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비정상이라는 딱지가 붙고 숨쉬듯 당하는 혐오와 차별을 한 인간으로서 이겨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약자의 입장을 대변할 때는 누구보다 단단해지지만, 한편으로 정작 자기 스스로의 약한 내면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7월 1일 방송된 채널A <금쪽 상담소>에는 트렌스젠더 유튜버 풍자가 출연하여 상담을 받았다. 2019년 데뷔 이래 68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풍자는 소수자들의 입장을 대변하여 거침없는 입담과 진솔한 상담으로 화제를 모으며 '유튜브계의 오은영'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2019 크리에이터 어워즈'에서는 일상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풍자는 "일 이외에는 소중한 게 하나도 없다"는 의외의 고민을 털어놨다. 풍자의 친구인 김경훈은 "일을 안 하면 불안하고 우울해한다. 뭘 해야할지도 모른다"고 폭로하며 운동, 취미, 연애 등, 일 이외에는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없는 풍자의 삶을 우려했다.
 
심지어 풍자는 1년 전 대퇴골 골절로 무려 8시간에 걸친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도 마취가 깨자마자 방송을 진행했다며 "방송을 안 하면 심장이 빨리 뛰고 체한 것처럼 답답해진다. 한 시간이라도 쉬면 불안해진다"고 고백했다. 풍자는 그 이유에 대하여 "내가 (쉬고있는 동안) '잊혀지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 있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일을 향한 노력은 좋지만 이건 좀 문제가 있다"며 수술을 받고도 조급한 마음에 움직인 것을 두고 "의사로서 보기에 위험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풍자는 고관절 상태가 악화되던 상황에서도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치료보다 일을 우선시했다. 풍자의 상태를 진료한 의사는 조금만 더 늦게 왔으면 하반신 불구가 되거나 사망에 이를수도 있었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내렸다고.
 
오은영은 풍자가 본인의 생명-건강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워커홀릭'이라고 진단하며 "일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일을 안 하면 마음이 불편해서 강박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리학에서는 워커홀릭을 잘 포장된 심리적인 문제로 규정하기도 한다고. 실제 워커홀릭 진단테스트에서 풍자는 만점을 받았다.
 
풍자는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2시간 정도에 불과하고 때로는 10분 정도만 자 본 적도 있다고 밝혔다. 커피는 하루에 2리터 가까이를 마신다고. 부족한 수면 때문에 열흘이나 보름 단위로 몸이 한계에 봉착하여 기절하듯 잠을 자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오은영은 "자기 몸을 혹사시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채널A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풍자는 수술할 때 고통을 줄이기 위한 무통주사나 수면내시경조차 거부한다고 밝혔다. 듣고 있던 오은영은 혹시 과거에 자해를 한 경험이 있는지 질문했다. 풍자는 성정체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해를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바쁜 일상과 스스로 결정한 성정체성은 본인이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이건 자기파괴적인 행동"이라고 풍자의 모순을 꼬집었다.
 
풍자는 놀랍게도 상처를 받거나 통증을 느껴도 항상 맨정신에 눈앞에서 직접 확인을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고 밝혔다. 수술을 받을 때 전신마취를 거부하는 것도 관련되어 있었다. 오은영은 풍자가 통제력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지적하며 "내가 아닌 외부 요인이 상황을 통제하는 것에 불안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풍자의 삶이 항상 전쟁같은 위기에 대응해야 했던 삶이었나?"라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풍자는 트렌스젠더로서 겪어야 했던 모욕과 차별의 사례들을 고백했다. 여자 취객이 풍자에게 은밀한 곳을 보여달라고 제안하거나 가슴을 만지는 일도 있었다고. 트렌스젠더라는 이유로 무례한 질문이나 요구를 서슴없이 하는 이들이 비일비재했다. 이사를 할 때도 트렌스젠더는 안 된다는 이유로 집주인에게 일방적인 계약파기를 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풍자와 같이 있다는 이유 때문에 동료나 지인까지 덩달아 모욕을 당하는 상황도 있었다. 풍자는 "나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부분이 없는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히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인들이 풍자를 향한 악성댓글을 읽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풍자는 수위높은 인신공격에도 웃어넘기거나 장난스럽게 받아넘겼다. 오은영은 정말 악플에 타격감이 없는지 확인하자, 풍자는 "심심할 때 악플을 찾아보기도 한다"며 여유를 잃지 않았다. 외모비하 등 여러 가지 악플러를 만날 때도 "나는 바비인형이 아니라 그저 여자로 살고 싶은 것"이라고 의연하게 자신의 주관을 밝혔다고.
 
오은영은 "인간의 내면에는 다양한 종류의 아픔이 있다. 타인의 삶은 누구도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며 풍자를 격려했다. 악플로 비슷한 경험을 겪었던 박나래는 "저도 한때는 악플도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누군가의 감정쓰레기통이 된 것 같아 너무 힘들더라"고 고백했다. 박나래는 "무논리로 오는 악플들이 처음엔 타격감이 없다가도, 그 잽을 계속 맞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아프다"라고 밝혔다.

오은영은 "악플에 의연한 사람들도 내상을 받지만 꿋꿋하게 견뎌내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아무렇지 않다는 풍자가 오히려 걱정스럽다"고 평가했다. 풍자는 "가족들을 욕하는 악플을 감정의 동요없이 삭제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악플조차도 적응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더 힘들었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적응이라기보다는, 악플에 영향을 받는 나 자신이 싫어서 인정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풍자의 방송을 리뷰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입장이 되었을 때는 당당하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나 아픔을 말하기를 어려워한다"고 지적했다. 풍자는 소수자를 대변하는 일에 앞장서지만,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성향이 있었다. 풍자는 "마음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 같다. 타인에게 저의 안 좋은 이야기를 잘 말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채널A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풍자는 속마음을 밝히기를 꺼리게 된 이유로, 자신의 커밍아웃 과정을 돌아봤다. 본의아니게 아버지에게 세 번이나 커밍아웃을 했다는 풍자는, 아버지가 아들의 성정체성 고민을 정신적인 문제로 인식하여 갈등을 빚었다. 성전환 수술 후 찾아온 풍자를 이해하지 못한 아버지는 칼을 꺼내들며 여자로 살기를 고집하겠다면 여기서 나를 찌르고 가라고 압박했다는 일화를 고백하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풍자는 "아버지를 위하여 평생 아들을 연기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지만, 그러면 진짜 내 인생은 누가 살아주냐"고 호소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풍자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결국 풍자는 도망치듯 아버지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막 성인이 된 이후로 벌어진 갈등으로 풍자는 10년 가까이 가족과 인연을 끊고 살아야했다. 풍자의 소원은 아버지에게 딸로서 받아들여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날 아버지는 술에 취하여 풍자에게 전화를 걸어 "네가 나의 자식인 건 변함이 없지만 우리 큰아들이 죽은 것 같다"는 안타까운 취중진담으로 또 한번 상처를 줬다.
 
오은영은 성인으로서 삶의 결정권이 있는 풍자의 입장과, 그런 풍자를 딸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아버지의 입장을 모두 공감했다. 그럼에도 "풍자를 딸로서 받아들이지않더라도, 아버지는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며 풍자를 위로했다.
 
풍자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10대의 어린 나이에 더 어린 동생들까지 돌보며 실질적인 가장이자 엄마의 역할을 감당해야했다. 풍자는 "저는 가난하더라도 동생들만큼 가난하지 않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다고 밝혔다. 견디기 힘든 현실에 가출을 고민하다가도 "내가 없으면 동생들은 어떡하지?"라는 걱정에 버틸 수밖에 없었다고.
 
하루는 표현을 잘하지 않던 남동생이 풍자에게 "너는 내 엄마이고 아빠"라는 글을 남기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풍자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내가 동생들을 헛되이 키운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린 시절의 고생까지 치유받은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오은영은 풍자가 동생들에게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더욱 더 일에 매달리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풍자는 공감하며 "일을 안 하면 불안하다. 다시 옛날처럼 가난해질까봐"라고 두려움을 드러냈다.오은영은 풍자가 "타인은 잘 돌보지만 나의 삶은 잘 돌보지 못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풍자는 자녀들을 잘 돌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심정도 이해했기에 서운함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은영은 "자식과 아버지의 위치가 뒤바뀌어 있다"고 지적했다. 자식에게 부모는 사랑받고 싶은 대상이다. 이 부분을 못 받으면 마음에 구멍이 생긴다.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회복과 성장이 가능하다. 오은영은 풍자가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직면하지 못하고 있다"며 생각과 행동이 반대되는 '반동형성'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풍자의 어머니는 그녀가 어릴때 사기를 당한 충격에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당시 어린 풍자는 어머니를 간호하며 임종할 때까지 일주일 가까이 홀로 곁을 지켜야 했다. 풍자는 당시 자신이 잠을 자고 있지 않았다면 어머니의 자살 시도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를 한편에 간직하고 있었다. 풍자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동생들에 대한 불안감과 죄책감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됐다.
 
어머니의 임종 이후 성전환 수술까지 받고나서 풍자는 어머니의 산소에 한 번도 찾아가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어머니는 딸이나 아들로서가 아닌, 그저 자식으로서 풍자를 사랑하고 있을 것"이라며 마음의 준비가 되면 꼭 산소에 찾아가보라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풍자야, 이제 나를 품자'라는 솔루션을 전하며 "보미야(풍자의 본명), 이제까지 열심히 꿋꿋하게 잘 살았어.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어떤 시선으로 대하든, 열심히 살아가는 것 자체로 귀하고 소중하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휴식도 하고 잠도 자고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음고생이 많았다 보미야. 애썼어"라며, 의사로서가 아닌 '어른이자 사람'으로서의 진심어린 위로를 전했다.

풍자는 처음 받아보는 위로에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았다. "엄마가 살아계시면 나한테 이런 말을 해줬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제껏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풍자의 진솔한 이야기, 처음으로 타인이 아닌 '나'를 온전하게 품어본 풍자의 모습은 큰 여운을 남겼다. 풍자는 "출연 전에서는 고민의 해답을 찾고 싶었는데, 알고보니 그 답은 내가 가지고 있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애써 외면했던 나를 만난 느낌"이라며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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