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글쓰기를 사랑하는 스타들을 만나 그들의 인생 책에 관해, 혹은 그들이 직접 쓴 책에 관해 이야기 나눕니다.[기자말]
카페 앞에 하얗고 귀여운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그 안에 든 운전자의 주차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차에서 내린 손수현은 으레 연예인들이 대동하는 매니저 하나 없이 혼자서 털털하게 카페로 들어섰다. 한 시간 반가량의 인터뷰가 끝날 때쯤, 느꼈다. 그건 참으로 손수현다운 등장이었다고.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책을 좋아하는 배우 손수현을 만나 독서와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쓸데없는 짓은 없으니까요"
 
 배우 손수현

배우 손수현 ⓒ 손수현


지난 6월 나온 따끈따끈한 그의 신작 에세이 <쓸데없는 짓이 어디 있나요>에는 손수현이라는 한 인간의 가치관과 지향, 일상이 두루 담겨 있다. 탁월한 글 솜씨 덕분에 부드럽게 읽혀 내려간다. 그도 그럴 것이 손수현은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하던 독서광이었다고 한다.   
 
신작 에세이가 출간되기 전엔 공저로 쓴 두 권의 책이 먼저 나오기도 했다.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2021)와 비거니즘 에세이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2022)가 바로 그것이다. 아무래도 두 책에 비해 이번 단독 에세이는 손수현이란 사람이 전적으로 드러나는 수필 형태인 만큼 '나를 어디까지 녹여내야 할까'라는 고민도 있었다고. 글쓰기는, 연기를 할 때처럼 캐릭터 뒤에 숨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자신의 삶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손수현은 최대한 솔직하게 글을 썼다. 특히 성 평등, 여성권리, 비건 지향, 동물보호 등 평소 그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것들을 가감 없이 풀어냈다. 자신의 글이 누군가로 하여금 상처를 떠올리게 하는 방아쇠가 될까봐 이 점은 염려됐지만, 그렇다고 내 글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진 않을까 하고 눈치 보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건 내 가치관이고,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방식이 아니었으니까".

이야기를 나눌수록 단단한 내면이 느껴졌다. 그런 그가 "쓸데없는 짓이 어디 있나요" 하고 말해주니 위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많은 독자들이 손수현이 직접 지은 책 제목에 관해 공감의 피드백을 많이 보냈다고 하는데, 그걸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지 못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그는 했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쓸데없는 짓을 하고 다닌다'라는 말을 듣기 마련이다. 그렇게 보면 나도 쓸데없는 짓을 참 많이 하고 살았다. 하지만, 쓸데없는 짓이 있다고 해버리면 한 사람의 일생 자체가 쓸모없는 것이 되나? 그건 아니잖나. 내 삶이 성공이 아니더라도 내 삶은 그대로의 쓸데가 있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었다."

"나에게 책은 진정제다"
 
 배우 손수현

배우 손수현 ⓒ 손수현


<별들의 책장>이라는 이 기획 인터뷰의 취지에 맞게, 독서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평소에 책 읽는 걸 즐긴다는 그는 원래는 인문서를 많이 봤는데 주로 자신의 관심 분야인 페미니즘, 비거니즘 등에 관련한 책들을 찾아 읽었다. 연기를 할 때도 본인이 맡은 배역의 삶에 관해 알고 싶으면 꼭 관련된 책을 찾아서 보게 된다고. "책이란 것이 저자의 삶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기에 뭐든 최대한 책에서 힌트를 얻는 편"이다.

요즘은 소설에 푹 빠졌다. 한국소설, 특히 SF를 좋아한다는 그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재밌게 봤다고 했다. 또, 독특한 문체가 좋아 문보영 시인이 쓴 에세이도 좋아하며, 정세랑 작가의 소설들에도 애정이 깊다. 특히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을 아끼는데, 그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작가님이 인간에 되게 관심이 많으시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고 한다.  

"<피프티 피플>을 다 읽었을 때 타인을 향한 시선을, 그 끈을 놓고 싶지 않다고 느꼈다."

손수현에게 책은 무엇일까. '나에게 책은 OOO이다'로 표현해달라는 부탁에 그는 망설이는 기색 없이 곧장 답을 내놓았다. "나에게 책은 진정제다"라는 근사한 비유였다. 평소 수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살아가다 책을 읽을 때면 모든 게 진정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설명이었다. "이 혼란한 세상에서 나에게 안정을 주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책"이라고 그는 말했다.

손수현의 '삶의 지향'
 
 배우 손수현

배우 손수현 ⓒ 손수현


그에게 '앞으로 이렇게 살아가고 싶다' 하는 삶의 방향성이 있는지도 물었다. 이 물음에 손수현은 "일적인 선택이든 개인적인 선택이든 무엇을 할 때 나만을 위한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다"라고 답했다. "내가 이타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런 방식이 저를 위하고 사회를 위하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보편적으로 옳은 가치를 지향하면서 살고 싶고, 설혹 타협하게 되더라도 그럴 때 너무 스스로를 탓하고 싶진 않다, 저를 잘 지키면서 살아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에게 앞으로 글을 계속 쓸 건지 질문했다. 다음 에세이를 기다려도 되는지. 이에 손수현은 "기회가 된다면 계속 쓰고 싶다"라며 "그러려면 제가 녹슬지 않아야 할 것 같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인터뷰어로 나선 페미니즘 인터뷰집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귀띔해주기도 했다.
손수현 쓸데없는짓이어디있나요 별들의책장 인터뷰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