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열화영웅(The Bravest)>은 진국휘 감독의 연출과 황효명, 두강, 탁탄, 양쯔 등이 참여한 118분 분량의 액션물이다.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상당 부분을 불 속에서 촬영했다고 하며 참여한 배우들 또한 촬영 전 실제로 훈련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영화는 2010년 발생한 다롄 항 기름 유출 사고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 사고는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다롄 신항에 있는 '중국 페트로차이나(PetroChina)' 소속의 원유 수송관이 폭발해서 서해로 원유가 유출되었으며 항구 폐쇄는 물론이고 일부 한국 무역업체의 피해도 있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영화 <열화영웅> 포스터

영화 <열화영웅> 포스터 ⓒ Bona Film Group


영화의 대략적인 스토리는 이렇다. 

2017년 빈강시 랴오안성. 빈강 특근 소방중대 소속 1중대 대장 장 리웨이(황효명 분)와 대원들이 한 식당 화재에 출동한다. 대원들은 식당 3층에서 한 여자아이를 구조하지만 커지는 불길을 피해 다른 비상구로 대피하게 된다. 

하지만 비상구는 막혀 있고 자신들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불길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창문을 향해 망설임 없이 도끼를 던진다. 깨진 창문으로 불길의 방향이 바뀌고 이 틈을 타 무사히 구조임무를 완수한다.

아이를 구조한 장 리웨이 대장은 대원들에게 현장을 다시 한번 점검하게 한다. 현장을 수습하던 부대장은 자신에게 뒤처리만 하게 하는 대장에게 불만이 있다. 하지만 이미 꺼진 줄 알았던 불길은 또 다른 폭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불길이 식당 내부에 보관되어 있던 가스통에 옮겨 붙으면서 대형 폭발이 일어나고 현장을 수색하던 부하대원 쑨옌이 순직한다.   

현장 지휘관이었던 장 리웨이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직위해제를 당한다. 이 사고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장 리웨이는 소방관으로 근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의사의 소견까지 받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슬퍼할 시간도 잠시, 빈강 석유 비축기지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송유관 폭발 사고가 발생한다. 관내 모든 소방차가 현장으로 출동하고 일천여 명의 소방대원은 각자의 임무에 따라 임무를 준비한다. 

발화 초기부터 타고 있던 A01 탱크는 10만㎥에 직경 80m, 높이 20m 정도 되는 대형 탱크다. 진압 초기에는 화재가 다소 누그러지는 듯하더니 탱크 내부에 열이 상승하면서 탱크 상부로 화재가 번진다. 

진압조가 탱크에 사다리를 연결하고 진입하지만 폭발의 징조를 느낀 특근 1중대 대장 마웨이궈(두강 분)는 대피를 명령한다. 하지만 대원들은 철수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며 고집을 부리고 탱크가 폭발하자 사다리를 오르던 대원들은 추락해 부상을 당한다.  

현장 상황은 점점 더 최악으로 치닫는다. 열려있는 탱크의 밸브를 잠가야 하지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통제실 마저 폭발해 버린다. 이로 인해 벤젠, 자일렌, 시이안화물 등이 가득 차 있는 인근의 위험물 탱크마저 위협을 받는다. 전체 위험물질의 폭발 양은 핵폭탄 20개와 맞먹는 양이라는 사실에 시민들은 혼란에 빠진다.  

도시 전체는 물론 주변 국가까지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누군가 직접 불길 속으로 들어가 송유관 밸브를 수동으로 잠가야 한다. 이때 식당 화재 순직사고로 좌천되었던 둥산중대 소속의 장 리웨이가 현장에 직접 진입하기로 한다.    

밸브 하나를 잠그기 위해 8천 번을 돌려야 한다는 현장 관계자의 말에 장 리웨이와 대원은 낙담한다. 설상가상으로 남아 있는 공기의 양도 거의 없다. 어렵게 밸브를 잠그는 사이 또 다른 폭발이 발생하고 마치 불은 살아있는 괴물처럼 소방대원들을 둘러싸며 위협한다. 

마지막 밸브까지 잠근 장 리웨이는 결국 현장에서 순직하고 영화는 "용감한 소방대원들께 이 영화를 바친다"라는 문구로 마무리된다.  

이 영화는 마치 제목처럼 소방관을 영웅으로 묘사하려고 작정한 듯 보인다. 하지만 소방대원의 보건과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연출과 마치 소방관의 죽음은 용기이자 운명이라는 무책임한 설정은 대단히 진부하다. 

처음 사용하는 듯 광이 나는 소방차와 방화복은 영화적 설정이라는 의도를 충분히 간파하게 만들며 의미 없이 뛰어다니는 몸동작은 지나치게 과하다. 불길 속에서 탱크 밸브를 잠그다가 입을 축인다며 소방호스에서 흘러나오는 소화약제를 마시는 장면에서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기 어렵다.  

별다른 개인보호장비 없이 수시로 현장에 진입하는 모습, 툭하면 거수경례를 하며 순직을 미화하는 듯한 장면은 영화 속 대사처럼 "소방관을 잘 모르는" 감독의 착각에 불과하다.       

다만 대륙의 스케일에 맞게 동원되는 엄청난 수의 소방차와 연신 폭발하는 그래픽은 킬링타임용으로는 적합해 보인다.  

소방관이 본 이번 영화의 평점은...
Firefighter Rating: ★★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이건 소방칼럼니스트 이건 소방검열관 소방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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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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