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에서 6개의 시즌에 걸쳐 방영된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는 뉴욕에 정착한 싱글 여성들의 일과 사랑,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섹스 앤 더 시티>는 뉴욕의 생활과 패션을 화려하게 보여주며 미국은 물론 세계 여성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뉴욕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크게 일조했다.
 
<섹스 앤 더 시티>에는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이 작품의 최대 수혜자는 역시 캐리 브래드쇼를 연기한 사라 제시카 파커였다. 사라 제시카 파커는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 골든글러브와 에미상 등을 수상하며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섹스 앤 더 시티> 후로 영화활동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던 사라 제시카 파커는 두 편의 <섹스 앤 더 시티> 극장판을 제외하면 영화 쪽에서는 이렇다 할 대표작을 만들지 못했다.
 
사라 제시카 파커가 <섹스 앤 더 시티>로 급부상하기 전, 미국에서는 이 배우가 신예스타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역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인기 시트콤 <프렌즈>의 히로인 제니퍼 애니스톤이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사라 제시카 파커가 영화 활동에 다소 소홀히 했던 것과 달리 제니퍼 애니스톤은 활발한 활동을 통해 200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로맨틱 코미디 배우 중 한 명으로 군림했다.
 
 <브루스 올마이티>는 제작비의 6배에 가까운 흥행성적을 올리며 크게 성공했다.

<브루스 올마이티>는 제작비의 6배에 가까운 흥행성적을 올리며 크게 성공했다.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90년대 워너비 스타로 군림했던 '시트콤 여왕'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란 애니스톤은 1987년 연극으로 데뷔해 TV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동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다. 그러던 1994년 시트콤 <프렌즈>에서 주인공 레이첼 그린 역을 맡은 애니스톤은 단숨에 미국 젊은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로 떠오르며 큰 인기를 끌었다. 애니스톤은 1994년 시즌1부터 2003년 시즌10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전 시즌을 개근하며 <프렌즈>의 대표배우로 활약했다.

<프렌즈>를 통해 지명도가 급상승한 애니스톤은 1996년 <그녀를 위하여>, 1997년<웨딩 소나타>, 1998년<내가 사랑한 사람> 등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위주로 활동했다. 하지만 <프렌즈> 레이첼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애니스톤은 영화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2000년 7월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스타 브래드 피트와의 결혼이 애니스톤의 가장 큰 뉴스였을 정도.

하지만 애니스톤은 여전히 시트콤 쪽에서 남부럽지 않은 위상을 가진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었다. 애니스톤은 2001년 에미상 여우주연상, 2002년 골든 글러브 TV시리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와 함께 시트콤계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했다. 그리고 애니스톤은 <프렌즈>가 마지막 시즌을 맞고 있던 2003년 '코미디 황제' 짐 캐리를 만나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 출연했다.

81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브루스 올마이티>는 세계적으로 4억8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애니스톤의 다소 늦은 첫 번째 대표 영화가 됐다. 2004년 <프렌즈>를 끝낸 애니스톤은 2004년 <폴리와 함께>, 2005년<그녀가 모르는 그녀에 관한 소문>, 2006년<브레이크업-이별후애>, 2008년 <말리와 나> 등에 출연하며 드류 베리모어, 제니퍼 로페즈와 함께 200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3대장'으로 활약했다.

많은 배우들이 연기변신이라는 명분으로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작품에 출연해 이미지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애니스톤은 2014년 <케이크>, 2016년<더 엘로우 버즈> 정도를 제외하면 '로맨틱 코미디 외길인생'으로 대중들에게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꾸준히 지켜왔다. 애니스톤은 2019년  리즈 위더스푼과 함께 애플TV의 드라마 <더 모닝쇼>에 출연했고 <더 모닝쇼>는 작년 시즌2까지 인기리에 방영됐다.

신의 능력이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짐 캐리(왼쪽)가 웃음을 담당했다면 제니퍼 애니스톤은 이 작품에서 멜로 영역을 책임졌다.

짐 캐리(왼쪽)가 웃음을 담당했다면 제니퍼 애니스톤은 이 작품에서 멜로 영역을 책임졌다.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당대 최고의 코미디 배우로 명성을 떨치던 짐 캐리는 1998년 <트루먼쇼>를 기점으로 코미디에도 의미를 담는 영화들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온 작품들이 2000년대 초반에 개봉했던 <맨 온 더 문>과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 등이다. 물론 짐 캐리의 변신(?)은 적지 않은 성과도 있었지만 짐 캐리의 최대 장점이었던 흥행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이에 짐 캐리는 2003년 톰 새디악 감독과 재회해 <브루스 올마이티>를 선보였다.

<브루스 올마이티>는 1994년<에이스 벤츄라>와 1997년 <라이어 라이어>에 이어 짐 캐리와 새디악 감독이 3번째로 만난 작품이다. <브루스 올마이티>는 "내가 신의 능력을 갖게 된다면 어떨까?"라는 누구나 해봤을 법한 상상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코미디 영화 연출에 누구보다 익숙한 새디악 감독과 돌아온 짐 캐리, 그리고 애니스톤이 보여준 멜로 감성이 상영 시간 내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전지전능한 브루스는 여자친구 그레이스(제니퍼 애니스톤 분)와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달을 끌어 당기고 별을 반짝거리게 한다. 그만큼 브루스는 메인 앵커를 따내는 것과 함께 그레이스와의 관계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브루스는 여성앵커 수잔(캐서린 벨 분)과의 키스를 그레이스에게 들키며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그레이스 역시 브루스를 사랑하고 있었고 두 사람은 브루스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했다.

브루스는 신의 능력을 얻었지만 신에게도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줘야 하는 업무(?)가 있었다. 사람들의 기도를 일일이 들어주기가 귀찮았던 브루스는 모든 대답을 'YES'로 통일했지만 이로 인해 브루스가 사는 버팔로는 복권 1등 당첨금액이 17달러가 되는 등 큰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결국 브루스는 평범한 사람도 얼마든지 자신의 삶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교훈을 깨닫고 다시 예전의 유쾌한 리포터로 돌아갔다.

<브루스 올마이티>가 8100만 달러의 제작비로 4억8400만 달러라는 높은 흥행성적을 올리자 새디악 감독은 2007년 브루스의 라이벌이자 직장 동료 에반 박스터(스티브 카렐 분)를 주인공으로 한 <에반 올마이티>를 선보였다. 하지만 전작의 2배가 넘는 많은 제작비(1억7500만 달러)가 투입된 대작(?) <에반 올마이티>는 세계적으로 1억7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치며 흥행 실패했다.

하다하다 결국 신까지 연기한 모건 프리먼
 
 모건 프리먼은 <브루스 올마이티>에 이어 속편 <에반 올마이티>에서도 신을 연기했다.

모건 프리먼은 <브루스 올마이티>에 이어 속편 <에반 올마이티>에서도 신을 연기했다.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브루스 올마이티>가 개봉했던 2003년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한 모건 프리먼은 주인공보다는 이야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준주연 역할에 더 익숙한 배우다. 무기수 레드를 연기했던 <쇼생크 탈출>과 버락 오바마가 당선되기 10년 전 흑인 대통령을 연기했던 <딥 임팩트>, 프리먼에게 처음으로 아카데미 트로피(남우조연상)를 안겨준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에디 듀프리스 등이 대표적이다.

대기업 이사부터 미국 대통령까지 온갖 높은 직책을 연기했던 프리먼은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신으로 출연했다. 프리먼은 서양권에서 흔히 생각하는 장발의 백인이 아닌 흑인신을 연기했다. 특히 프리먼은 그레이스와의 이별 후 방황하는 브루스에게 "사람들은 기적을 일으키는 능력을 지니고도 그걸 까먹고 나한테 소원을 빌어. 기적을 보고 싶나? 자네 스스로 기적을 만들어보게"라고 충고했다.

짐 캐리는 1994년 <에이스 벤츄라>와 <마스크>, <덤 앤 더머>로 이어지는 세 작품에서 믿기 힘든 안면근육의 움직임을 선보이면서 단숨에 할리우드 최고의 코미디 배우로 등극했다. 짐 캐리의 안면연기는 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더 이상 보기 힘들어 졌지만 <브루스 올마이티>에서는 짐 캐리에 버금가는 안면근육연기의 대가를 만날 수 있다. 바로 브루스를 제치고 앵커 자리를 따낸 에반을 연기했던 배우 스티브 카렐이다.

자신을 제치고 앵커가 된 에반에게 질투심을 느낀 브루스는 방송국에 재입사한 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에반의 방송을 망쳐 버리는데 이 때 선보인 카렐의 표정연기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카렐은 주인공으로 나선 <에반 올마이티>의 흥행실패로 잠시 주춤했지만 <오피스>와 <폭스캐처>, <빅쇼트>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카렐은 인기 애니메이션 <슈퍼배드>와 <미니언즈> 시리즈에서 악당 그루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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