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의 전설도 우상 앞에서는 수줍은 소년 팬의 마음으로 되돌아갔다. 안정환이 루드 굴리트에게 "You're my hero"라고 고백하며 열렬한 팬심을 드러냈다.
 
2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2>에서는 전편의 황희찬에 이어 '글로벌 축구스타 특집 2탄'으로 네덜란드 축구의 전설 루드 굴리트가 특별 게스트로 깜짝 등장했다.
 
굴리트(네덜란드명 뤼트 휠릿)는 축구계 최고권위의 시상식은 '발롱도르'의 1987년 수상자이자, 마르코 판바스턴, 프랑크 레이카르트와 함께 '오렌지 삼총사'의 일원으로 명성을 떨쳤던 네덜란드 축구의 전설이다. 굴리트는 유로 1988 우승멤버로 조국 네덜란드에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선물했으며, '밀란 제너레이션(밀란 전성시대)'로 불리우는 이탈리아 명문 AC 밀란의 1980년대~1990년대 황금기를 이끈 선수 중 하나였다. 전성기에는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의 라이벌로 불리우기도 했다.
 
또한 굴리트는 축구역사상 최고의 전천후 플레이어로도 꼽힌다. 요즘 축구팬들에게는 추억의 스타에 가깝던 굴리트가 최근 한국의 젊은 팬들에게 인지도가 급격히 높아진 것은 유명 축구게임의 영향이 컸다.
 
굴리트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포지션이었지만,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플레이어의 모든 포지션을 월드클래스 수준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명성을 높였다. 최근 작고한 한일월드컵의 전설 유상철도 굴리트처럼 여러 포지션을 수행해내는 멀티플레이어로 활약하며 '한국의 굴리트'로 불리우기도 했다. 세계축구사를 통틀어도 이정도의 만능 선수는 정말로 희귀하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이런 부분이 그대로 반영되어 어느 포지션에 기용되어도 출중한 능력을 발휘하는 굴리트는 게임 유저들의 '최애 캐릭터'로 꼽히며 덩달아 재조명받게 된 것.

굴리트는 <뭉쳐야찬다> 사상 축구스타로서는 역대 가장 위상이 높은 출연자로 꼽힌다. <뭉찬>멤버들은 예상치못한 굴리트의 등장에 "여기 왜 오신거지?" "조기축구에 이런 분을 모셔도 되나"라며 당혹감과 반가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특히 평소와 다른 안정환 감독의 반응이 눈길을 끌었다. "이분을 만날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는 안정환은 굴리트를 직접 소개하며 "저의 롤모델이다. 초등학교시절 축구를 시작할때부터 그의 플레이를 따라했다. 저는 이분을 너무 사랑한다"면서 아낌없는 팬심을 드러냈다.
 
굴리트가 등장하여 멤버들이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는 상황에서도, 안정환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유독 함박웃음을 지으며 "당신은 나의 영웅입니다.(You're my hero)"라는 수줍은 진심을 전했다. 평소 시크하고 카리스마넘치는 안정환 감독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멤버들도 마치 우상을 바라보는 소년 팬같은 색다른 모습에 신기해했다.
 
굴리트는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 한국에는 14년만에 두 번째 방문했다. 당시 LA 갤럭시 감독이었는데 그때는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에게만 열광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굴리트는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어쩌다벤져스가 얼마나 재미있는지도 다 봤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굴리트도 한일월드컵때 안정환의 플레이를 인상적으로 지켜봤다고 밝혔다. 당시 안정환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장발 헤어스타일도 기억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우상의 바로 옆자리에 앉은 안정환은 시종일관 웃음을 참지못하며 "정말 꿈만 같다. 지금 기분은 월드컵에서 골넣었을때보다 더 좋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안정환은 굴리트를 보면서 월드컵의 꿈을 키웠고 어린 시절부터 선수로서 성장하는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안정환은 VHS 비디오테이프로 어렵게 구한 굴리트의 축구경기 영상을 친구집에서 하루종일 돌려보기도 했다고. 안정환이 훗날 이탈리아 세리에A로 진출했던 것도 굴리트의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어린시절부터 꿈을 키웠기 때문이었다.
 
안정환은 "축구에 있어서 영웅이자 희망같은 존재였다. 당신의 아름다운 플레이 때문에 축구선수가 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극찬했다. 놀란 굴리트는 "언빌리버블 스토리"라고 박수를 치며 "너무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셔서 감동하여 울뻔했다"며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못했다.
 
심지어 안정환은 현역 시절 굴리트를 닮고 싶어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레게 머리와 콧수염 등을 따라하기도 했다고. 안정환의 현역 시절 사진이 공개되자 굴리트는 폭소를 참지못했다. 하지만 안정환의 콧수염을 길렀던 시절에는 "배드 스타일'이라며 혹평을 남겨 웃음을 자아냈다. 굴리트가 왜 나를 따라하고 싶었냐고 질문하자 안정환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랑하니까"라고 답했다.
 
굴리트는 현재 지도자를 은퇴했지만 만일 한국대표팀 감독직 제안이 온다면 흔쾌히 수락할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안정환은 "만일 감독이 되면 저를 코치로 써달라"고 청탁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어쩌다벤져스 명예 감독이 되어달라"는 제안에는 "선수들의 실력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굴리트가 1984년 '낫더 댄싱카인드'라는 댄스 앨범을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한 경력도 있다는 깜짝 뒷이야기가 공개됐다. 굴리트는 "산 정상에 오르면(축구선수로 정상에 올랐다는 의미) 모든 걸 할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사실이 아닐때가 있다. 저는 노래를 잘 할수 있을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자학개그로 자신의 흑역사를 폭로했다. 김용만은 굴리트의 무대 공연 모습을 똑같이 흉내내어 웃음을 자아냈다. 자포자기한 굴리트도 노래의 한소절을 즉석에서 재현하며 자폭했다.
 
하지만 굴리트는 "저에게는 인생의 한 시기였을 뿐이다. 그래도 차트 3위까지 들어본 앨범이다. 노래로 차트 10위안에 들어본 적 없으면 웃지말라"며 최후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어 굴리트는 안정환에게 축구 말고 다른 분야에 도전해본적 있는지 질문했다. 멤버들이 안정환의 테리우스 시절, 모델 활동 경력을 폭로하자 굴리트는 깜짝 놀라며 '오마이갓, 컴온'을 연발했다. 안정환은 "나도 그때는 다 되는줄 알았다"며 부끄러운 표정을 감추지못했다.
 
굴리트의 현역 시절 활약상이 공개됐다. 공격-중원-수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야생마같은 활약상은 물론, 전매특허인 파워 헤더에 모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굴리트는 "선수 시절 많은 부상을 겪었다. 양쪽 무릎수술만 각각 다섯 번이고 인대-코-팔꿈치 등도 다쳤다. 그럼에도 축구를 다시 하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물론(Of course)이다"라며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같은 축구레전드였던 안정환은 굴리트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공감대를 드러났다. 굴리트는 "제가 겪은 가장 큰 부상 부위는 겨드랑이"였다고 고백하며 그 이유로 "우승 트로피를 하도 많이 들어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굴리트는 직접 어쩌다벤져스 멤버를 상대로 '코리안 굴리트'를 선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안정환-이동국-조원희 등 감코진까지 멤버들과 함께 미션에 동참했다. 드리블 돌파와 헤딩슛으로 이어지는 결정력 테스트에서 허민호와 이형택에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선발전 최종테스트는 정식 경기를 통한 실전이었다. 이날의 상대인 치맥FC는 다국적 외국인 혼합으로 구성되어 K7리그 무패우승으로 올해 K6리그까지 승격한 강팀이었다. 어쩌다벤져스는 김요한이 골키퍼이자 주장을 맡고, 포백에 김준현-이장군-박제언-허민호를, 중원에 김준호-강칠구-이대훈-모태범을, 투톱에 류은규-김현우를 배치한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직접 지도에 나선 굴리트는 "여기는 도서관이 아니다. 서로 소리치고 콜플레이를 많이 해줘야한다. 월드컵 결승이 아니까 편안하게 경기를 즐겨라. 더 많이 즐길수록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함께 즐기면서 플레이하자"며 멤버들을 격려했다.
 
굴리트 효과 덕분인지 어쩌다벤져스는 평소보다 더욱 의욕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초반 경기를 주도했다. 굴리트는 피치 앞에서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독려하면서 훌륭하거나 아쉬운 플레이가 나올때마다 감탄사를 쏟아내며 경기에 몰입했다.
 
좋은 찬스를 많이 만들어냈던 어쩌다벤져서는 김준호의 헤딩슛과 허민호의 중거리슛이 두 번이나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오는 아쉬운 불운속에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굴리트는 어쩌다벤져스의 활약상을 칭찬하면서도 "크로스바는 점수를 주지않는다. 좋은 플레이를 펼친 스스로를 위하여 골이라는 보상을 주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후반들어 어쩌다벤져스는 에이스 아이고를 중심으로 한 치맥FC의 역습에 오히려 여러 차례 아찔한 위기를 맞이했다. 골운이 따르지않은 어쩌다벤져스는 모태범을 빼고 이지환을 교체투입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김현우가 무릎통증으로 이형택과 교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잠시 팀이 수적열세에 처하기도 했다.
 
0-0으로 끝나가는 듯 하던 경기종반인 후반 23분, 역습 기회를 얻은 어쩌다벤져스는 김준호가 측면에서 류연결해준 공을 문전으로 침투하던 류은규가 이어받아 각을 좁히기 위하여 달려나오는 골키퍼를 피해 다시 옆으로 내줬다. 공격에 가담한 허민호가 이를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여 마침내 고대하던 골을 뽑아냈다. 내내 열심히 응원하던 굴리트도 두 팔을 치켜들며 환호했다.

어쩌다벤져스는 허민호의 결승골을 잘 지켜내며 최근 공식경기 4연승 및 6경기 연속 무실점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굴리트가 뽑은 코리안 굴리트에는 결승골의 주인공이자 공수양면에서 맹활약한 허민호가 선정됐다. 굴리트는 허민호를 위하여 친필사인이 담긴 운동화를 선물했다.
 
안정환과 굴리트, 두 전설은 함께 포옹을 나누며 훗날 네덜란드에서의 재회를 약속했다. 굴리트는 어쩌다벤져스의 명예감독 자리를 "오브 콜스"라며 흔쾌하게 수락하며 모두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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