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의 한 장면.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의 한 장면. ⓒ 싸이더스


맨발, 킥보드, 그리고 블루 하와이까지. 여고생의 별명치고는 투박하다 싶은데 마침 이들이 교내에서 좌충우돌한다. 인생 처음으로 자신들의 영화를 찍기 위한 열정에 가득찬 이 친구들이 일본은 물론이고 국내 10대, 20대 관객들을 감동시킨 모양이다. 2년 전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를 두고 SNS에서 끊임 없이 국내 개봉 요청이 이어졌고, 한 수입사가 응답해 결국 오는 7월 중 개봉하게 된 것이다.
 
서울 용산 CGV에서 29일 오후 국내 언론에 선공개된 해당 작품은 표면적으론 발랄한 청춘의 성장 영화이자, 첫 사랑의 설렘도 가득한 작품이었다. 특이한 게 있다면 미래에서 온 소년 린타로 등의 캐릭터로 일종의 SF 장르 요소를 따왔다는 점이다.
 
교내 축제를 앞두고 영화 동아리 소속인 맨발은 친구들을 규합해 명작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문제는 그의 취향이 10대 소녀 감성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 일본 고전 사무라이 영화에 열광하던 맨발은 10대 사무라이 극을 찍고 싶어했지만, 결국 로맨스물을 찍으려는 동급생에게 밀려 제작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누구보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풍부하다 자부한 맨발은 단순히 해당 동급생을 곯려줄 생각으로 돈을 십시일반 모아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한다. 꼭 주연으로 데려와야 했던 린타로를 삼고초려해 참여시키지만 그가 미래 소년인 게 걸림돌이 된다. 미래 세계에선 영화가 사라져버렸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한 린타로를 두고 세 친구는 일생일대 고민에 빠진다.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의 한 장면.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의 한 장면. ⓒ 싸이더스


해당 작품이 단순히 청춘물일 수 없는 게 곳곳에 담긴 고전 영화에 대한 헌사, 그리고 영화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1988년생인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은 그간 드라마, 광고 연출 등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일본에선 고레에다 히로카즈,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이을 신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감한 상상력과 영화 문법에 얽메이지 않는 자유로운 연출 스타일 때문으로 보인다.

이야기 흐름이나 갈등의 극복이 다소 전형적이라는 게 아쉽지만, 다분히 영화 속 캐릭터들의 개성과 매력이 이를 상쇄한다. 특히 맨발 역의 이토 마리카는 인기 아이돌 출신이라는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엉뚱하면서도 발랄한 매력을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일본 여자 고교생 하면 떠올리기 쉬운 평면적 발랄함이 아닌 본인의 꿈을 실현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입체성을 담보하고 있다.
 
이 영화가 품고 있는 메시지 또한 시의적절해 보인다.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미래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상은 어쩌면 팬데믹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생각했을 법한 문제와 연결돼 있다. 사람들이 너무나 바쁘고 정신 없는 나머지 5분 이상을 넘는 영상 콘텐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린타로에게서 우리는 SNS와 유튜브 등에 범람하는 숏폼 콘텐츠들을 충분히 떠올릴 수 있다.
 
영화의 종말이 정말 올 것인가, 아니면 맨발 삼총사들처럼 영화의 힘을 믿는 청춘들로 인해 또다른 가능성을 도모할 것인가. 이 영화를 보고 웃다보면 불현듯 이런 화두도 떠오를 것이다.
 
한줄평: 발랄함 속에 담긴 과감한 문제의식
평점: ★★★☆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 관련 정보

감독: 마츠모토 소우시
출연: 이토 마리카(맨발), 카네코 다이치(린타로), 카와이 유미(킥보드), 이노리 키라라(블루 하와이)
수입 및 배급: 싸이더스
공동배급: 블루라벨픽쳐스
러닝타임: 98분
개봉: 2022년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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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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