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봉된 영화 <쓰루 더 파이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프랑스 파리의 소방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듯 프렌치 감성이 듬뿍 담긴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 준다.  

프레데릭 텔리에 감독의 연출, 그리고 <이브 생 로랑> <서른아홉, 열아홉> 등에 출연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배우 피에르 니네이가 소방관 프랭크 역을 맡았고, 영화 <앨리스와 사장님> <스위트 이블> 등의 작품으로 다양한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아나이스 드무스티어가 아내 세실 역을 맡아 멋진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쓰루 더 파이어> 포스터

영화 <쓰루 더 파이어> 포스터 ⓒ Mars Films, 영화사 오원


프랑스 파리. 차분하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주인공 프랭크(피에르 니네이 분)는 사고를 당한 피해자 가족에게 위로의 말까지 잊지 않고 건네는 마음이 따뜻한 9년 차 소방관이다. 그는 아내 세실(아나이스 드무스티어 분)과 함께 소방서에서 제공하는 관사에서 살고 있으며 곧 쌍둥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다. 

아침 조회시간. 한 무리의 소방대원들이 도열해 서 있다. 프랑스 국기를 게양하며 노래를 부르고 순직한 소방대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는 장면은 대단히 신선하다. 절도 있는 모습으로 체력과 장비를 점검하며 훈련장소로 이동하는 모습 또한 미국의 소방대원들과는 다르게 매우 절도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람부투역에서 자살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되고 프랭크와 동료들은 현장으로 출동한다. 참고로 프랑스의 경우 긴급전화번호로 18번과 112번을 사용하며 우리나라와 같이 구급차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남용할 경우에는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에는 구급차를 이용하면 상당 금액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작 아픈 사람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프랭크는 다양한 현장에 출동하면서 틈틈이 승진시험을 준비해 최고의 소방관이 되고자 분주하다. 그러던 중 프랭크의 동료 대원 한 사람이 현장에서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걱정하는 아내에게 프랭크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열심히 훈련하는 거야"라며 다독인다.  

장면이 바뀌고 프랭크와 세실의 쌍둥이가 놀고 있다. 차량사고 피해자를 구하지 못한 프랭크는 낙심한 얼굴로 집에 들어온다. 아내에게 조금 힘든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는 그를 아내는 위로해 준다. 재난현장을 뛰어다니며 지치고 상한 소방관의 몸과 마음이 가정에서 치유받는다는 것을 영화는 잘 보여준다. 

또 다른 아침 조회시간. 마침내 프랭크의 승진이 발표되고 그는 소방서의 구조 지휘 임무를 맡게 된다. 프랭크의 승진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이 모이고 그가 앞으로 진압해야 하는 화재를 위해서 모두 축배를 든다. 

다시 화면이 바뀌고 파리 시내의 외곽 물류창고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한다.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진입한 프랭크와 대원들은 건물이 무너질 상황에 마주한다. 전원 대피하라는 명령이 내려오지만 위층에 고립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프랭크가 나선다. 

다행히 동료들은 구조했지만 정작 프랭크 자신은 대피하던 중 큰 화상을 입고 쓰러진다. 8주 동안 의식이 없던 프랭크가 마침내 의식을 회복하지만 이미 그의 얼굴과 어깨는 심한 화상을 입었고 손상된 폐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홀로 힘든 싸움을 하는 프랭크를 가족과 의료진은 정성껏 보살핀다.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프랭크. 그는 18살 때 소방관이 되었고 이 직업이 그가 가진 유일한 재산인 셈이다. 그런 그가 더 이상 소방관으로 활동하지 못하게 되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우울증이 깊어간다.  

프랭크는 의사와 상담을 하며 자신에게 했던 말들을 고백한다. "이제 너는 절대로 죽어서는 안 돼. 아이들을 위해서. 그걸 다른 사람한테 말한 적은 없어요. 세실한테도요. 그저 저 자신한테만 내린 명령이었죠"라며 가족들을 지키지 못할까봐,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힘들게 할까봐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드디어 퇴원일. 프랭크는 그동안 자신을 가족처럼 돌봐준 의료진들과 인사를 나누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프랭크는 동료 대원들을 구한 일로 공로훈장을 받는다. 그는 훈장을 받으며 소방관 일을 하면서 강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창고 화재 당시 동료 대원들을 구한 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고 말하며 이 직업을 통해서 성장했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소방대원도 결코 천하무적은 아니라며 다른 사람한테는 영웅일지 몰라도 그저 하루하루를 생존해 가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고백한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약한 사람들을 돕게 될 기회를 더 이상 갖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 많이 아쉽다며 소방관이란 직업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겨 준다.  

한편 치료를 받았던 지난 2년 동안 힘든 싸움을 한 프랭크와 세실은 각자의 시간을 갖기로 한다. 세실이 떠나가자 프랭크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화면이 바뀌고 화재가 났던 곳을 다시 방문한 프랭크. 그곳에서 자신을 고통스럽게 했던 아픔과 정면으로 마주한 프랭크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낸다. 세상과 자신을 향해 마음을 열고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간다.  

아직 아내와 아이들에게 해 줄 말이 많아서 포기할 수 없다며 다가온 프랭크를 향해 세실은 다시 마음을 연다.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프랭크를 통해서 감독은 한 인간으로서의 소방관의 도전과 용기를 잘 그려내고 있다.      

결국 소방관도 격려와 위로가 필요한 한 명의 사람이라는 것을 영화는 철학적으로 잘 풀어내고 있다. 114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믿음, 신뢰, 용기, 응원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져주며 삶의 의미와 소방관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이 영화는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으로 평가된다. 

"인생은 흩어지는 모래알과 같아요. 모든 것이 사라지죠.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어요"라고 말하는 프랭크의 담당의사의 말처럼 모든 것이 영원할 수는 없다. 그저 하루하루를 진실되게 살아가는 것일 뿐... 

그동안 돌려놓았던 거울을 다시 원위치로 놓으며 프랭크는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인다. 

"어두운 밤을 밝혀준 내 아내와 딸들을 위해... 그리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용기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라는 자막을 끝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소방관이 본 이번 영화의 평점은...
Firefighter Rating: ★★★★★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이건 소방칼럼니스트 이건 소방검열관 소방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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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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