 일정 차질의 여파로 인해 비수도권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긴 시간 동안 서울에 발이 묶이는가 하면 비가 그친 다음 날에도 그라운드 사정으로 인해 대회를 치르지 못하는 등 차질이 빚어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17일에 서울 지역에 비 예보가 없어 정상적으로 결승전을 치를 수 있었다는 점. 이에 따라 18일부터 개최가 예정된 고교야구 시즌 마지막 전국대회인 봉황대기도 예정된 일정에 맞추어 개최될 수 있게 되었다.

고교 선수들 괴롭힌 뒤늦은 폭우

고교야구에서 우천 연기는 흔한 일이다. 주최 측에서도 우천으로 인한 경기 차질을 대비해 예비일을 잡아놓곤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나도 비의 위세가 심했다. 대회 초반이었던 3일부터 태풍의 영향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신월과 목동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32강전이 대거 연기되었다.

다행히도 하루 만에 재개된 대통령배. 문제는 그 이후였다. 16강 진행이 한창이던 도중이었던 지난 8일, 서울에 400mm가 넘는 비가 왔다. 다행히도 선수단에 비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정상적인 경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목동야구장의 그라운드가 엉망이 된 탓에 즉각적인 경기 재개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문제는 8일 열릴 경기가 이미 8일 왔던 비로 인해 9일로 순연된 것. 하지만 그 순연된 경기마저 다시 우천으로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11일로 대회 재개 일정을 연기했다. 하지만 11일에도 대회 재개는 어려웠다. 협회에서 복구에 나섰지만 워낙 비가 많이 온 탓에 그라운드 정비에 애를 먹었다.

결국 11일 열릴 경기도 오전에서 오후로 한 차례 연기되었다가, 12일로 다시 연기되었다. 다행히도 12일에는 그라운드 정비가 완료되면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지만, 대회가 예정보다 나흘 연기되는가 하면 일부 지방권 학교들은 경기를 위해 서울에 며칠 동안 발이 묶이거나, 서울을 오르내렸던 탓에 기량을 펼치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서울 목동야구장 홈플레이트에 방수포가 펼쳐져 있다.

서울 목동야구장 홈플레이트에 방수포가 펼쳐져 있다. ⓒ 박장식

 
비는 8강전, 준결승전까지 선수들을 괴롭혔다. 8강전 때는 비 탓에 하루에 세 경기를 몰아서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고, 지난 15일 열렸던 대전고등학교와 안산공업고의 준결승에서는 소나기로 인해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선수들은 방수포를 펼쳤다가 걷었다가 하면서 경기 재개를 기다려야만 했다.

한 지방권 학교 학부모는 "아이들이 경기를 치를지, 못 치를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나흘 동안 서울에 묶여 있어야 했다"며, "기상 예보에는 내내 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빠르게 대회 일정을 연기시켰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폭우 탓에... 프로·대학 노리는 선수들 빨간 불 켜질 뻔

특히 이번 폭우는 후속 대회가 바로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기에 아찔함이 컸다. 대통령배의 바통을 받아 18일부터 시작을 예정했던 봉황대기의 일정에 치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특히 대통령배와 봉황대기는 3학년 선수들이 마지막 기량을 펼칠 기회였다. 진학을 앞둔 선수들이 더욱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한 번이라도 배트를 휘두르고, 한 개의 공이라도 더 던지는 경우가 많다. 폭우가 조금이라도 길어졌다면 프로야구 지명에도, 선수들의 입시 기록 마감에도 차질이 생길 뻔했다.

다행히도 17일에 예정되었던 경기가 끝나면서 18일부터 봉황대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대통령배 결승전이 끝난 직후부터 대통령배와 봉황대기 주최 관계자들이 바삐 현장을 오가고 현수막과 장비 등을 정리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역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호우로 인해 지난 2020년 청룡기 대회를 아예 한 주 동안 미루었던 선례가 있는 만큼, 선수들의 기량 보호 등을 위해 더욱 나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나온다.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는 만큼, 폭우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선수들이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결국 기후 위기가 만든 고교야구계의 '새 고민'이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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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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