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배우 김윤진 인터뷰 이미지

ⓒ Netflix

 
"어릴 때 미국에서 자랐는데, 동양인을 TV에서 보기가 정말 힘들었다. 엑스트라로 잠깐 지나가기만 해도 '엄마! 동양사람 나왔어'라고 소리칠 정도였다."

배우 김윤진에게 이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남다른 작품일 수밖에 없다.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되고, 해외 팬들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 미국에서 이민 생활을 경험했고 2004년 미국 드라마 <로스트>를 통해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했던 그는 오늘날 한국 콘텐츠에 쏟아지는 세계적 관심이 놀랍고 감격스럽기만 하다고 전했다.

"<로스트>가 무려 2004년이다. 그때만 해도 미국 드라마에 주요 인물로 아시안이 2명이나 캐스팅된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 어렸을 때도 동양인을 (TV에서) 보기 힘들었다. 엑스트라로 지나가는 신 만으로도 신기했던 때였다. 그런 시기를 거치고 나서 2022년에 한국에서 한국어로 드라마를 촬영하는데 그게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공개되는 건 내겐 기적같은 일이지. 이 열풍이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 너무 재능 많은 배우들과 작가들이 많다. 그 분들이 세계에 소개되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지난 6월 24일 공개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김윤진의 기대감 만큼이나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28일에는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에서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공개 직후 하루 만에 3위에 올랐던 것에서, 일주일여 만에 한 계단 올라선 것. 스페인 원작과 줄거리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나 캐릭터들의 변화 등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작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정도 반응 예상 못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배우 김윤진 인터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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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김윤진은 "이 정도 반응을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에 벌써 리뷰를 검색해 보느라 작품에 대한 호불호 반응에 대해서도 모두 알고 있다며 "비유를 하자면 마이너리그에서 홈런을 치는 것보다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한번 치는 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안다. 논란이 될 지언정 관심받는 작품에 함께할 수 있는 자체로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구글에 'Money Heist Korea'(종이의 집 한국판 영제)를 검색하면 리뷰가 많이 올라와 있더라. 긍정적으로 봐 주신 분들도 많아서 기분이 좋았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작품인 만큼) 한국 팬들의 반응도 궁금하지만 해외의 반응도 궁금했다. 공개되자마자 가장 먼저 읽은 리뷰에 '여자들이 화면을 강도질 했다'는 표현이 있었다. 제작발표회 뒤풀이 자리였던 것 같은데 장윤주씨에게 바로 보여주며 '우리 칭찬 받았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2017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을 리메이크 한 <종이의집: 공동경제구역>은 남북이 종전을 선언하고 공동경제구역을 건설하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4조원이라는 거대한 금액을 노리는 이들의 사상 초유의 조폐국 인질강도극을 그린다. 김윤진은 극 중에서 강도들의 리더인 교수(유지태 분)와 협상을 하는 대한민국 경기경찰청 소속 위기대응팀 선우진 경감으로 분했다. 그는 여성으로서 고위직까지 오른 능력있는 선우진 캐릭터를 마초적인 모습으로 틀에 박힌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가장 신경썼다고 털어놨다. 

"제가 정말 하기 싫었던 부분은 '남자'처럼 연기하는 것이었다. 흔히 머리를 자른다거나, 낮은 목소리 톤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쓰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선우진에겐 멜로 요소도 있었기 때문에 여성성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설명 형태의 대사들도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최대한 대사를 잘 전달해야 했다. 하지만 교수처럼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 사람이 아니라 정보를 듣는 순간 다음을 계획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머리 굴리는 모습까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종이의 집> 한국판 팬들 사이에서는 선우진과 교수의 묘한 로맨스에 열광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극 중에서 교수는 4조원을 훔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두 달여 전부터 인질극이 벌어진다면 협상팀 대표로 나올 법한 선우진에게 미리 접근한다. 그러나 이를 알지 못하는 선우진은 전 남편과 가정폭력 및 양육권 분쟁 중인 데다 막중한 임무를 감당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자신을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교수와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된다. 김윤진은 원작과 달리 한국판에서 로맨스의 전개가 빨랐다며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원작에서는 사건이 시작되고 나서 라켈(선우진) 경감이 휴대폰을 찾을 때 교수가 그걸 건네주면서 첫 만남을 갖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이 어떻게 가까워지는지 차근차근 섬세하게 보여주는 맛이 있는데 한국판에선 그런 기회가 없었다. 2022년에 맞는, 빠른 전개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시도였지만 배우로서는 조금 아쉬운 대목이기도 했다. 우리 드라마가 시작할 땐 이미 2개월째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는 설정이라, 연기할 때 유지태씨와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이어 그는 유지태와의 멜로 호흡에 대해 "카메라가 꺼져있을 때에도 감정을 주고 받기 위한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해줬다. 현장에서는 정말 사랑을 받는듯한 느낌으로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며 "촬영하면서 많이 친해졌고 어떻게 보면 예술가로서 닮고 싶은 부분도 많은 사람이었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배우 김윤진 인터뷰 이미지

ⓒ Netflix

 
한편 김윤진은 차기작으로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중 하나인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스핀오프 작품으로 돌아올 것이라 귀띔했다. 최근 촬영이 마무리 됐다는 그는 "비중이 너무나도 적은 작품이지만 참여했다. 한국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는데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시리즈의 막내 딸 키티가 주인공인 스핀오프 영화다. 주요 인물들은 열여섯 짜리 어린 친구들이라, 어른인 저는 큰 역할을 하지 않는데 시리즈에 작은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촬영을 마쳤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영화도 있다며 당분간 자주 관객과 시청자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지막으로 김윤진은 이번 <종이의 집> 한국판에서 자신을 향한 연기력 비판에 대해 언급하며 "예쁘게 봐 달라"라는 호소를 전했다.

"배우라는 직업은 20년 넘게 카메라 앞에 서도,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마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던데 배우들에겐 아쉽게도 그게 없다. 하는 역할마다 새롭고 같이 일하는 사람마다 새로워서, 20년 넘게 해도 늘 모르겠다. 이번 작품으로 연기력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저는 그 상황에 주어진 만큼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했다. 20년을 했든, 2년을 했든 연기자들은 칭찬을 먹고 자란다.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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