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강호 캐나다와 무승부를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대표팀(FIFA랭킹 18위)은 27일 오전 4시 15분(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BMO필드에서 열린 캐나다(FIFA랭킹 6위)와의 친선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캐나다와 역대 전적에서 1승 1무 7패를 기록했다. 내년 7월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을 앞두고 강팀과의 모의고사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선수비 후역습으로 강호 캐나다에 선전
   
이날 한국은 3-4-1-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손화연-이금민 투톱 바로 밑에서 지소연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받치는 형태였다. 중원은 추효주-조소현-이영주-장슬기, 스리백은 심서연-임선주-김혜리가 호흡을 맞췄으며, 골문은 윤영글이 지켰다.
 
한국은 수비 상황에서 좌우 윙백 추효주와 장슬기를 뒤로 내리며 5백을 구축했다. 첫 슈팅은 한국이 가져갔다. 전반 1분 캐나다의 실수를 가로챈 이금민으로부터 공격이 연결됐고, 이후 지소연이 돌파에 이은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문 오른편으로 벗어났다. 전반 28분에도 이영주의 침투 패스를 받은 지소연이 시도한 슈팅은 골대 바깥으로 향했다.
 
전반 내내 71%의 점유율을 확보한 캐나다는 피지컬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날카로운 기회를 창출하지 못했다. 전반 41분 페널티 박스 안 슈팅이 굴절되며 리온의 발에 도달했으나 정확하게 맞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조직적이고 견고한 5백에 막히며 답답함을 노출한 캐나다였다. 이에 반해 한국은 29%의 점유율과 슈팅 2개를 시도하며 비교적 선전한 전반전 양상이었다.
 
후반에도 한국은 지소연을 활용해 선수비 후역습에 대한 기조를 유지했다. 후반 7분 지소연이 측면 돌파 이후 슈팅까지 연결했으나 골키퍼에게 잡혔다.
 
벨 감독은 후반 21분 강채림, 전은하를 투입하며 공격진에도 일부 변화를 꾀했다. 종료 직전에는 다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캐나다의 세 차례 결정적인 슈팅이 나왔지만 윤영글 골키퍼의 슈퍼세이브로 무실점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1년 남은 월드컵 본선, 가능성 확인한 여자 대표팀
 
벨 감독은 경기 후 대한축구협회와의 공식 인터뷰에서 "조직적으로 잘 준비가 됐고, 캐나다라는 강팀을 상대로 무승부라는 결과를 낼 자격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벨 감독은 평소 플랜A인 4-2-3-1 대신 3-4-1-2을 가동했다. 강팀 맞춤 전술을 시험하겠다는 의도였다. 결과적으로 수비에 중점을 두고, 지소연을 중심으로 하는 공격 전개가 어느정도 효과를 거뒀다.
 
지소연은 2선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수비와 공격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맡으며, 캐나다의 수비진에 균열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중요한 슈팅이 모두 지소연의 발끝에서 나왔다.
 
벨 감독 체제에서 지소연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특히 지소연은 지난 시즌 첼시 FC 위민과의 계약을 마무리하고, 국내로 복귀해 수원FC 위민에 입단했다. 내년 7월 열리는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벨 감독 체제 아래 여자 대표팀의 행보가 무척 가볍다. 대한축구협회는 벨 감독과 지난 2월 재계약을 맺었다. 벨 감독은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남은 1년 동안 목표는 여자월드컵 본선으로 맞춰져 있다.
 
특히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캐나다 원정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둔 것은 기대 이상의 성과임에 틀림없다. 벨 감독은 "경기를 잘 통제했고, 조직력도 좋았다. 캐나다에 득점 기회를 많이 주지 않았다. 윤영글의 선방을 제외하면 캐나다가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라며 "그럼에도 전술적인 유연함과 체력을 더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선발 출전한 김혜리는 역대 6번째 센추리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데뷔전을 치른 이후 12년 만에 이뤄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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