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마친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모처럼 열린 연극 무대에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이 찾았다.

▲ 연극을 마친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모처럼 열린 연극 무대에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이 찾았다. ⓒ 김용한

 
코로나 여파로 인한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던 대명동 연극 골목에도 오랜만에 봄이 왔다. 공연장마다 개장 소식이 들리고, 10여 개의 공연장이 몰린 골목마다 공연 소식을 알리는 포스터에 공연 개막 소식이 붐빈다.
 
지난 6월 29일 개막을 알린 극단 예전(대표 이미정)의 2022 세 번째 작품인 '마르지 않는 것'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2013년 3월 극단 예전 한·일 연극교류전에서 첫선을 보였던 작품이었으며, 2014년 10월 일본 도쿄 교류전 초청작이기도 하다. 이후 2018년 극단 예전 24주년 기념 공연으로 올렸던 일본 작품(원제 말릴 수 없는 것. 후루가와 다이스케 작/ 연출 김태석)이기도 하다.
 
배우들은 관객들이 입장하기 10분 전까지 각자의 동선을 꼼꼼히 점검하는가 하면 어떤 배우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게 하기 위한 발성 연습도 했다. 무대에서의 자세와 대사 연습에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반전연극의 한 장면 전쟁을 경험하지 못했던 배우들이 전쟁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고 있는 광경이다.

▲ 반전연극의 한 장면 전쟁을 경험하지 못했던 배우들이 전쟁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고 있는 광경이다. ⓒ 김용한

 
전쟁을 소재하여 올려진 이번 작품을 위해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배우들은 열심히 노력했다. 자신이 맡은 배역을 소화해 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었다. 
 
소중한 사람이 전쟁터에서 무사귀환하기 바라며 집단생활 하는 여인네들의 불편한 동거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연극 무대에 화면전환과 줄거리를 엮어가는 주된 소재는 편지와 그리고 긴 줄에 널린 흰색 빨래다. 바람이 불어오고, 사랑하는 이가 떠나고,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모습 또한 여인들이 빨래를 널고 다시 걷는 장면을 통해 이야기한다. 
 
전쟁터에 나가 죽은 줄만 알았던 가즈니의 귀환(배우 박일용)과 함께 여인들의 기쁨은 이어지는 듯했으나 오매불망 기다리던 남동생, 남편, 애인의 모습을 전해주는 가즈니의 구전 앞에 걱정, 불안, 초조함이 앞선다. 
 
집단생활을 이끌어가는 기리아(배우 조보은)는 이 모든 것이 확실한 증거가 없는 불확실한 증언에 불과하다면 모두가 희망을 잃지 말고 더 확실한 증거를 찾아보자고 여인들을 달랜다. 하지만 자신 또한 자신의 남편에 대한 사망통지서를 받고서야 그토록 포기하지 못한 끈을 내려놓게 된다.
 
결코, 가볍게 이야기 할 수 없는 전쟁의 참혹함과 지루한 기다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이 무대에서는 깊게 묻어난다.
  
반전 연극 중 빨래를 널고 있는 모습 빨래와 극 중에 편지는 관객과 배우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전쟁을 원하는 이는 그 누구도 없다는 명제 속에 사람들은 전장에 나간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며 빨래를 무작정 널고 있다.

▲ 반전 연극 중 빨래를 널고 있는 모습 빨래와 극 중에 편지는 관객과 배우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전쟁을 원하는 이는 그 누구도 없다는 명제 속에 사람들은 전장에 나간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며 빨래를 무작정 널고 있다. ⓒ 김용한

 
김태석 예술감독은 "이 연극은 반전연극으로, 극한 전쟁 상황 속에서 인간에게 지울 수 없는 그 어떤 것(으로 표현된다)"라며 "관객들에게 묻고 상상하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이름 또한 일본의 분쟁 지역명을 따왔다. 작품 또한 사실주의에 입각한 것이 아닌 우화에 불과하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장례복 의식에 쓰인 복장과 군복도 이 작품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세계 유일무이한 군복이라고.
 
작가는 전쟁의 불통으로 빚어지는 비극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런 비극은 막아야 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덧붙이는 글 예전 아트홀(대명동 연극거리에 위치)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일요일 오후 4시 공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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