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에서도 현재 뜨거운 감자다. 현행법상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이를 악용한 촉법소년의 흉악범죄가 알려지면서 처벌 강화 목소리가 높아졌다. 새 정부의 법무부에서 촉법소년의 연령대를 하향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찬반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7월 14일 방송된 JTBC <세계다크투어>에서는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던 14살 살인마 '사카키바라' 사건을 조명하며 촉법소년의 현실과 개선방안에 대하여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력 15년의 국내 여성 1호 프로파일러 이진숙 경위가 강연자인 다크 가이드로 나섰다.
 
 JTBC <세계다크투어>의 한 장면.

JTBC <세계다크투어>의 한 장면. ⓒ JTBC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7년, 일본 고베에서 벌어진 아동 연속살상사건은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5월 고베시 스마구의 한 중학교 정문에서 검은 비닐봉지 안에 절단된 사람의 머리가 발견됐다. 피해자는 그 당시 5학년생이었던 11세의 하세 준이었다.
 
또한 시신의 입속에서는 범인이 남긴 섬뜩한 살인 경고장이 발견됐다. 본인을 '스쿨 킬러'라고 자처한 범인은 편지에서 '게임이 시작됐습니다. 우둔한 경찰 제군이여, 나를 한 번 저지해보시게. 나는 살인이 즐거워서 참을 수 없어'라고 적혀있었다.

1960년대 미국의 연쇄살인자로 악명을 떨친 조디악 킬러. 오히려 범죄를 자신의 업적처럼 자랑하고 싶어하는 범인들도 존재한다. 자백편지를 쓰며 경찰을 우롱하는 방식이나 편지에 새긴 문양 등은 실제 살인범이 조디악을 모방하면서 영감을 받았음을 암시한다.
 
일본 경찰은 대규모 인력을 동원하여 수색에 나선 끝에, 머리가 발견된 위치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탱크산에서 하세 준의 남은 시신을 찾아냈다. 현장에서 시신 감식을 진행한 경찰은 사인이 압박에 의한 질식사이고, 범인이 탱크산에서 피해자를 먼저 살해하고 나서 시신을 훼손하고 머리만 중학교 앞에 가져다놓은 것을 확인했다.
 
2022년 현재 당시 시신이 발견된 마을과 중학교, 탱크산의 풍경들은 대체로 크게 변한 것이 없었지만 시신이 발견된 송전탑은 철거된 상태였다 지금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물탱크 시설 옆 작은 공간에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하세 준을 추모하는 작은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하세 준은 약간의 장애가 있었지만 보통의 가정에서 둘째로 사랑받고 자란 평범한 아이였다.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일본 경찰은 당시 고베 인근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잔혹 범행들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하세 준 사건 3개월 전에는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2명이 망치로 머리를 가격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에는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괴한의 칼에 찔려 중태에 빠졌고, 4학년 여학생은 쇠망치에 맞아 끝내 사망했다. 경찰과 언론은 이를 동일범의 소행에 의한 '고베아동연속살상사건'으로 규정했다.
 
초기에 경찰은 스쿨킬러의 행적과 잔혹성 등을 고려하여 용의자를 30대 정도의 성인 남성으로 추정했으나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그런데 사건 발생 11일 만에 범인의 정체를 밝힐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된다. 고베의 한 신문사로 스쿨킬러가 보낸 두 번째 편지가 도착했다.
 
스쿨킬러는 붉은 글씨로 빼곡이 채운 장문의 편지를 통하여 '만약 내가 태어났던 때부터 지금까지 온전히 나로서 있었다면 일부러 절단한 머리를 중학교 정문에 방치하는 행동 따위는 취하지 않았겠지. 하려고만 마음 먹었다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몰래 살인을 즐길 수도 있었을 테지"라고 고백하며 오만한 태도를 드러냈다.
 
이어 그는 "내가 일부러 세상에 주목을 끌었던 것은,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이 게임에 목숨을 걸고 있다. 내가 아이들만 죽일 수 있는 유치한 범죄자라고 생각한다면 큰 실수다"라고 주장하며 또다시 경찰을 도발했다. 세상에 대한 분노와 과시욕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JTBC <세계다크투어>의 한 장면.

JTBC <세계다크투어>의 한 장면. ⓒ JTBC

 
경찰은 스쿨킬러의 편지를 분석한 끝에 마침내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고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공개된 범인의 정체는 오히려 일본 국민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줬다. 범인은 당시 고베시 스마구에 거주하고 있던 중학교 3학년, 14세의 아즈마 신이치로(1982년생)였다. 시신이 발견된 것은 바로 아즈마의 모교였다.
 
아즈마는 경찰에 체포된 이후 반성은 고사하고, 범행 당시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내 손으로 죽인 시체이기 때문에 말하자면 내 작품이다"라고 답변하여 또 한번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아즈마는 동네를 돌며 범행대상을 물색하고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타깃으로 노렸다. 아즈마는 '거북이를 보러가자'며 아이들 특유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하세 준을 유인했다. 하세 준이 아즈마를 순순히 따른 것은 바로 충격적이게도 그가 바로 아즈마 동생의 친구였고, 아즈마의 집에도 종종 놀러왔을 만큼 절친한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아즈마는 하세 준을 인적이 드문 산으로 유인하여 신발끈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아즈마는 첫 살인을 마친 후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진 만족감이다"라고 회상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아즈마는 '시신을 훼손하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궁금증이 떠올랐고 '더 은밀한 곳에서 내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다. 아즈마는 탱크산으로 돌아가 하세 준의 시신을 훼손하고 머리를 봉지에 담아 처음엔 인적이 드문 연못으로 이동했다.
 
도중에 아즈마는 이미 하세 준의 실종신고가 내려진 상황에서 수색중이던 경찰의 검문검색에 걸렸다. 하지만 아즈마는 태연하게 자신의 신분을 밝혔고 그가 불과 14세 중학생이라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별다른 의심없이 아즈마를 보내줬다.
 
위기를 넘긴 아즈마는 연못에서 훼손된 하세 준의 머리를 지그시 쳐다보며 감상했고 심지어 머리에 말을 걸기도 했다고. 이틀에 걸쳐 머리를 감상하다가 그마저 싫증을 느낀 아즈마는 시신을 집으로 가져가 깨끗이 씻은 이후, 자신이 다니던 중학교 정문에다가 유기했다. 굳이 모교에다가 시신을 가져다 놓은 것은,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경찰이 그 학교 학생을 범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대담한 계산 때문이었다.
 
일본 사회는 아즈마의 정체가 공개된 이후에도 성인 공범설-배후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이토록 끔찍한 범행을 설마 14세 소년이 단독으로 저질렀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진숙 프로파일러는 범죄 전문가의 시각에서 아즈마의 단독 범행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편지 역시 아즈마의 의도된 연출로 드러났다. 아즈마는 30대 남성-무직-야구부 소속-아버지 없음-어머니와의 서먹한 관계-왕따 피해자 등 치밀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가상 범인'의 캐릭터를 설정했다는 것. 실제로 경찰이나 언론도 초기에는 아즈마의 의도대로 30대의 오타쿠 남성을 범인으로 추정했으니, 한때나마 아즈마의 농간대로 놀아날 뻔했던 것이다.

아즈마의 발목을 스스로 잡은 것은 바로 두 번째 편지였다. 사실 일본 경찰은 이미 주변 중학교를 탐문하며 용의선상을 좁히고 있던 상태였다. 경찰은 편지의 필체를 분석한 결과, 아즈마가 작문시간에 작성했던 '징역 13년'이라는 글과 필체가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해냈고, TV를 통하여 공개된 편지를 본 동창생들도 아즈마의 필체와 비슷하다는 것을 증언했다. 

아즈마는 체포 이후 부모의 입회 아래 가택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이 사건을 취재한 <사키카바라의 고백>의 저자 하신기는 아즈마가 일본의 평범하고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의 자녀였다고 진술했다. 다만 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 아즈마는 '형답게 행동해야한다'는 부모의 엄격한 질책과 압박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급기야 자신이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소외감과 가치관의 왜곡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즈마가 정신적으로 의지하던 할머니와 반려견의 연이은 죽음도 악영향을 미쳤다.
 
아즈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둘씩 빼앗아가는 세상에 대한 무력감을 느꼈다. 죽음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 아즈마는, 해부라는 명목으로 어린 시절부터 동물과 곤충 등을 살상하며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전시하는 이상 행동들을 보였다. 학교는 부모에게 사실을 알려 아동상담소 방문을 권유했지만, 상담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아즈마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하여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다.
 
 JTBC <세계다크투어>의 한 장면.

JTBC <세계다크투어>의 한 장면. ⓒ JTBC

 
아즈마 사건은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7년 국내에서 벌어진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은 아즈마의 사례와 매우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8세였던 초등학생의 시신은 물탱크에서 발견됐고, 범인은 고교를 자퇴한 불과 16세의 이웃집 소녀 김 아무개양이었다.
 
경찰이 처음엔 용의자를 성인으로 예상했으나 학생이 범인이었고, 초등학생을 범행대상으로 노렸으며 시신을 잔혹하게 유기했다는 등 닮은 점이 매우 많아서, 국내판 스쿨킬러 사건으로 불리우며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최근 미성년자들이 저지르는 강력 범죄는 국내에서 큰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무면허 운전에서 대상을 가리지 않는 폭력행위,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기도 한다. 가해자들이 자신들이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음을 인지하고 범죄행위에 악용하는 사례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진숙은 소년범들을 면담했던 기억을 회상하며 "칼을 들고 덤비니까 상대가 깜짝 놀라더라. 그게 너무 신기했다"는 고백을 통하여, 자기의 힘을 확인했던 순간과 범행의 강렬한 기억을 마치 자랑하듯 진술하는 촉법소년들의 위험한 현실을 설명했다. 다수의 소년범들은 범행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아즈마는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당시 16살 이하는 형사 처벌할 수 없다는 일본의 법규정에 따라 아즈마는 소년원에 수감되어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8년 후인 2005년 1월 22세의 나이로 출소하여 세상으로 돌아왔다.
 
소년원과 교도소의 차이점은 전과 기록의 유무에 있다. 소년원은 교화시설이기에 전과 기록이 남지 않지만, 여기서 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은 소년 교도소에 송치된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 김양은 소년법 최대형량인 20년을, 박양은 13년을 판결받았다.
 
아즈마는 과연 반성을 하거나 교화가 됐을까. 아즈마는 출소 이후 매년 유가족들에게 동의도 없이 편지를 보내는가하면, 당시의 범죄내용과 심경을 담은 <절가>라는 책을 출판해 15만 부나 판매되며 일본 사회의 공분을 자아냈다. 가족들은 가해자의 수기가 아들을 두 번 죽였다며 분노를 금하지 못했다.

반면 아즈마를 변호했던 노구치 요시쿠니 변호사는 아즈마가 소년원에서 지내는 동안 감정표현을 깨닫고 많이 변화했다고 주장했다. 노구치 변호사는 "사람들은 아즈마가 전혀 바뀐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렇지만도 않다. 그가 쓴 책을 보면 사건의 전말이 모두 담겨있지 않고 몇몇 내용들은 빠져있다. 배려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사회성을 갖추고 일정한 판단력이 생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노구치는 "책을 내면서 피해자의 유족들을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직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노구치는 아즈마의 근황에 대하여 "직업은 있지만 아마 보살펴주는 사람없이 혼자 살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진숙은 프로파일러의 시각에서 아즈마가 완전한 반사회적 성향의 사이코패스는 아니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진숙 역시 노구치의 주장처럼 아즈마가 조금이나마 변화했다는 데 긍정적인 무게를 둔 해석이었지만, 듣고 있던 패널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피해자의 유족이나 시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 정도를 가해자의 반성이나 교화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가시기 어려운 대목이다. 피해자는 억울하게 미래를 잃고 이 세상에서 흔적조차 지워졌고 유족들은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하건만, 아즈마는 아마 지금 이순간도 일본의 어느 거리를 자유롭게 걸어다니고 있다는 게 씁쓸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편 아즈마 사건을 전후로 일본 내에서 강력소년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커졌다. 일본은 2007년 소년법을 개정하며 과거 14세에서 12세 이상으로 송치 연령을 낮췄다. 한국은 아직 14세 이상이다. 최근 들어 미성년자 범죄가 처벌을 잘 받지 않는 사실을 악용하여 무차별 범죄로 이어지거나, 나쁜 어른들과 연계되어 어린 촉법소년에게 범행을 떠넘기는 희생양으로 악용하는 등 점점 잔인하고 교활해지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아이 하나를 잘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뒤집어말하면 '온 마을(사회)이 무심하면 아이 하나를 망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되기도 한다. 날로 진화하고 흉포해지는 미성년자 범죄와 촉법소년에 대하여 모두의 진지한 관심과 공론화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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