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류용재 작가 인터뷰 이미지

ⓒ Netflix

 
리메이크 작품이 칭찬을 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원작을 많이 바꾸면 원작의 매력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따라오고,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면 원작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돌아오기도 한다. 팬덤이 탄탄하거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작품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원작을 사랑하는 팬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비판이 쏟아지기도 쉬운 양날의 검이다. 

6월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 역시 그 수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을 각색한 이번 작품은 한국 배경에 잘 어우러진다는 호평도 있지만 원작의 재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혹평도 적지 않았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각색한 류용재 작가를 지난 1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리메이크가 원작과 흡사하다는 비판이나, 바꾼 설정에 대한 호불호가 있다고 들었다. 유명한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는 것에서 예상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조차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의연하게 답했다.

<종이의 집> 한국판은 남북이 종전을 선언하고 경제협력을 구축하는 2026년 근미래를 배경으로 설정했다. 극 중에서 단일 강도 역사상 최고 금액 4조 원을 노리고 한반도 통일화폐 조폐국에 잠입한 도둑들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인질 강도극을 벌인다. 원작과 시간, 공간적 배경은 달라졌지만 현재 공개된 파트1, 6부까지의 전개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게 진행된다. 류용재 작가는 원작과 비슷하다는 비판에 대해 파트2를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파트2가 나오면 (그 비판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대본을 쓸 때 처음부터 파트1, 2로 나눠서 공개될 것이라고 계획하진 않았다. 12편을 동시 공개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고, 한국판의 이야기로 시작하되 원작이 갖고 있는 조폐국 내에서 벌어지는 빠른 호흡의 이야기를 6부까지 하고 후반부에서 우리의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하려고 했다. 그래서 파트2에 원작과 다른 부분이 더 많을 것이다. 작가로서 이렇게 된 상황에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예측 가능했던 부분이기에 파트2를 보신 반응을 더 기대하고 있다."

"한국 정서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류용재 작가 인터뷰 이미지

ⓒ Netflix

 
반대로 원작에서 베를린의 여성 혐오 설정이나 인질이 남자친구에게 불법촬영을 당하는 사건 등 2022년 한국 관객들에게 불편하게 느껴질 만한 장면들이 제외된 부분은 호평을 얻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류용재 작가는 "한국 정서, 지금 시점에서의 사회적인 시선에 대해서 물론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그것 보다는 원작의 시즌1과 2를 한꺼번에 12편 안에 압축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에피소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그런(올바른) 관점으로 신경을 쓴 부분도 있고, 이야기의 흐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에피소드에 포커싱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류 작가는 <종이의 집> 한국판을 집필하면서 이야기의 '내적 필연성'을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원작에서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은 별로였으니,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강조하자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남북 설정을 새롭게 더했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원작에서 무엇을 남기고 변화시킬지가 중요했다. 이야기의 필연성, 합당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캐릭터에 변화를 줬다. 원작의 도쿄는 충동적이지만 (한국판에선) 많이 바뀐 것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남한으로 내려온 소녀가 자본주의에 절망해서 자살하려고 했고 그러다 교수를 만나서 일을 함께 한다면 어떻게 임할까. 그런 식으로 캐릭터 빌딩을 해나가면서 달라진 부분들이 생겼다."

이번 <종이의 집> 한국판은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리메이크한 최초의 작품이다. 류용재 작가는 "스페인 원작을 보자마자 완전히 매료되어 리메이크를 생각했다"면서도 "막상 현실화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었다고 털어놨다. 스페인 원작자와 넷플릭스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으리라 예상했기 때문. 그러나 류용재 작가와 김홍선 감독이 손을 맞잡고 리메이크에 대해 고심하고 있을 무렵, 넷플릭스에서도 제작사 BH엔터와 <종이의 집> 한국판 제작을 논의하며 류 작가에게 제안을 했단다. 그가 "이번 작품이 운명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어 류용재 작가는 원작자 알렉스 피와의 대화를 회상하며 스페인 역사와 한국의 근현대사에도 비슷한 면이 많다고 말했다. 
 
"(원작자를 만나) 제가 왜 이 작품을 하고 싶은지 설명을 드렸다. 그리고 작품을 쓰면서 알게 됐는데 스페인의 역사나 사회 배경에 한국의 근현대사와 비슷한 부분이 있더라. 원작자와 그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흥미로워 하셨던 기억이 난다. 저희는 아픈 역사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고 그 이야기를 <종이의 집>이라는 틀을 빌려 하고싶다고 했다. 원작자도 공감하면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도 주셔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류 작가는 대본을 손에서 떠나보낸 뒤 완성된 시리즈를 보기까지 강도들을 조폐국에 들여보낸 교수의 심정이었다고 고백했다. 앞서 tvN 드라마 <라이어 게임> <피리부는 사나이>를 함께한 김홍선 감독과 세 번째로 손을 맞잡은 류용재 작가는 이번에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김홍선 감독님과 호흡을 여러 번 맞췄기 때문에 '알아서 잘 준비하고 있다'고 하신 말씀을 믿었다. 그런데 대본에선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찍으셨더라. 그럴 때 정말 재미있었다. 예를 들면 후반부 교수의 카 체이싱 신도 대본에는 심플한 형태로 썼다. 그걸 감독님이 'JEA(공동경제구역)라는 공간이 있다면 그 외곽은 한국의 시골 풍경일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이다. 보통 카체이싱은 도심에서 발생하는데 시골에서 카 체이싱으로 서스펜스를 만든 게 너무 재미있었다. 곧 공개될 파트2에도 좋은 의미로 사고를 치신 장면이 있으니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류용재 작가 인터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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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통일을 앞둔 불안한 사회를 배경으로 막대한 돈을 노리는 이들을 그린 <종이의 집>은 우리에게 자본주의, 남북 갈등, 통일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류용재 작가는 '화합이 얼마나 어렵지만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저는 원작이 혁명을 이루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적이고 완벽한 계획을 세웠지만 작전을 수행하는 존재들은 불완전이고 감정적인 인간이다. 이상이나 신념도 위험에 처하고 그런 와중에도 끝까지 분투하는 인물들이 아름다웠다.

저는 이걸 한국판으로 가져오면서 통일이라는 화합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경찰 내부에서도 남북한이 서로 의심하고 반목하고 강도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협력할 수밖에 없는 관계고 힘을 합쳐야 한다. 자기만 살려고 발버둥 치다가도 계급이나 상황의 동질성 때문에 합심하게 된다. 그 화합이 얼마나 어렵고 가치 있는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한편 지난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이후 K콘텐츠는 최고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이제는 "글로벌 스트리밍 순위 상위권에 한국 콘텐츠가 올라 있는 게 당연해졌다"라는 말도 나온다. <종이의 집> 한국판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며 K콘텐츠의 호시절을 이어가고 있다. 류용재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지켜봤다"라며 당시에는 부담스러운 마음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오징어 게임> 이전까지는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언더독 위치에 있었다면 이제는 콘텐츠가 공개되자마자 1위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는 상황이 됐다. 그게 부담스러웠다. 당시 배우 박해수씨와도 그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만 해도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그런 변화를 지켜보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이어 류 작가는 국내 시장 내에서 최대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을 만들어야 했던 과거를 언급하며, 앞으로는 더욱 다양하고 자유로운 작품이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상파 채널에서 작품을 준비할 때는 타깃 시청자층이 2080이었다. 20대부터 80대까지, 온 가족들이 이 작품을 좋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둥글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상업적으로 유지가 되는 구조였다. 그런데 넷플릭스같은 글로벌 서비스는 전체에게 소구하지 않아도 된다. 시청률로 따지면 0.5%의 시청자를 저격하는 작품을 만들어도 파이가 전 세계적이기 때문에 (수익이 나는 것이다).

오히려 소재적인 다양성, 자유로움 속에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렇다 보니 한국 콘텐츠가 더 주목받게 된 게 아닐까. 우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 물론 스탠다드 기준을 신경써야 할 부분들도 있겠지만 세상 어디엔가 숨어 있는 시청자들을 직격하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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