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서초동 법원 앞에서 블랙리스트 손해배상에 대한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고 있는 문화예술단체 회원들

지난 4월 28일 서초동 법원 앞에서 블랙리스트 손해배상에 대한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고 있는 문화예술단체 회원들 ⓒ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윤석열 정부가 독립다큐멘터리 배급사 시네마달 손해배상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은 법무부 지휘를 받는 서울고검이 항소제기를 하도록 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실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는 항소를 포기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소송지휘 기관인 서울고검이 항소제기를 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세월호 다큐멘터리영화 <다이빙벨> 배급사 '시네마 달'이 제기한 블랙리스트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판결에 대해 지난 9일 영화진흥위원회가, 10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각각 항소했다. 하지만 영화계가 반발하며 비판이 거세지자 영화진흥위원회는 22일 9인 위원회를 통해 항소 포기를 의결했다. 영진위 측은 항소기한 마감까지 상급단체의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절차적인 과정을 따랐을 뿐이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무부의 소송지휘를 받는 문체부는 아직 항소를 취하하고 있지 않다. 유정주 의원실은 "문체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는 항소를 포기하는 것이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하여 피해 문화예술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여 항소 포기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는 서울고검이 '항소제기'를 지휘했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범죄자들을 기소했던 검찰이 정작 피해자들의 아픔을 인정한 판결에 대해서는 승복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정주 의원실은 서울고검이 항소 지휘에 대해 세 가지 이유를 밝혔다고 공개했다. ▲ 첫째 원고가 당연히 지원금을 받았을 것이란 보장이 없고, 원고는 이미 수차례 지원금을 지급 받았으며, 원고 배급 영화들의 점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과 자료가 없으므로 이는 '손해의 발생 여부 자체'를 판단해야 하는 사건이다. ▲ 둘째 '법인은 위자료 청구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 셋째 '<다이빙벨> 감독 등이 개인적인 손해배상청구 소송 중이어서 이중지급의 위험이 있다' 등이다.

블랙리스트 위법성 말로만 인정하고 사실상 부정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 ⓒ 유정주 의원실 제공

 
이에 유정주 의원은 "'시네마 달'이 지원금을 받았을 보장이 없다면 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지원배제를 실행했는가?"라고 반문하며 "'손해의 발생 여부 자체'를 의심하는 정부의 모습이 블랙리스트의 위법성을 말로만 인정하고 사실상 부정하는 매우 표리부동하고 야만적인 모습이다"라고 성토했다.
 
또한 "정부가 부정하고 있는 '시네마 달'과 같은 법인의 위자료 청구권은 이미 확립된 판례로서 우리 대법원은 '법인의 사회적 명성, 신용을 훼손하여 법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된 경우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고(대법원 1996.6.28. 선고 96다12696판결), 그 법인은 그 침해행위자를 상대로 재산상 손해는 물론 위자료의 청구도 할 수 있다(대법원 1980.2.26.선고 79다2138, 2139판결)'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중 지급과 관련해서는 자연인의 정신적, 재산상 손해 발생과 법인의 손해는 그 내용과 질이 엄연히 다르고, 자연인과 법인의 명예와 신용에 대한 침해는 우리 대법원이 분명히 구분하는 확립된 판례이기에 이중 지급의 위험은 없다"고 덧붙였다.
 
유정주 의원은 "결국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는 학생들 교과서에서나 나올 해묵은 법리논쟁을 국가의 반헌법적 범죄행위가 야기한 손해배상 재판정에 끌어 내와서 반대하고 있다"며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대한 문제의식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또 페이스북 등에 올린 글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12일 용산대통령실에 송강호 배우, 박찬욱 감독 등 영화인들을 초청하여 격려했는데, 왜 초대했고, 영화인들과 나눈 악수는 무슨 의미였는가?"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해 국회는 이 땅에 블랙리스트와 같은 사건이 다시는 나타날 수 없도록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기에 이르렀다"며 "새로운 정부도 법의 근본 취지를 이해하고 피해를 입은 모든 문화예술인과 그 법인 및 소속한 직원들에게까지 세심한 배상과 함께 국가 소송을 지휘하고 있는 법무부장관이 하루 빨리 이번 사건의 항소를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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