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주상영관 노릇을 했던 어울마당의 모습. 영화제의 색에 맞게 탈바꿈한 모습이 눈에 띈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주상영관 노릇을 했던 어울마당의 모습. 영화제의 색에 맞게 탈바꿈한 모습이 눈에 띈다. ⓒ 박장식

 
누군가는 '목적성이 불분명한 행사'라고 깎아내릴 때, 벌써 네 번째 개최를 맞이한 행사는 오히려 본연의 목적을 증명했다. 지역 경제도 살아났다. 6일이라는 기간 동안 지역 전체 인구의 두 배나 되는 1만 3천여 명이 행사를 찾았다. 

6월 23일부터 28일까지 엿새 동안 평창군 대관령면 일원에서 개최된 2022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폐막했다. 영화를 상영할 마땅한 장소가 없는 대관령면에서 호텔의 오디토리움, 콘서트홀, 그리고 감자창고나 체육관과 같은 일곱 곳의 대안 상영관만으로 치러진 이번 영화제 역시 흥행하며 가치를 증명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대관령을 찾은 88편의 영화는 더욱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을 만났고, 최근 불거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배경을 소개하는 영화들은 영화제의 주제인 '평화'를 더욱 상기시킬 수 있게끔 했다. 목적 역시 완벽하게 드러냈고, 평창의 지역 경제 역시 완전히 회복했던 영화제였다.

기치에 맞는 영화 대거 찾고, 프로그램도 의미 깊었다

매년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 한 편씩은 올랐던 북한 영화는 최근 북한의 상황 탓에 이번 영화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대신 올해 더욱 사람들에게 중요한 화두로 오른 평화라는 기치에 집중한 한 해였다. 

이번 영화제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배경을 알 수 있는 영화가 대거 찾았다. 우크라이나가 친러 정권을 축출하는 계기가 되었던 사건인 '유로마이단 사건'을 10대 체조선수의 시각에서 바라본 <올가>, 러시아가 강경세로 접어든 것을 야권 수장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살 시도로 확인한 다큐멘터리 <나발니> 등이 그랬다.

특히 <올가>는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 영화제 기간 열린 두 번째 상영에서는 관람객이 좌석을 적잖게 채우기도 했다. <나발니> 역시 국내에서의 첫 상영이 이루어졌는데, 푸틴이 알렉세이 나발니를 동성애자로 몰아가는 발언이 나올 때에는 관람석에서 실소가 터져나오는 등 관객의 호응 역시 컸다. 
 
 2022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는 '두근두근 윤성호' 섹션이 펼쳐지기도 했다. 섹션 상영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를 찾은 윤성호 감독(왼쪽)과 박희본 배우(오른쪽)가 GV에 응하고 있다.

2022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는 '두근두근 윤성호' 섹션이 펼쳐지기도 했다. 섹션 상영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를 찾은 윤성호 감독(왼쪽)과 박희본 배우(오른쪽)가 GV에 응하고 있다. ⓒ 박장식

 
특히 이번 영화제에서 국제장편대상을 수상한 제프 다니엘스 감독의 <텔레비전 이벤트>는 1984년 방영되어 냉전을 종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미국 ABC의 TV 영화인 < The Day After >의 막전막후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신냉전 구도로 짙어지는 세계 상황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국내의 독립 영화들 역시 대거 상영되었다. 이우정 감독의 <최선의 삶>, 이정곤 감독의 <낫아웃> 등 지난해 개봉해 관람객들을 끌어모은 독립 영화는 물론, < 2차 송환 > 등 국내 비전향 장기수들의 문제를 다룬 영화 역시 평창에서 상영되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클로즈업' 섹션은 윤성호 감독의 영화를 조명하는 '두근두근 윤성호'가 자리했다. 윤성호 감독이 만든 단편영화는 물론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 <대세는 백합> 등 브라운관과 스마트폰을 찾은 드라마와 웹드라마까지 편성되고, 각 상영마다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지는 등 윤성호 감독을 깊이 알 수 있는 게기가 되었다.

특색 있는 상영관, 더욱 깊이 더했다

영화관이 없는 지역에서 열리는 영화제였던 평창국제평화영화제답게, 여러 대안 상영관이 이번에도 영화제의 특색을 더했다. 대표적으로 2021년부터 사용을 시작한 '감자창고 상영관'은 대관령 감자를 보관하는 창고를 영화 상영을 위해 활용한 시설인데, 올해 영화제에도 어김없이 상영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떠올리는 시설들도 적잖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미디어프레스센터로 활용되어 기자회견 등이 열리곤 했던 알펜시아 오디토리움, 알펜시아 콘서트홀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상영관이 되었고, 라마다호텔 그랜드볼룸이 이번에는 처음으로 상영관이 되어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좌석은 약간 불편했지만, 영화관 못잖은 시설로 변모한 어울마당의 모습.

좌석은 약간 불편했지만, 영화관 못잖은 시설로 변모한 어울마당의 모습. ⓒ 박장식

 
가장 돋보이는 변화는 어울마당. 대관령눈꽃축제의 실내 행사장으로 사용되던 어울마당이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상징 시설로서의 의미가 더해지면서, 더욱 영화를 관람하기에 편리한 시설로 변모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문체부가 주최한 국제문화예술행사 개최도시 시각이미지 개선사업에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선정된 덕이다.

영화제 측은 어울마당을 리모델링하는 한편, 어울마당 내부에 스크린과 영사기 부스, 암막 시설과 천장 흡음 시설을 설치하는 등 여느 영화관 못잖은 시설로 어울마당을 탈바꿈했다. 특히 부대시설로 영화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대관령이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열리는 도시임을 알 수 있는 '피프 플레이스'도 개설되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어울마당에는 상영관 바닥에 짚이 깔려 있는 등 창고에서 영화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있었지만, 올해 어울마당은 여느 영화관이 부럽지 않은 모습, 그리고 상시 상영관 못잖은 음향과 스크린이 만족스러웠다. 향후 영화제 측에서는 해당 시설을 지역민을 위한 상영행사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좌석. 플라스틱 의자로 구성된 좌석은 장시간 영화를 보기 불편한 데다, 앞자리와 뒷자리 사이의 단차가 없어 앞 사람의 머리가 스크린을 가리는 문제가 관람 편의를 아쉽게 했다. 영화관이라는 느낌에 알맞을 좌석을 향후 도입해 더욱 영화관에 가까운 관람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다른 영화제 회복세에서도... 관객 7.7% 늘었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지난 2년의 코로나19 범유행 기간 유일하게 대면 영화제를 고수했다. 그런 덕분에 코로나19 기간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인 국제영화제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일상 회복이 진행되면서 다른 영화제와의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야 한다.

영화제가 끝난 지금 성적표는 어떨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측은 이번 영화제에 1만 3천여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고 밝혔다. 대관령 인구 6천여 명의 두 배가 훌쩍 넘는 방문객이 영화 관람, 야외 상영 등을 찾아, 영화제를 즐겼다는 뜻이다. 지난해 영화제에는 1만 2천여 명의 관람객이 찾은 것을 생각하면, 7.7% 정도 성장했다.
 
 2022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해질녘을 밝히는 행사인 'PIPFF STAGE'. 공연과 야외상영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인 'PIPFF STAGE'에는 매일 구름 관중이 몰렸다.

2022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해질녘을 밝히는 행사인 'PIPFF STAGE'. 공연과 야외상영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인 'PIPFF STAGE'에는 매일 구름 관중이 몰렸다. ⓒ 박장식

 
지역의 특성에 맞춘 행사도 더욱 많아졌다. 올해는 최근 화두에 오른 캠핑 트렌드에 맞추어 계방산·대화면 등에서 마술 공연과 야외 관람을 함께 즐기는 '캠핑시네마' 행사가 개최되었다. 영화제 측에 따르면 세 곳에서 진행된 캠핑시네마에는 600여 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좋은 반향을 얻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행사 기간 대관령면의 상권이 스키 시즌 못지 않게 살아난 점도 눈에 띄었다. 대관령면 일대의 식당과 카페는 영화제를 찾은 젊은 영화인들, 그리고 관람객들로 북적였고, 영화제 측에서도 대관령 내 식음시설을 이용하고 기념품을 받아가는 '스탬프 투어'를 진행하는 등 대관령 곳곳의 상권이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28일 시상식을 끝으로 네 번째 행사를 마치고 다음 해를 기약했다. 안팎으로는 영화제 외적인 요인으로 위기라는 말이 오가고, 어떤 실권자는 엄포를 놓기도 했지만, '평창이니까 가능했음'을, 그의 엄포가 확실히 틀렸음을 이번 영화제는 아낌없이 보여줬다. 강원도, 그리고 평창이니까 가능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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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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