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내려갈 팀은 내려가고, 올라올 팀은 올라오는 것일까.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보이던 K리그 우승 경쟁이 어느새 원점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그리고 낯설지 않은 이 흐름은, 어쩐지 지난 몇 년간 되풀이된 데자뷰를 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전북과 울산, '현대가 형제'의 격차가 또다시 좁혀졌다. 전북은 7월 2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19라운드 김천 상무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전북은 시즌 10승(5무4패)째를 신고하며 승점 35점으로 2위를 지켰다.
 
반면 선두 울산은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19라운드 '동해안 더비' 원정 경기에서 김승대에게 멀티골을 허용하며 0-2로 완패했다. 울산은 12승 4무 3패, 승점 40점으로 선두는 유지했으나 전북과의 승점차가 어느덧 5점까지 줄어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독주체제라고 하기 어려운 격차다. 포항은 울산을 제물로 승점 30점 고지에 오르며 동률인 제주를 다득점으로 제치고 리그 3위까지 뛰어올랐다.
 
지난해까지 K리그1 전대미문의 5연패를 달성했던 전북은 2022시즌 초반 뜻밖의 위기에 직면했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으로 하위권까지 추락했고, 믿었던 외국인 공격수들의 부진으로 장점이던 화공(화끈한 공격)이 실종되며 답답한 경기가 속출했다. 김상식 감독의 전술적 역량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아졌다.
 
16라운드까지만 해도 울산과의 승점차는 무려 11점이었다. 전북의 부진으로 사실상 울산을 견제할만한 대항마가 보이지않는 상황에서 자칫 올시즌 우승 경쟁이 조기에 싱겁게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전북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전북은 6월 A매치 휴식기 이후 공식전 5경기에서 4승1무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K리그1에서 3승1무를 기록하는 동안 라이벌 울산과의 맞대결에서 3-1로 완승한 것은 선수들의 자신감을 회복하는데 큰 힘이 됐다. 기세를 탄 전북은 FA컵에서도 수원 삼성을 압도하며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고,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도 16강에 올라있다. 최악의 시즌을 걱정하던 상황에서 어느새 트레블(3관왕)까지 기대할수 있을만큼 위상이 환골탈태했다.
 
전북은 A매치 휴식기 동안 강도 높은 특훈을 실시하며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쿠니모토, 송민규, 구스타보 등 전반기에 몸상태가 좋지않았거나 부진했던 선수들이 점점 살아나고 있으며, 김상식 감독 특유의 4-1-4-1 전술도 안정을 찾았다. 전북 전술의 핵심이자 공수의 연결고리인 3선에서는 최근 류제문이 수비와 경기운영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주며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전북은 FA컵에서 수원을 3골차로 완파한데 이어, 김천 전에서는 올시즌 첫 역전승까지 거뒀다. 그동안 수비적으로 맞춤형 전술을 들고나온 팀을 상대로 선제골이 터지지 않으면 고전하던 패턴을 불식시킨게 고무적이다. 김천전에서 김상식 감독이 교체투입한 쿠니모토와 구스타보가 모두 득점에 성공한 것도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아직 남은 불안요소였던 공격력마저 살아나면서 전북은 이제 충분히 우승트로피를 노릴수 있는 여유를 갖게됐다.

반면 울산은 다급해졌다. 울산은 성남전 무승무(0-0)에 이어 포항전 패배로 최근 2경기에서 1무 1패에 그쳤다. 울산이 올 시즌 2경기 연속 무승-무득점에 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범위를 좀더 넓히면 A매치 휴식기 이후 FA컵 포함 5경기에서 벌써 3패를 당하고 있다.
 
이 기간 상대한 전북과 포항은 울산의 대표적인 라이벌이고, 성남은 올시즌 강등 1순위로 거론되는 최하위 팀이다. 중요한 '큰 경기'에 약하고, 반드시 잡아야했던 손쉬운 상대도 잇달아 놓치면서 위기를 자초한 것은, 울산이 지난 세 시즌간 우승전력에도 불구하고 후반기에 급격하게 무너졌던 패턴과 동일하다는게 불안하다.
 
그나마 이긴 경기도 서울을 상대로 2-1로 신승했지만 내용은 그리 좋지않았고, FA컵 8강에서는 2부리그 소속의 부천FC에게 승부차기까지는 접전을 치러야했다. 초반에 예상보다 너무 일찍 선두로 치고나가며 격차가 벌어졌던 것이 오히려 선수단에게는 오버페이스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울산은 지난 시즌에도 중반까지 무서운 기세로 트레블을 노렸으나 시즌 막바지인 10월에 ACL과 FA컵 탈락에 이어 K리그1 파이널라운드까지 극심한 부진에 따라 빈 손으로 시즌을 마친바 있다. 클럽감독 경력이 부족한 홍명보 감독의 선수단 로테이션과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올시즌도 울산은 ACL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굴욕을 겪으며 K리그와 FA컵 우승에 사활을 걸어야하는 상황이다. ACL탈락으로 지난해에 비하면 경기일정이 줄어들며 체력적으로는 여유가 생겼지만, 문제는 선수들이 우승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은 역전승을 거둔 서울전과 부천전까지 포함하여 상대팀에게 선제골을 먼저 내준 경기가 무려 11차례나 될만큼 어려운 승부를 많이 치르고 있다. 후반기로 갈수록 상대팀들이 울산의 전력을 파악하고 치밀한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들고 나오는데 비하여, 홍명보 감독은 이에 대한 뚜렷한 파훼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홍 감독은 세간에 거론되는 '울산병' 징크스와 뒷심 부족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도,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담감은 어느 정도 인정했다. 홍 감독은 "지난 경기는 지난 경기이고 빨리 회복해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게 중요하다"며 "현재 우리 선수들이 그러지 못하는 게 보이는데, 심리적인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지난 몇 년간 K리그 패권을 다퉈온 울산과 전북의 양강 구도가 다시 부활하면서 우승 경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전반기 돌풍의 주역 제주와 인천이 흔들리고 포항이 다시 3위로 치고올라오면서 상위권 판도가 재편되고 있다. 역시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이야기가 실감나는 최근 K리그의 판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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