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초대 공직기강 비서관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담당했던 이시원 전 검사를 임명했다. 야당과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 변호인단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윤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난 21일 MBC < PD수첩 >에서는 '비서관의 자격! 그 검사의 화려한 귀환'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은 2013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자세히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이시원 전 검사는 어떤 태도 취했는지와 함께 이 인사의 문제점을 짚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2일 '비서관의 자격! 그 검사의 화려한 귀환' 편을 취재한 김영원 PD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사건 들여다볼수록 말이 안 되는 인사"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 지난 21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비서관의 자격! 그 검사의 화려한 귀환' 편 연출 하셨잖아요, 1년 만의 연출인데 소회가 어떠신가요?
"일단 1년 만에 와서 하니까 그동안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기도 했고 한편으로 지금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주제였기 때문에 조금 더 신경 쓰고 빈틈없이 취재해야겠다는 부담이 있었던 거 같아요."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당시 주임 검사였던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 비서관 등에 대한 문제를 짚으셨잖아요.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5월 초에 아이템을 찾고 있었죠. 근데 이시원 전 검사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이 되었죠. 그때 김성회 다문화 비서관이나 그다음에 또 윤재순 비서관 문제가 많이 제기가 되고 있었던 상황이었거든요. 근데 그 두 사람에 비해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집중이 되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김성회 비서관이나 윤재순 비서관 같은 경우에는 딱 와 닿는 문제들이었잖아요. 하지만 이시원 비서관 같은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문제 제기는 있으나 일반 대중이 그만큼 잘 알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취재하게 됐어요."

- 이시원 검사의 공직 비서관 내정 보도는 어떻게 보셨어요?
"사실 이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서 잘 몰랐거든요. 사건이 일어날 당시에 아직 사회생활을 안 하고 있기도 했었어서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이 워낙 검사 출신을 많이 인사 하고 있고 그중에 또 문제 있는 검사가 있나 보다는 느낌이었는데 이 사건을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굉장히 이런 사람이 공직 기강을 담당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인데 이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 그 당시 이 문제가 엄청 이슈였는데 아예 모르셨어요?
"개인적인 이야기이긴 한데 제가 그 당시에는 해외에 있었기도 했다 보니 모르고 지나갔던 사건이었어요. 그리고 취재하면서 주변에 물어봤을 때 생각보다 사건을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 모르는 사람이 많나요? 저는 아는 내용이라 다 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게 이번에 제작하면서 되게 큰 고민거리였어요. 왜냐하면 < PD수첩 > 팀 내에서는 이 사건은 굉장히 잘 알려진 사건이죠. 근데 저희 촬영 감독님이나 제 지인 등 시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람들한테 이 사건을 얘기하면 '그래 그런 일 있었던 거 같고 유우성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것도 같아'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고 자세히 모르는 분들이 되게 많았어요."

- PD님은 이 사건 처음 알았을 때 어땠나요?
"이게 되게 제가 인터뷰한 변호사님도 그러셨고 유우성씨가 속해 있던 탈북자 모임에 지도 신부님이셨던 신부님도 그러셔서 제가 마치 이분들의 말을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처음에는 혹시 유우성씨 간첩이지 않았을까란 의심을 가지고 한번 봤었어요."

- 왜요? 대법원까지 간첩이 아니라고 결론 난 상황에서 PD님은 안 거잖아요.
"그렇죠. 근데 저는 제가 직접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을 때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요. 근데 이제 유우성씨 직접 만나서 본인 말씀을 들으면서 그때 진짜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 공부는 어떻게 하셨어요?
"일단 당시 변호인단 변호사님들 만나고 나서 사건 관련 자료들을 쭉 받았죠. 그 자료들이 엄청나게 방대한 양이긴 했는데 그걸 저희 팀에서 정말 빠짐없이 하나하나 보면서 사건이 이렇게 흘러갔다는 것을 공부했고 또 당시에 내용을 굉장히 또 잘 취재하신 <간첩의 탄생>이라는 책이 또 있었어요. 그 책도 많이 참고해서 처음에 준비했어요."

- 검사들은 국정원에 속았다고 하잖아요, 검사들이 몰랐을까요?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데 너무나 많은 정황이 정말 몰랐을까라고 계속 의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일단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유우성씨와 유가려씨의 진술이 계속 서로 대치하고 있었잖아요. 유가려씨는 오빠는 간첩이라고 하고 유우성씨는 아니라고 하는 상황에서 이 둘을 한 번도 대질신문시키지 않았었죠, 또 여러 가지 나오는 증거들에 대해서 예를 들면 사진 증거에 대해서 '이건 북한에서 찍은 게 아니라 중국에서 찍은 거다'란 식으로 충분히 한 번쯤 검사가 얘기를 듣고 그걸 검증해 볼 만한 그런 지점들을 유우성씨가 많이 제공했었거든요. 근데 그런 걸 다 무시 했어요, 왜 무시했을까란 의구심이 계속 드는 거죠."

- 그리고 제가 알기론 유가려씨가 이시원 검사에게 오빠는 간첩이 아니라고 얘기했다고 알거든요.
"저희 방송에도 나간 부분인데 이시원 검사가 실제로 재판 중에 그 사실을 인정합니다. 유가려씨가 '내가 허위 자백 한 거라고 말하지 않았냐' 하니까 검사가 '그렇게 말한 건 1분밖에 되지 않았냐'란 식으로 피해 가려고 하거든요. 일단 자기가 그동안 해왔던 진술을 뒤집는 말을 했는데 그게 과연 1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을까 그것도 의문이고요. 설사 짧은 시간 동안 말을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검사가 '지금은 나를 믿으면 되니 국정원 직원들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 사실대로 말해봐라' 했을 때 이 사람이 사실은 '오빠는 간첩이 아닙니다'라고 한다면 그거는 당연히 그동안에 이 유가려씨가 해온 진술들을 다 모조리 의심해야 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해요."

- 검사라면 국정원 자료를 검증해서 간첩이 맞는지 확인해야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맞을까요?
"만약에 그렇게 주장하는 대로가 사실이라면 이분은 검사로서 직무를 유기한 것이 아닐까하고 이분은 검사로서 무능하셨던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고요. 국정원에서 오는 자료가 한 치의 의심을 할 여지가 없다는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출·입경 기록 같은 경우에도 수사 초기에 이시원 검사가 봤던 출·입경 내역과 그다음에 나중에 국정원이 준 또 출·입경 내역은 애초에 내용이 달랐는데 '국정원이 줬으니 바뀔 수도 있지'라면서 받지는 않았을 거란 말이에요."

- 검증하기가 어려웠을까요?
"아니요. 검증하려면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거로 생각해요. 예를 들면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는 검사가 유우성씨가 2012년 1월에 북한에 본인 집으로 들어가서 간첩 활동을 했을 것이라고 얘기했단 말이에요. 근데 그 당시에 이미 유우성씨는 북한의 집이 없었어요. 중국 영사관에도 우리나라 검찰 직원이 파견돼 있고 하잖아요. 그런 분들의 협조를 받아서 충분히 유우성씨 가족이 중국에 집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 것들은 충분히 확인하려면 할 수 있었던 거고요. 사진 같은 경우에도 중국에 있는 집에 사진 앨범에 있었는데 그거 한 번만 확인하러 갔다면 이게 증거 능력이 없는 것들이라는 건 충분히 알았을 것 같아요."

"그 위조가 그 위조인지 모르겠다? 창피한 일"
 
 < PD수첩 > 김영원 PD

< PD수첩 > 김영원 PD ⓒ 이영광

 
- 당시 중국 출·입경 기록이 위조됐었다고 중국에서 발표했는데도 검사가 말장난했던데 국민을 우롱한 거 아닌가요?
"맞죠. 이건 정말 그 위조가 그 위조인지 모르겠다고 하신다면 대체 무엇인지 설명하셔야 할 것 같고 실제로 중국 정부가 이건 자기들 입장에서 자기 나라의 공문서가 위조된 심각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위조한 사람 형사처벌을 해달라고 요청까지 했었거든요. 그거에 대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 위조가 그 위조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건 사실 굉장히 창피한 일이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국정원 직원은 징역 4년 형 등을 받았지만 이시원 검사 등은 정직 1개월의 내부 징계만 받은 거잖아요. 왜 검찰은 처벌을 안 받은 건가요?
"그러니까 전형적인 상황이죠. 검사가 잘못했는데 그 잘못을 또 다른 검사가 수사하죠. 그래서 이시원 검사가 '나는 몰랐다. 나는 국정원에 속았다. 내가 국정원이라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기관이 그런 일을 할 줄은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라고 할 때 수사하는 검사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죠."

- 유우성씨 여동생 유가려씨는 아직도 트라우마가 있나 봐요?
"그게 2013년 사건이니까 한 9년쯤 됐잖아요. 근데 아직도 이 이야기를 하면 계속 우시느라고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정신과 치료도 계속 받고 계시고 의료진의 걱정도 있고 해서 저희와 인터뷰는 하지 못했죠. 이 사건에 대해서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고 계세요."

- 유우성씨 인터뷰도 하셨던데 어떠셨어요?
"사실 유우성씨가 이 사건에 대해서 그동안 인터뷰를 굉장히 많이 하셨을 거예요. 그래서 굉장히 담담하게 말씀해 주시긴 했는데 저는 마지막에 그 말씀이 되게 울림이 있었거든요. 자기가 간첩으로 몰리고 나서 누명 쓴 것이라는 걸 밝혔을 때 다른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분들이 유우성씨에게 '대단하다 나는 왜 당신처럼 무죄를 끝까지 주장하고 잘 싸우지 못했는지 후회가 된다'라고 하셨었대요. 근데 그랬던 유우성씨마저도 지금 보니 그때 담당 검사가 대통령 비서실로 들어간 거잖아요. 그걸 보면서 나도 똑같이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구나라고 되게 절망적으로 느끼신 것 같더라고요. 그게 약간 되게 끝나지 않는 싸움을 계속하고 계신 느낌이어서 되게 저한테는 울림이 컸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유우성씨나 변호인단 장경욱 변호사님, 양승봉 변호사님 보면서 이렇게 정의를 위해서 싸우시는 분들이 많은데 세상은 왜 아직 이럴까란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어요?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 이시원 검사 당사자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너무 많은데 대통령실에 들어가신 분이어서 그분에 대한 접근 자체가 방법을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게 가장 힘든 점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에는 그분한테 물어봐야 될 질문들인데 묻지 못한다는 게 아쉬웠죠."

- 취재했지만 방송에 담지 못한 게 있을까요?
"중요한 내용들이 다 담기긴 담겼다고 생각하는데 분량상 빼야 했던 것들이 많이 있었죠. 예를 들면 유가려씨는 국정원에서 어떤 식으로 회유와 협박을 당해서 거짓 진술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 그리고 국정원 직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 조작에 가담했는지 그리고 사실 당시 같이 수사했던 이문성 검사의 경우에 국정원 협조자에게 이 공소사실에 맞는 증거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있거든요. 이런 내용들은 이시원 검사에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빠진 부분들이 있죠."
김영원 PD수첩 공직기강 비서관 이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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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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