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팀 입장에서는 도저히 막을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쳤다 하면 장타로 이어졌다. 라이온즈파크는 '박병호의 무대'나 다름이 없었다.

kt 위즈는 28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정규시즌 6차전에서 14-4로 10점 차 대승을 거두었다. kt 선발 소형준이 QS(퀄리티스타트)로 호투를 펼친 반면 삼성 선발 백정현은 3이닝만 던지고 불펜에게 마운드를 넘겨주면서 일찌감치 두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경기 중반 kt 타자들이 차곡차곡 점수를 쌓으면서 격차가 점점 벌어졌고, 삼성은 이날 13개의 안타와 3개의 사사구를 얻어내고도 4점을 뽑는 데 그쳤다. 결국 양 팀 타선의 집중력에서 차이가 발생했는데, 그 중심에 있었던 선수가 바로 박병호다.
 
 28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쏠(SOL) KBO 리그'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3회 초 1사 상황에서 타석에 선 리그 홈런 선두인 KT 박병호가 솔로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8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쏠(SOL) KBO 리그'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3회 초 1사 상황에서 타석에 선 리그 홈런 선두인 KT 박병호가 솔로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전성기 시절을 보는 듯했던 박병호의 활약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걸어나간 박병호는 두 번째 타석부터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3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 백정현의 2구 슬라이더(시속 128km)를 그대로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선제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타구 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삼성 좌익수 호세 피렐라는 움직이지도 못한 채 타구를 지켜봐야만 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두 팀이 2-2로 팽팽하게 맞서던 4회초, kt가 앤서니 알포드의 2타점 적시타로 균형을 깼고 이어진 2사 1루서 박병호가 1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2루타를 기록했다. 펜스 근처까지 날아간 타구를 중견수 김현준이 잡지 못하면서 안타가 됐다.

4회초 4득점으로 빅이닝에 성공한 kt는 5회초 확실하게 승기를 굳혔다. 알포드의 1타점 희생플라이를 시작으로 무려 5점을 뽑아냈다. 이 과정에서 박병호 역시 1타점 2루타로 팀의 2이닝 연속 빅이닝에 크게 기여하는 모습이었다.

7회말 교체 출전한 오윤석이 1루수로 투입되면서 이날 박병호의 임무가 마무리됐다. 최종 성적은 4타수 3안타(1홈런) 4타점 3득점, 본인이 적시타를 때려내면서 동시에 루상에 나갈 때마다 대부분 홈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다. 말 그대로 '영양가 만점'의 활약이었다.

특히 홈런을 비롯해 3개의 안타가 모두 장타였는데, 간결한 스윙과 빠른 타구 속도 등은 한창 페이스가 좋았던 키움 히어로즈 시절을 보는 듯했다. 시간이 훌쩍 지나기는 했지만, 박병호의 '클래스'는 여전했다.

350홈런 고지 밟은 박병호, 3년 만에 홈런왕 도전

기록 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박병호가 2회초에 기록한 홈런은 개인 통산 350번째 아치로, 역대 KBO리그에서 이승엽(467개)·최정(현재 413개)·이대호(현재 360개)·양준혁(351개) 단 네 명만 갖고 있던 대기록이다.

불과 2019년만 해도 33개의 홈런으로 '홈런왕'을 차지했던 박병호는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20홈런을 겨우 넘기는 것에 그쳐 자존심을 구겼다. 홈런뿐만 아니라 여러 타격 지표에서도 하락세가 나타나면서 '에이징 커브'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했다.

그러나 올 시즌 kt 유니폼을 입고 새롭게 출발한 박병호는 이미 2020년(21개)·2021년(20개)보다 많은 홈런을 터뜨렸다. 아직 7월이 되지 않은 시점에 20홈런 이상 기록한 선수는 리그에서 박병호가 유일하다. 슬럼프 없이 후반기까지 지금의 흐름을 유지하기만 해도 30홈런은 물론이고 40홈런까지도 넘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병호가 가장 최근에 40개 이상의 홈런을 생산한 시즌은 2018년(43개)이었다. 그 당시에는 타고투저 현상이 뚜렷해 타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해였는데, 스트라이크존 확대 등으로 투수들의 강세가 나타나는 올핸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다.

덕분에 외국인 타자, 강백호 없이 시즌 초반을 버텼던 팀은 시간이 지날수록 탄력을 받으면서 중위권 경쟁을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돌아온 '국민거포 박병호'의 상승세에 kt 팬들의 기대감도 점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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