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포스터

2022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포스터 ⓒ Glastonbury


지난 6월 22일부터 26일에 걸쳐,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이 영국 서머싯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세계 최대의 뮤직 페스티벌로 여겨지는 이 페스티벌은 코로나 19 대유행을 지나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되었다. 폴 매카트니와 켄드릭 라마, 빌리 아일리시가 헤드라이너로 나선 가운데,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 펫 샵 보이즈, 로버트 플랜트, 로드, 폴스, 피비 브리저스 등 화려한 아티스트들이 사흘 동안 공연을 펼쳤다. 깜짝 게스트로 기타리스트 잭 화이트가 등장해, 히트곡 'Seven Nation Army(화이트 스트라입스)'를 연주하기도 했다. 단연 '페스티벌의 왕'이라 부르기 부족함이 없는 위용을 과시했다.

'꿈의 무대'인 글래스톤베리는 다양한 사회적 의제에 대한 목소리가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영국의 브렉시트 탈퇴 결정이 내려졌을 땐, 밴드 블러와 고릴라즈의 보컬인 데이먼 알반은 2016년 글래스톤베리 무대에서 "민주주의가 우리의 기대를 배반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당의 당수이자, 2017년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무대 위에 올랐을 때는, "장벽이 아니라 다리를 건설하자"고 외치며 젊은이들의 환호를 받았다. 같은 해, 밴드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는 "다음에 봐, 테레사. 나갈 때 문은 닫고 나가고"라는 멘트와 함께, 테레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를 비난하기도 했다.

가운뎃손가락을 추켜든 2003년생 팝스타
 
 2022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가수 올리비아 로드리고. 미 연방 대법원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비난하고, 여성에 대한 연대를 주장했다.

2022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가수 올리비아 로드리고. 미 연방 대법원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비난하고, 여성에 대한 연대를 주장했다. ⓒ 유튜브 BBC Music 캡쳐

 
올해도 깜짝 게스트가 등장했다. 이 무대에 선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 위기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이며, 우리는 기사와 영화, 학교, 유치원, 병원, 글래스톤베리와 같은 뮤직 페스티벌에서도 이것에 관하여 논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스티벌 기간이었던 6월 24일, 미국 연방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번복하고, 여성의 보편적 낙태권을 부정한 대사건 역시 언급되지었다.

미 연방 대법원은 임신 15주 이후 임신 중절을 전면 금지한 미시시피 주법에 대한 위헌 심판에서 합헌 판결(6대 3)을 내렸고, 낙태권을 주 정부와 의회에 맡겼다. 미국에서 벌어진 일은 전 세계의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그것은 다섯 시간의 시차가 있는,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 상을 수상한 2003년생 틴팝 스타인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공연 도중 '수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죽을 것이다'라며 분노했다. 그리고 보편적 낙태권 폐지에 기여한 미 연방대법원의 보수 성향 대법관들의 이름을 하나씩 거명했다. 새뮤얼 얼리토를 시작으로, 브랫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닐 고서치, 클레런스 토마스의 이름을 쭉 읊고는 '우리는 당신들을 혐오한다'고 말했다.

대법관들의 이름이 울려 퍼지는 동안, 옆에서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게스트 릴리 알렌의 모습도 압권이었다. 그리고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릴리 알렌과 함께 'Fuck You(릴리 알렌 원곡)을 미 연방 대법원에 바쳤다. 빌리 아일리시와 메간 디 스탤리온, 피비 브리저스, 로드 등의 뮤지션 역시 페스티벌 공연 도중 미 연방대법원에 대한 비난을 주저하지 않았다.

마지막 날의 헤드라이너 공연을 맡은 래퍼 켄드릭 라마는 자신의 불완전성을 고백한 신곡 'Savior'를 마지막 곡으로 삼았다. 이 곡을 부르는 동안 , 그는 가시 면류관을 머리에 쓴 채 피를 흘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리고 그는 이 쉴만큼 다음 구절을 반복해서 외쳤다. 격정적으로 감정을 토해낸 그는, 마이크를 떨어뜨리면서 무대에서 퇴장했다. 이 시대 최고의 래퍼 역시 미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규탄하고, 여성 권리에 대한 연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Godspeed for women's rights. They judge you, they judge christ."
(여성의 권리에 축복을. 그들은 당신을 정의하고, 신의 뜻조차 정의하네.)


올해 글래스톤베리는 낙태권 폐기에 대한 규탄으로 시작해, 역시 규탄으로 끝났다. 이런 풍경이 우리에게는 낯설게 보인다. 누군가는 대중 가수들이 너무 편향적인 것 아니냐고 말할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각자의 정견을 가지고 사회적 행보에 나서는 뮤지션들이 있지만, 그 비율이 높지는 않다. 10대들의 사랑을 받는 2000년대생 가수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물론 대중 음악 뮤지션이 사회적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지만,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폴리테이너(정치적 활동에 참여하는 연예인)를 좋아하지 않으니, '탈정치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일까. 혹은 아무에게나 '반정부'나 '좌파'라는 낙인을 붙이던 권위주의 시대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기 때문일까. 사회 문화적인 간극을 떠나, 올해 글래스톤베리의 풍경은 우리에게 꽤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 누구도 결코 사회로부터 동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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