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쌤' 덕분에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대중적으로 익숙한 학문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족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내면 아이'라는 용어가 종종 등장하곤 한다. 부모 자식 간 갈등의 경우, 이전까지는 그 문제'의 초점이 아이에게 맞추어졌다면 최근에 들어서는 그 갈등의 근원으로 부모가 꼽힌다. 특히 부모가 어린 시절 가진 트라우마를 조명하는데 그 속에 숨겨진 또 다른 가족의 문제가 드러나기도 한다.  

여기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한 여성이 있다. 어른이 된 그녀는 여전히 그런 어린 시절의 아픔을 내면에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좋은 부모가 되기로 결심했다. 심지어 기차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기관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딜레마가 있다. 그 아이는 그녀가 낳은 아이가 아니다. <가족의 색깔> 속 아키라(아리무라 카스미 분)의 이야기다. 

25살, 엄마를 선택했다
 
 가족의 색깔

가족의 색깔 ⓒ 넷플릭스

 
아키라는 25살이다. 마트에서 장을 보던 그녀에게 마지막 남았던 당근을 나누어 주고, 카레에는 고구마를 넣으면 맛있다며 고구마도 나누어 주던 따뜻한 남자 슈헤이와 결혼을 했다. 가슴 통증이 와서 급히 병원에 입원했지만 놀라서 찾아간 아내 아키라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웃겨주려 애쓰던 슈헤이. 

하지만 결혼은 그녀가 원하던 안락한 가정 대신 시련을 주었다. 어느날 가슴이 아프다며 입원한 남편은 다음 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남편이 남긴 건 동업 사기로 인한 빚이었고, 그들이 살던 도쿄의 아파트도 잃게 됐다. 그리고 초등학생인 아들이 남았다. 

과연 아키라는 어떤 선택을 할까? 도쿄의 아파트를 처분한 아키라는 아들 슌야를 데리고 남편의 고향 가고시마로 향한다. 아들의 죽음을 몰랐던 시아버지 세츠오(쿠니무라 준 분)에게 남편의 유해를 전한 아키라는 당분간 자신들이 시아버지 댁에 머물 수 있게 해달라 청한다. 그리고 그녀는 철도 기관사인 시아버지에게 기관사에 도전하겠다고 한다. 기차 덕후였던 아들을 위해서. 

겨우 25살이지만 아키라는 의연하게 슌야의 부모 노릇을 하려 한다. 하지만 어디 의지만 가지고 되는 일일까. 

순야는 자신을 놀리는 친구 얼굴에 상처를 입히고, 그 바람에 아키라는 보호자로 호출된다. 그녀는 의연하게 '제가 슌야의 부모입니다'라고 외치지만 영화 속에서 슌야는 아키라를 늘 '아키라짱'이라 부른다. 부모의 날, 아키라에게 학교에 오지 말라고 당부한 슌야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이미 세상에 없는 아버지가 여전히 그의 곁에 있는 것처럼 쓴 글을 발표한다. 그런 슌야에게 아버지의 부재를 이제 그만 받아들이라고 하는 아키라. 하지만 슌야의 입에서, 아버지 대신 아키라가 없어졌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만다.  
 
 가족의 색깔

가족의 색깔 ⓒ 넷플릭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선택한 기관사의 길도 여의치 않다. 순조롭게 기관사가 되나 싶었지만 기찻길로 뛰어든 사슴을 치고, 그 죽은 사슴을 바라보는 어린 사슴을 보고 나서는 아키라는 좀처럼 예전처럼 일에 집중하기 힘들다. 

죽은 남편의 아버지, 그리고 자신이 낳지 않은 남편의 아들, 그리고 젊은 엄마라는 이질적인 '가족 구성원'이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가족의 색깔> 큰 줄기는 '가족'됨을 지향하는 한 여성의 의지에 대한 이야기다.

아들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걸 염려한 시아버지는 과거 순야의 외할머니가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했을때 동의한다. 형편으로 보면 그게 나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슌야의 아버지 슈헤이는 그런 어른들의 결정을 거슬러 홀로 아이를 키워냈다. 

형편과 편의로 보자면 아키라의 결정도 무모해 보인다. 영화는 시아버지의 시점에서 과거 아들과 며느리의 결정을 '오버랩'하며 '가족'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안정한 상태로 인해 휴직까지 당할 처지에 놓인 아키라. 그런데 자신을 응원해 줄줄 알았던 시아버지가 말한다.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고. 스스로 기관사가 될 수 없다면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자신의 답을 찾아가는 두 여성
 
 가족의 색깔

가족의 색깔 ⓒ 넷플릭스

 

영화는 선택에 기로에 놓인 두 젊은 여성을 등장시킨다. 처음부터 서로에게 호의적이었던 아키라와 슌야의 담임 선생님. 노천 변에서 토하고 있던 선생님을 위해 119를 부르려 하던 아키라는 그녀가 가정이 있는 남자의 아이를 가졌음을 알게 된다. 

선생님은 학부모들의 불만에도 결국 아이를 스스로 낳아 기르겠다고 결심한다. 반면 아키라의 결심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자신을 응원해 줄 것 같은 시아버지의 냉정한 한 마디와 자신을 부모로 받아들이지 않는 슌야 때문에 그녀의 결심은 근간부터 흔들린다. 

돌아온 아키라는 슌야에게 말한다. '아키라는 아키라 짱'이라고.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직업으로 기관사가 되겠다고, 비로소 아리카는 부모로서 직업인으로서 '견습' 딱지를 떼었다. 

전형적인 일본 가족 영화의 정서가 물씬 품어나는 <가족의 색깔>. 하지만 잔잔한 듯한 분위기 안에 던져진 질문들은 심상치 않다. 가족이라는 영향력 안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던져진 과제와 같다. 전형적인 가족주의 영화인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발적인 답을 내놓는 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5252-jh.tistory.com/에도 중복 게재됩니다.
가족의 색깔 넷플릭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