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다.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 3회와 대종상 남우주연상 3회, 2014년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변호인>)이라는 커리어가 말해주듯 연기에 관해서는 누구도 트집을 잡기 힘들다. 여기에 대한민국 배우들 중 최초로 누적 관객수 1억 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흥행파워 역시 단연 으뜸이다.

지난 1997년 <넘버3>의 불사파 두목 역으로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송강호는 1998년 <조용한 가족>이 <넘버3> 만큼의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쉬리>에서는 연기력 논란까지 나오면서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 하지만 송강호는 2000년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과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에서의 열연을 통해 명예회복에 성공했고 그로부터 20년 넘게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사실 배우들은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줄 출세작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롱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또 다른 대표작을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979년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 맥스> 시리즈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후 1987년 리차드 도너 감독의 <리썰 웨폰>이라는 또 다른 대표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만난 '행운의 배우' 멜 깁슨처럼 말이다.
 
 1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리썰 웨폰>은 제작비의 8배에 달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1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리썰 웨폰>은 제작비의 8배에 달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인창영화(주)

 
<매드 맥스> 이후 멜 깁슨에게 찾아온 두 번째 행운

아일랜드계 미국인 멜 깁슨은 호주에서 자라면서 배우활동을 시작했다가 할리우드로 역수출(?)된 배우다. 연극과 TV를 위주로 활동하던 깁슨은 1979년 호주 출신 감독 조지 밀러가 만든 SF 액션 영화 <매드맥스>에 출연하면서 할리우드 시장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깁슨은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호주와 할리우드를 오가며 활동했지만 사실 3편까지 나온 <매드 맥스>시리즈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히트작을 만나지 못했다.

그렇게 <매드 맥스> 시리즈만 흥행시킨 '원히트원더' 배우로 남는 듯 했던 깁슨은 1987년 리차드 도너 감독과 대니 글로버를 만나 깁슨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시리즈가 된 <리썰 웨폰>을 만났다. 1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리썰 웨폰>은 세계적으로 제작비의 8배에 달하는 1억 2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크게 히트했고 깁슨은 단숨에 할리우드 최고의 터프가이로 급부상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리썰 웨폰>으로 인지도가 상승한 깁슨은 <전선 위의 참새> <햄릿> <사랑이야기>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했고 1993년엔 연출과 주연을 병행한 <더 페이스>를 만들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깁슨은 1995년 "프리덤(FREEDOM)"이라는 명대사로 더욱 유명한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 감독과 제작,주연을 맡아 2억 1300만 달러의 흥행성적과 함께 199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쓸었다.

<브레이브 하트> 후에도 <랜섬> <컨스피러시> <패트리어트-늪 속의 여우> <왓 위민 원트> <싸인> 등에 출연한 깁슨은 2004년 감독과 제작, 각본에 참여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선보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12시간을 담은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강하게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종교적 색채 때문에 호불호가 갈렸지만 세계적으로 6억12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의외로 크게 성공했다.

깁슨은 2010년대 들어 조디 포스터가 연출한 <비버>를 비롯해 악역으로 변신했던 <마세티 킬즈>와 <익스펜더블3>가 연속으로 흥행에 실패했고 개인적으로도 여러 구설수에 오르며 대중들로부터 이미지가 많이 나빠졌다. 깁슨은 자신의 대표 시리즈인 <리썰 웨폰5> 제작 계획을 공개했지만 작년 리차드 도너 감독이 세상을 떠나면서 제작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깁슨은 도너 감독의 유언에 따라 <리썰 웨폰5>의 연출을 이어 받기로 결정했다.

4편까지 9억5300만 달러 벌어들인 인기시리즈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마틴(왼쪽)과 로저는 의외로 좋은 호흡을 과시했다.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마틴(왼쪽)과 로저는 의외로 좋은 호흡을 과시했다. ⓒ 인창영화(주)

 
평소 둘도 없이 절친한 친구와 사업을 시작했다가 손발이 맞지 않아 일을 망쳐 버리고 좋았던 우정까지 어긋나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반대로 성격이 전혀 맞지 않는 사람들이 업무에서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뛰어난 실적을 보일 때도 있다. < 48시간 >을 시작으로 <탱고와 캐시> <나쁜 녀석들> <투캅스> <와일드카드>처럼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형사 2명이 출연하는 액션 영화가 끊임 없이 만들어지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리썰 웨폰>은 베트남 참전 특수부대원 출신의 미치광이 형사 마틴 릭스(멜 깁슨 분)와 행복한 가정의 가장이자 무사고 제일주의의 형사 로저 머터프(대니 글로버 분)가 파트너가 돼 마약조직일당을 소탕하는 액션영화다. 30대 초반, 육체적으로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멜 깁슨은 <리썰 웨폰>에서 일당백의 멋진 액션 연기를 선보이면서 실베스타 스텔론과 아놀드 수왈제네거, 해리슨 포드, 브루스 윌리스 등과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액션스타로 군림했다.

198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칼라 퍼플>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대니 글로버는 <리썰 웨폰> 시리즈에서 인간적이면서도 책임감 있는 머터프 형사 역을 통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04년 <쏘우>에서 연쇄살인을 추격하는 데이빗 탭 형사 역을 맡았던 글로버는 2009년 재난 영화 < 2012 >에서는 미국대통령을 연기하기도 했다. 글로버는 2019년까지도 <쥬만지: 넥스트 레벨>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리썰 웨폰>에서 로저와 마틴은 여러 가지 면에서 대조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흑인과 백인이라는 눈에 보이는 차이부터 로저가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사는데 비해 마틴은 아내와 사별한 후 트레일러에서 혼자 살아간다. 심지어 마틴은 개를 키우지만 로저의 집에는 고양이가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위기의 순간 힘을 합쳐 베트남전 특수부대 지휘관 출신의 맥칼리스터 장군(미치 라이언 분)이 이끄는 마약조직을 괴멸시킨다. 

1편이 크게 흥행한 <리쎌 웨폰>은 1989년 속편, 1992년 3편이 제작·개봉했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제작비도 점점 많아졌지만 흥행성적 또한 그보다 더 늘어나면서 <리썰 웨폰>은 제작사와 배급사에 많은 수익을 남긴 효자 시리즈가 됐다. 다만 1998년 이연걸이 악역으로 등장하고 에릭 클랩튼이 음악에 참여한 4편은 1억4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해 2억8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도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주인공 능가하는 또 하나의 인간 병기
 
 개인 전투력만 보면 악역의 끝판왕 조슈아는 마틴을 능가할 정도로 강력했다.

개인 전투력만 보면 악역의 끝판왕 조슈아는 마틴을 능가할 정도로 강력했다. ⓒ 인창영화(주)

 
영화 제목이기도 한 '리썰 웨폰'은 '인간병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화려한 군 경력과 일당백의 무술 및 사격실력을 갖춘 마틴 형사가 바로 영화 속에서 리썰 웨폰이었다. 하지만 주인공만 지나치게 강한 캐릭터로 설정되면 영화의 재미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액션 영화에서는 악역 무리들 중에서도 주인공 못지 않게 강한 캐릭터가 한 명씩 등장하는데 <리썰 웨폰>에서는 게리 부시가 연기한 조슈아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조슈아는 맥칼리스터 장군이 이끄는 마약밀수 조직의 행동대장으로 주인공 릭스 이상의 저격 실력과 격투술을 갖춘 '끝판왕' 같은 캐릭터다. 실제로 조슈아는 영화 내내 마틴과 로저를 여러 차례 위기에 빠트린다. <리썰 웨폰>에서 악역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게리 부시는 <프레데터2>에서 연방기동대 특수요원, <폭풍 속으로>에서 키아누 리브스의 파트너, <언더 시즈>에서 크릴 부함장 역을 맡으며 90년대 초반 성격파 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여주인공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리썰 웨폰>에서 악역들에 의해 납치 당하는 히로인 역할은 로저 형사의 첫째 딸 리안느가 대신했다. 영화 중반 마약밀수 조직에게 납치돼 온갖 고생을 하는 리안느는 마틴과 로저에 의해 구출된다.1편에서 학생으로 나왔던 리안느는 2편에서 모델, 3편에서 배우로 성장하는데 정작 리안느를 연기한 배우 트레이시 울피는 <리썰웨폰> 시리즈 4편에만 출연하고 더 이상의 필모그라피를 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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