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찬스는 주어질까. 태극마크를 달고 카타르월드컵 본선출전을 꿈꾸는 선수들의 마지막 경쟁이 한창 뜨거운 여름이다.
 
6월 27일 현재 18라운드까지 종료한 K리그1에서는 국내 공격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상위 탑10 중 무려 7명이 국내 선수들이다. 주민규(제주, 12골), 조규성(김천, 11골)이 벌써 두 자릿수 득점을 돌파했고, 김대원(강원)-이승우(수원FC)-엄원상(울산)이 8골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주민규 외에는 모두 20대의 젊은 선수들이다.
 
득점 선두인 외국인 선수 무고사(인천, 14골)를 제외하면, 세징야(대구, 5골), 구스타보(전북, 3골), 뮬리치(성남, 3골), 일류첸코(전북, 2골) 등 그동안 K리그에서 강세를 보이던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이 길어지며 국내 선수들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다. 무고사가 현재 해외 이적설이 거론되고 있는 것까지 감안하면 후반기 득점왕 경쟁이 국내 선수 잔치가 될 가능성도 높다.

국내 공격수들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7월로 다가온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과도 관련이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동아시안컵에 최정예 유럽파를 소집할 수 없는 만큼 K리거와 아시아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해야 한다. 어느덧 11월로 다가온 카타르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국내파 선수들에게는 최종엔트리 승선을 위한 마지막 테스트 기회나 마찬가지다.
 
벤투호는 지난 6월 최정예 멤버를 구성하여 브라질-칠레-파과과이-이집트와 4연전을 치러 2승 1무 1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한 해외파가 중심이 된 공격진은 나름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중원과 수비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김민재(페네르바체)-이재성(마인츠) 등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 공백도 뼈아팠다. 벤투호의 취약포지션 보강과 주전 선수들의 빈 자리를 메울 대체 자원의 발굴 필요성이 언급되면서, 자연히 이번 동아시안컵의 비중도 높아졌다.
 
9월에 열리는 A매치에서는 특별한 이변이 없는 이상 이 시기쯤이면 이미 최종엔트리가 완성단계에 접어든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동아시안컵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거나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못한 국내파는 사실상 월드컵 출전의 꿈이 멀어진다고 봐야 한다. 벌써부터 벤투호에 이름을 올릴 만한 후보로 거론되는 국내파들의 활약상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이유다.
 
주목받는 이승우와 주민규
 
이승우 수원FC의 이승우가 김천상무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수원FC의 이승우. ⓒ 한국프로축구연맹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이승우와 주민규를 꼽을 수 있다. 올시즌을 앞두고 유럽에서 K리그로 돌아온 이승우는 초반 적응기를 거쳐 어느덧 수원FC의 에이스로 자리잡으며 물오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승우는 2선 공격수임에도 최근 4경기 연속골 포함 벌써 8골, 2도움으로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달성하며 클래스를 증명했다. 개성 넘치는 세리머니와 쇼맨십으로 스타성도 출중하며 미디어가 사랑하는 선수다. 현재 여러 언론에서도 이승우의 활약상을 부각시키며 사실상 벤투 감독에게 이승우를 발탁하라고 압박하는 분위기다.
 
주민규는 몇 년째 K리그에서 꾸준히 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스트라이커다. 지난 2021시즌에는 22골을 터뜨리며 외국인 선수들을 제치고 K리그1 토종 득점왕에 이름을 올렸다. 올시즌도 12골 4도움으로 무고사에 이은 득점 1위이자 공격포인트(16개)는 전체 1위다. 소속팀에서의 실적만 놓고보면 대표팀에 뽑히고도 남는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이번에도 이승우와 주민규를 과연 중용할지는 미지수다. 벤투 감독은 소속팀에서의 활약상이나 골기록보다 자신이 추구하는 전술적 스타일에 맞는지를 더 중시하는 보수적인 성향의 지도자다.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초창기였던 2018~2019년에 몇차례 이승우를 점검했으나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후 소속팀에서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발탁하지 않았다. 주민규는 지난해 득점왕까지 차지하며 절정의 활약을 보이고 있던 시점에도 철저히 외면받았다.
 
이승우의 포지션인 2선은 하필 벤투호에서도 가장 선수층이 두텁고 경쟁이 치열한 자리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손흥민-황희찬-이재성 등의 유럽파들이 부동의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소속팀에서의 활약은 떨어져도 벤투호에서 꾸준히 중용되며 검증받은 권창훈-송민규-나상호 등이 건재하며 유럽파인 이동경-이동준도 있다. 여기에 지난 6월 A매치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후반 조커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엄원상이 급부상했다. 이승우는 이들에 비하여 드리블과 창의성에 강점이 있는 '크랙'이지만, 피지컬과 수비가담, 멘탈 등에서 약점도 뚜렷한 양날의 검이다.
 
주민규는 플레이스타일 자체가 벤투 감독의 성향이나 국제대회에서 필요로 하는 대표팀 공격수의 기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벤투호에서의 스트라이커는 단순히 득점력만이 아니라 포스트플레이나 공간창출, 2선과의 스위칭 플레이 등 다양한 전술적 역할이 강조되는데, 주민규는 전형적인 중앙 공격수에 가깝고 스피드와 순발력이 떨어져서 대표팀에서는 활용도가 애매하다는 평가다.
 
그나마 동아시안컵은 유럽파가 참여하지 못한다는 점, 이번 월드컵 엔트리가 26인으로 확대되며 선수기용의 폭이 조금이나마 넓어졌다는 점은, 그동안 대표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 희망을 걸어볼 수 있을 만한 요소다. 현재로서는 그나마 이승우가 대표팀 조커로서는 활용도를 감안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절실한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 대표팀 핵심 수비수 김민재가 빠진 상황에서 브라질과의 친선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 대표팀 핵심 수비수 김민재. ⓒ 대한축구협회

 
미디어가 대부분 화려한 공격수들의 기록에만 주목하고 있지만 정작 벤투호가 동아시안컵에 보강이 절실한 포지션은 따로 있다. 바로 수비형 미드필더다. 김민재 외에 확실한 붙박이 주전감이 부족한 포백 수비라인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표팀은 지난 6월 A매치 4연전 내내 수비불안에 시달렸다. 특히 벤투호가 자랑하던 후방 빌드업이 상대가 강한 전방압박을 걸어올 경우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고, 위험지역에서 패스실책도 잦았다. 3선에서 1차적으로 포백을 보호해줄 수 있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가 크게 두드러졌다.
 
현재 벤투호에서 기성용의 은퇴 이후 3선은 정우영-황인범-백승호 등이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본래 패스와 공격전개에 주로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고 수비가 전문은 아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나게 될 수준의 강팀들에게 이들의 활동량과 탈압박능력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과거 김남일-김정우같은 강력한 파이터형 볼란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유럽파나 K리그에서도 수준급 수비형 미드필더가 기근인 상황이다. 2020년 K리그 MVP를 차지하고 중국무대로 진출한 손준호(산둥 타이산)의 대표팀 복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국 슈퍼리그가 개막이 지연되어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었지만, 다행히 지난 6월 초부터 리그 일정이 정상화되며 손준호도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수비라인도 김영권의 노쇠화와 김민재의 부상 공백에 대비한 3번째 센터벡 옵션이 확실하지 않다. 김진수와 홍철, 이용과 김문환-김태환 등으로 압축된 풀백 라인도 아직 누가 주전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아시안컵을 통하여 이미 어느 정도 베스트라인업의 윤곽이 가려진 공격진보다, 수비진을 어떻게 다시 정비하느냐에 따라서 벤투호의 월드컵 플랜도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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