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배우 박해수 인터뷰 이미지

ⓒ Netflix

 
"제가 가진 원동력은 항상 두려움인 것 같다. 제가 연기하는 것에 대한 걱정, (캐릭터에) 접근할 때 느끼는 부족함 등이 저를 더 나아가게 만든다." 

<무신>으로 드라마 데뷔한지도 이미 10년이 흘렀고 연극 무대에서의 활동을 포함하면 18년 차 배우인 박해수에게 아직도 늘 촬영은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두려움을 딛고 치열한 고민으로 북한 강제수용소 출신의 강도 베를린을 만들어냈다. 그가 참여한 <오징어 게임>에 이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까지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밑바탕에는 박해수의 치열함이 있었으리라.

6월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지략가 교수(유지태 분)와 각기 다른 개성의 범죄자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다. 

극 중에서 남북은 종전을 선언하고 경제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등 통일화폐를 찍어내는 조폐국을 설립하는데, 강도들은 여기에 잠입해 4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훔쳐 달아날 계획을 세운다. 박해수는 극 중에서 조폐국 침투조의 리더 격인 베를린으로 분했다. 지난 달 28일 온라인 화상으로 박해수를 만났다. 

"북한 난민 이야기, 연민 느껴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배우 박해수 인터뷰 이미지

ⓒ Netflix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2017년 공개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에 한국적 색채를 더한 리메이크 작품이다. 조폐국에서 강도극을 벌인다는 줄거리는 같지만,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비롯한 캐릭터들의 세부적인 설정은 한국에 맞게 많이 바뀌었다. 베를린 역시 한국판에서는 북한 강제수용소 출신이라는 설정이 더해졌고 북한 사투리를 구사한다. 박해수는 "북한 사투리 보다는 선생님의 과거 이야기를 들으면서 캐릭터에 대해 많이 공부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에서) 북한 사투리 선생님을 초빙해주셔서 선생님과 시간을 많이 보냈다. 처음에는 대본을 숙지하면서 사투리를 검수하고 대본 수정과정을 거쳤다. (선생님의) 억양을 따라가기보다는 과거사를 많이 들었다. 평양 출신의 선생님이었는데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됐다. 선생님이 겪으신 영화같은 일들을 듣다 보니까, 상황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었다. 사투리보다는 베를린의 성격에 좀 더 집중하려고 했다. (북한 사투리는) 전체적인 억양보단 어미같은 걸 조금씩 수정하면서 만들어나갔다."

박해수는 <종이의 집>의 한국판 리메이크가 결정되기도 전에 원작과 베를린 캐릭터를 좋아했던 팬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가 캐스팅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시점이었는데도 스페인 문화 속에서의 베를린 캐릭터만의 매력이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직접 베를린 역할을 맡게 되어 대본을 받았을 때 부담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고. 이어 박해수는 "원작의 어떤 부분을 따라하거나, 원작 캐릭터처럼 접근했다면 오히려 어려웠을 것 같다. 제가 받은 대본에선 베를린이 분단 국가의 아픔이 있는 캐릭터였고, 그 부분을 최대한 연구하려고 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어떤 사람이든 특정한 부분에서 눈물이 나거나 그러지 않나. 저는 북한 난민 이야기, 분단국가 이야기 같은 걸 보면 이상하게 그렇더라. 연민이 느껴지고 아픔이 느껴지고. (관련 주제로) 연극 작품을 했을 때도 눈물이 많이 났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베를린 캐릭터가 수용소 출신이라고 했을 때부터 마음가짐을 조심스럽게 해야겠구나, 잘 준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친구가 가진 아픔을 고스란히 표현하기는 택도 없겠지만, 부끄럽게 하지 않아야겠다 싶었다. 그게 어려웠고 무거웠던 것 같다. 조금이나마 거짓으로 표현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종이의 집> 한국판은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스트리밍 순위 3위에 오를 만큼 전 세계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박해수는 지난해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오징어 게임>에 이어 또 한 번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게 됐다.

그는 "<종이의 집> 한국판 촬영이 <오징어 게임>보다 먼저 진행됐었다"라고 고백하며 그때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아봐주시고 지금 <종이의 집>도 한 사람이라도 더 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감사함이 당연히 있고 부담감 보다는 책임감이 더 많이 생긴 것 같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오징어 게임>은 제가 경험할 수 있는 극대치를 준 것 같다. 전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이슈가 되고 우리가 봐 왔던 전 세계의 영화인들, 드라마 제작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엄청난 경험이었고 많이 감사한 작품이었지.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리가 하는 일, 한국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결코 작은 게 아니고 우물 안에 있는 게 아니었구나 싶더라. 어느 순간에 이 우물이 터지면서 배우들, 제작진들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구나. 그런 것에 나도 자부심이 들었다. <종이의 집> 한국판에 호불호 반응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에도 많은 좋은 배우들이 있다는 걸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저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배우 박해수 인터뷰 이미지

ⓒ Netflix

 
한편 <오징어 게임>은 오는 9월 열리는 미국 최고 권위의 TV 시상식 '에미상'에서도 수상 유력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박해수는 이에 대해 "<오징어 게임>은 충분히 수상의 영광을 누려도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만약 수상하지 못하더라도 지금까지 잘해온 데 대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결과가 있기까지는 영화 <기생충>이나 그 이전부터 한국 작품에 대한 신뢰도가 조금씩 쌓여왔기 때문이다."

전 세계 최고 인기작을 이미 경험해 본 박해수는 이번 작품의 흥행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오징어 게임>의 기록 역시 언젠가는 깨질 것이라며, 더 좋은 작품들이 한국에서 많이 나올 것이라는 예견을 내놓았다.

"전 세계 3위, 한국 1위 등 성적을 말씀해주시는 건 감사하고 작품이 좋은 궤도에 오른 것도 너무 좋은 일이지만, 저는 좋은 성적을 예상하지 않으려 했다. <오징어 게임>은 정말 큰 이슈가 됐고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어떤 작품이든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끼리 경쟁하기 보다는 좋은 작품을 전 세계에 연달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저는 한국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우리 것이 가장 글로벌하다고 생각하고. 외국에서도 한국 작품이 필요한 시대가 왔구나. 그들이 믿고 볼 수 있고 자기들보다 좋은 감성의 이야기를 하는 예술가들이 (한국에) 많다는걸 아는구나. 앞으로도 그 연결다리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것이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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