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한때 삼성이라는 이름은 명가의 상징이었다. 일등주의-제일주의라는 모기업의 철학을 바탕으로 프로스포츠에서도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여러 종목들이 강세를 모였다. 공격적인 투자로 스타 선수들을 끌어모으며 인기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하지만 현재의 삼성에게 과거의 영광이란 그저 지나간 추억에 불과하다. 2022년은 아마도 삼성 스포츠단 역사상 최악의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각 종목을 막론하고 삼성의 이름을 내건 스포츠단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극심한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7월 1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하며 11연패를 기록했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함께했던 삼성의 창단 최다 연패 기록이다.
 
삼성의 종전 최다 연패 기록은 2004년 기록한 10연패였다. 김응용 전 감독이 지휘하던 당시의 삼성은 2004년 5월 5일 현대 유니콘스전부터 5월 18일 KIA 타이거즈전까지 11경기에서 1무 포함 10연패를 당한 바 있다. 그리고 삼성은 18년 만에 구단 역사상 두 번째 두 자릿수 연패이자 끝내 피하고 싶던 흑역사를 경신했다.
 
삼성은 KBO리그 통산 우승 8회(한국시리즈 7회, 역대 2위), 정규리그 우승 9회에 빛나는 명문팀이다. 포스트시즌 진출만 무려 29회로 KBO리그 역대 최다 1위다. 2010년대 전반기에는 4년연속 통합우승-5년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구단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우승 주역들이 해체되며 전력이 급락한 삼성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구단 역사상 최장기간인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암흑기를 보냈다.
 
삼성은 지난 2021시즌 KT와 함께 정규리그 승률 공동 1위로 반등하며 부활하는 듯 했다. 호세 피렐라, 데이비드 뷰캐넌, 강민호, 원태인, 구자욱, 오승환 등이 고른 활약을 선보였고 허삼영 감독의 데이터 야구가 자리잡아가며 강팀의 위용을 선보였다.
 
하지만 불과 1년만에 삼성은 다시 약팀으로 전락했다. 전반기를 마친 현재 삼성은 35승 50패, 승률 412로 8위까지 추락했다. 5강권인 KIA(42승 1무 40패)와는 어느덧 8.5게임차까지 벌어진 반면, 9위 NC 다이노스(32승 2무 49패)에게도 1게임차이로 쫓기고 있다.
 
삼성은 악몽같은 연패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그럭저럭 중위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달인 6월 30일 안방에서 열린 KT전에서 DP이스 뷰캐넌을 내고도 2-13으로 대패를 당하면서 삼성은 길고 긴 연패의 터널에 빠졌다. 마운드 붕괴는 삼성의 추락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삼성은 11연패 기간 동안 정확히 100실점을 내줬다. 평균자책으로 환산하면 8.34나 된다. 두 자릿수 실점을 허용한 경기가 절반이 넘는 6차례나 될만큼 마운드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 기간 삼성에게도 연패를 끊을 기회는 수 차례나 있었다. 3점차 이내의 승부가 6번이었고, 그중 4번은 1점차의 초접전이었다. 삼성의 타선이 터진 경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타선이 터지면 마운드가 더 많은 실점을 허용하고, 마운드가 모처럼 선방하면 타선이 침묵하는 엇박자가 반복됐다.
 
연패 기간동안 삼성의 타선이 2점 이하로 묶인 경기가 5차례였고, 리드하고 있다가 역전패를 당한 경기는 6차례였다. 삼성이 자랑하던 마무리 오승환은 6일 LG전, 9일 SSG전, 12일KT전까지 3경기 연속 무너지는 보기드문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급기야 올스타 휴식기전 마지막 경기였던 14일에는 선발 뷰캐넌이 모처럼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음에도, 1회말에 허용한 단 한 점을 만회하지 못하여 연패기간 첫 영봉패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올해 계약기간 마지막 시즌을 보내고 있는 허삼영 감독에 대한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허 감독은 지난해 팀을 6년만의 가을야구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는 듯 했으나, 올시즌 극심한 부진으로 경질여론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코로나 악재와 선수단의 줄부상 등 불운했던 삼성의 부진이 단지 허 감독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어느덧 3년차 감독임에도 지도력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데다 연패 기간 보여준 무능한 경기운영 때문에 팬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특히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9일 SSG와의 홈경기는, 명백한 벤치의 경기운영 실패로 인하여 삼성의 연패가 이렇게까지 장기화된 가장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삼성의 부진과 감독의 잔혹사
 
설상가상 삼성의 부진과 감독 잔혹사는 야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는 최근 막을 내린 지난 2021-22시즌 9승 45패, 승률 .167로 구단 역사상 최악의 승률을 경신하며 리그 최하위(10위)에 그쳤다.
 
시즌 중반에는 소속 선수였던 천기범의 음주운전 파문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삼성의 역대 최장수 사령탑이었던 이상민 감독은 성적부진과 선수단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했다. 삼성 농구단은 2016-17시즌 챔프전 준우승을 끝으로 최근 5년연속 6강진출에도 실패하며 극심한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프로축구 K리그1에서 수원 삼성은 21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4승 8무 9패, 승점 20점으로 12개 구단 중 11위에 머물고 있다. K리그1에서 최하위(12위, 현재 성남FC)팀은 다음시즌 K리그2로 강등되고, 10위와 11위팀은 K리그2 2-5위팀들과 승강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현재 수원이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승강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하고 자칫하면 구단 역사상 첫 2부리그행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현실화될 수도 있다.
 
수원은 전반기 성적부진으로 박건하 감독이 사임하고, 이병근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았지만 최근 7경기 무승에 그치며 여전히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라이벌 FC서울과의 경기에서는 서포터즈 소속 일부 극성팬들의 상대 팬 폭행 사태까지 벌어지며 안팎으로 구단을 바라보는 싸늘한 여론이 더 높아졌다.
 
이밖에도 지난 시즌 '4위의 우승 기적'을 일으켰던 여자농구 WKBL 용인 삼성생명은, 리빌딩 모드에 접어들며 6개구단 중 5위에 그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남자배구 V리그 전통의 강호 삼성화재는 단 1점차로 지난 시즌 7개구단 중 6위에 그며 꼴찌를 면하는데만 만족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삼성 스포츠단 전체가 모두 비슷한 시기에 우승권은 고사하고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진풍경은 전례를 찾기 힘든 장면이다. 삼성 그룹은 2014년부터 산하 스포츠단의 통합 관리를 추진했고,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팀들의 지분을 통합해 제일기획으로 이관한 이후 약속이나 한 듯 하락세가 시작됐다.
 
스포츠단에 대한 모기업의 투자 의지가 위축되면서, 예산은 매년 감속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거물급 선수영입은 보기 드물어졌고 그나마 키운 스타급 선수들도 지키지 못하고 하나둘씩 팀을 떠나고 있다. 지금의 삼성 스포츠단은 더 이상 각 종목에서 리그를 선도하고 매년 정상에 도전하는 리딩 클럽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육성이나 셀링 등 뭔가 새롭고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삼성 스포츠단의 전례없는 동반 부진은 더 이상 선수나 감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단과 모기업의 비전 부재가 빚어낸 구조적인 문제라는 자각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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